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말싸움 소리에 식은땀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어?"
"죽고 싶나?"
식당 건너편 테이블에서 주먹으로 상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상대방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일어나 삿대질을 한다. 그 순간부터 내 일행과의 대화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러려니 했던 술꾼들의 말싸움이다. 저러다가 말겠지...생각하고 이내 일행과 재미있게 떠들고 놀았던 과거의 나는 없다. 교도관이 되고 나니 나는 저런 일촉즉발의 설전에 화들짝 놀란다.
'살인미수', '특수폭행'은 교도소에 입소하는 고객들의 단골 죄명. 이런 작은 싸움이 발단이 돼서 교도소에 오게 된 수감자들을 워낙 자주 마주하다 보니, 시끄러운 저곳에서도 흉기가
나오는 건 아닌가 가슴도 조마조마해지고 손바닥에 땀이 난다.
내 뒤에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심박수 폭발.
쉼 없이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한 사람이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걸어 들어와 내 뒤로 선다. 내가 누른 층수보다 한 층 낮게 누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제 두 명이다.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우측 버튼 앞으로 가까이 서 있게 된다. 아예 뒤통수를 그에게 내보이지는 않기로 한다. 비스듬히 내 명치와 머리를 빠르게 보호할 수 있는 자세를 속으로 연습하면서.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휴대폰 화면에 집중된 내 세포들은 그 사람과 불편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모든 세포와 신경이 그 사람의 손과 눈빛에 집중이 된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된 거지?'
교도소 내에서 무방비 상태에서 수용자를 뒤에 두고 앞서 가다가 머리를 가격 당한 교도관 이야기까지 내 머리 속으로 끌고 온다. 뒷덜미가 싸늘하다. 정말 기분 나쁜 오싹함.
' 때리면 어떻게 하지?'
' 내가 못 막으면 어떻게 하지? '
' 엘리베이터 비상벨이 어디 있지?'
' 눌러져 있는데 저걸 한 번 더 눌러서 버튼이 나오게 돼야 누른 건가?'
' 아무 일 없이 저 사람이 내린다 해도 한 층 잽싸게 올라와서 문이 열리면 나를 가격하려나? '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다가 그 사람이 누른 층에 도착한다.
"(밝게)안녕히 가세요~! "
정말 밝게 인사 하신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던 걸까?TV를 너무 많이 봤나? 교도소에서 너무 많이 찌들었나? 직업병이구나...
내가 누른 층의 문이 뒤이어 열린다. 아무도 없음을 알고 나면 급격히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쩌려고 문을 안 잠그셨지?
문단속이 안 되어 있으면 찝찝하다. 우리나라는 문단속에 유독 철저하지 않은 듯하다. 스즈메도 문단속만큼은 철저히 하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을 본다. 아파트에서도 환기를 한다는 이유로 현관문이 열려 있는 집을 본다. 주차장에서 내린 운전자가 문을 잠그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내 차도 아닌데 그 차로부터 멀어져 가는 그 사람의 모습을 한참 보다가 '저래도 되나?' 생각하며 나의 길을 걸어간다.
카페 테이블 위 주인 잃은 차키와 휴대폰을 바라볼 때도 괜히 내가 불안하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절도, 강도범이 교도소로 들어오는 광경을 맞이한다.
그들은 다양한 수법과 다양한 장소에서 물건을 털었고, 경찰에게 잡혀 이곳에서 모인다.
그들의 나쁜 마음도 화가 나지만, 나는 시민들의 해이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이 직업병들은 쉬이 낫지 않을, 내 삶의 무늬다.
내 몸이 기억하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궁금증이 생긴다.
이 직업에서 벗어나면 이 직업병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혼자 묻고 혼자 결론을 내려봤다.
능동적으로 내 직업병을 극복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또 어느 날 싸움의 현장에 있다면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할까?
뒷덜미를 싸늘하게 하는 사람을 무시해 볼 수 있을까?
단속이 안 돼있는 문집 주인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차 문이 안 잠겨있다고 폰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해 드려야 할까?
그럴 생각은 다 없다.
그저 나는 이 직업병들을 사랑하려 한다.
이 직업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 직업에 몰입했기 때문에.
이 직업에 몸 담고 있기에.
이 직업의 흔적이 내 몸에 새겨져 있는 한,
그날들을 사랑하고 품어주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 직업이 뭐든 간에, 각자의 그 자리에서 당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직업병까지 품어내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