도둑놈한테 잘해 줄 필요 있나요?

교정직 공무원이 도둑놈을 대하는 자세

by 천천희


1.


편히 앉아 닭다리 뜯고 있는 저기 저 수용자.
정해진 시간에 온수 받고 간식 받고
여기가 게스트 하우스인지 수용자 하우스인지.
귀에 벌레 들어갔다고 징징대면 의료과 진료.
운동 시간에는 너도 나도 하하호호 즐거운 운동회.
주말에는 영화 감상으로 문화지수도 올린다.


입직 초기,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나는 배가 많이 아팠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좋아하고 따르는 계장님과 같이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수용자를 같이 바라보면서 계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배가 아프지? 쟤들이 저렇게 웃으면서 지내는 걸 보면?"


"네, 사실 그렇긴 하네요.."


"근데 징역이라는 게 쟤네들 자유만 뺏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뺏는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날 밤에도 침대에 누워 계속 떠올랐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추억을 쌓고 싶어한다. 범죄자도, 수용자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누군가를 보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그들을 보고 싶어한다.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도소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의 시간도, 그들 가족의 소중한 시간도 빼앗긴다.

젊은 시절을 감방에 앉아 잃는 것만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젊음을 볼 기회도 잃는다.


그가 잘못해서 들어온 것은 맞다.

그에게 잘해줄 것도 없지만, 괜히 그들을 미워하면서 감정 소모는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그렇게 6년을 일해왔다.





2.


저녁 8시,

조용하기만 했던 어두운 교도소에 무전기가 온 교도소에 쩌렁쩌렁 울린다.


"여기는 3하 7실입니다. 지금 수용자 0000번이 쓰러져 의식이 없습니다. 지원 바랍니다!"


긴급출동팀과도 같은 기동대로 근무하던 나는 팀실에서 같이 대기중이던 동료들과 들것을 가지고 급히 달려갔다.


혈압, 체온 등 바이탈 체크를 해보던 의료과 직원은 입을 열었다.


"외부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가까운 병원으로.."


의료과 직원의 병원 이송 판단이 떨어졌다. 쓰러진 그 수용자는 들것에 실린 그대로 교도소 내 대기하던 엠뷸런스에 태워졌다.

며칠 간 운행 되지 않았던 차가운 구급차는 선명한 엠뷸런스 경보음을 내며 교도소 문을 나갔다.


그들이 아프면 달려간다.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그들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살려놔야 한다. 아프면 다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어야 징역을 무사히 받아낸다.


지인들에게서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항의 같기도 하다.


"그냥 병원도 보내지 말고 내버려 두면 안돼? 우리 세금 가지고 뭐하는데!"


그러면 나는 말한다.

"형기 잘 채우도록 도와줘야지..."


형기를 못 채우고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진정 ‘정의’일까? 라는 물음에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방치보다는 법원에서 정한 형기를 어떻게든 그들이 다 성실히 채우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지 않을까?



수용자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와 당직의사가 교도소에서 온 환자를 맞아들였다.

“어떤 증상이 있었죠?”
“평소에 어떤 약을 복용 하고 있어요?”


죄명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가 얼마나 악랄한 죄명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만, 그들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위급한 수용자를 두고 그들이 급하게 조치 해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 의사는 이 사람이 도둑놈이든 뭐든 간에 살리는 게 할 일이지.’






사람의 마음에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응보주의’가 깔려있다.


하지만 응보주의는 재범률 상승을 저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 응보주의가 재범률 감소에 직접적인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에게 회초리만 들고 사랑이 없다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사랑을 못받아서 여기 오게된 이들이 많은만큼 사랑이 필요한 거 아닐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말 지지리 안 듣는 수용자를 보면 정말 밉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말 지지리도 안 듣는 이 수용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하면 나도 사랑이고 뭐고 간에 이성을 잃겠지?


하지만 결국 악인은 망하고 의로운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사필귀정,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이다.


내가 아니어도 그들을 미워하는 사람은 많고, 이미 벌도 받고 있으니 나까지 미워하는 마음 하나 추가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진심 어린 관심과 애정이 그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어려운 일을 해 내는 것이 나의 사명이지 않을까.

'이 사람이 도둑놈이든 뭐든 간에 교정하는 게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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