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힘들겠지만 누군가를 떠올리고 글을 계속 읽어보자)
그 흉악범을 마주해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어떤 모습과 외모를 가지고 있는가?
눈빛만 마주쳐도 소름 돋을 것 같다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잠깐 얘기 나눠도 겨드랑이에서 줄줄 땀이 흘러내기던 처음의 긴장감도 몇 번, 수십 번을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하게 되면 조금 나아진다.
물론 교도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그런 수용자를 직접적으로 전담하거나 대화할 일은 극히 드물지만, 교대근무나 종교집회 근무 등 우연히 마주칠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1년 동안 20명을 연쇄살인한 1세대 사이코패스 영철은 내가 마주한 몇 안 되는, 이름난 흉악범 중 한 명이다.
몇 해전, 그가 있는 사동(수용동. 아파트 109동 같은 개념)에 교대근무를 갔다. 순찰 겸 영철의 방을 지나간 적이 있다. 방은 깔끔했다. 다른 수용자는 나를 몇 번씩 불렀지만 그는 한 번도 부르지 않고 TV만 봤다.
"조용한데?"
내가 근무자실로 들어오고 나서 나도 모르게 내뱉은 첫마디였다.
유명세가 무색하게 교도소 내 그의 첫인상은 일반 수용자와 다름없었다.
그의 동정관찰 기록을 열어봤다. 특이 사항이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시간별 인수인계부도 열어봤다. 영철에 대한 인수인계 사항은 '약 복용 철저'. 주의할 만한 건 크게 없었다. 경비처우등급은 S3*(일반 경비처우등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비처우등급:
수형자의 도주 등의 위험성에 따라 수용될 시설과 계호(경계하며 보살핌)의 엄중 정도를 구별하는 등급.
s1 ~s4로 나뉘어 있으며 숫자가 클수록 엄중관리, 숫자가 작을수록 개방적 관리를 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가?
닉네임 '갓갓'으로 유명한 N번방(메신저 앱을 통해 미성년 여성들을 협박하여 유포했던 디지털 성범죄 사건) 창시자 문 씨는 2019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다.
조주빈 씨가 최초의 N번방 용의자로 알려져 더 유명하지만 창시자는 바로 문 씨다.
창시자 문 씨는 내가 일하는 교도소에서는 공장 출역(일과시간 동안은 감방에서 나와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하는 것) 중인 상태다.
몇 해전, 그가 출역 중인 공장에 교대근무를 갔다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를 조용히 두리번두리번 찾아봤다.
그때 마침 반장 수용자가 문 씨를 불렀다.
"(문 씨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ㅇㅇ아~"
덕분에 고개를 드는 그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저 사람이었어...?'
그는 그냥 성실해 보이는 30대 청년 같았다. 실제로 그는 소내 일을 열심히 하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아 그와 마주칠 일이 없었다. 동료 수용자들과 사이도 좋아 보였다. 그 역시 경비처우등급은 S3로 지정되어 있다.
아무도 모르는, 언론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하지만 누구보다도 교도관을 힘들게 하는 수용자가 있다는 걸 아는가?
사회에서 크게 지탄받지도 않았고 저지른 범죄도 가벼운 쪽에 속하는 '경 씨' 이야기다. 경 씨는 시정 장치가 되지 않은 차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절도로 이미 몇 십 번 교도소에 수용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징역도 고작 3~6개월로 금방 들어갔다 금방 나오는 잡범이다.
"지겹다 지겨워, 또 왔네 경 씨"
교도소에 그가 또 입소했다고 하면 교도관들은 혀를 내두른다. 경 씨는 자해, 직원폭행, 수용자폭행, 소란, 인권위진정 등 수용자 중에서는 여간 다루기 힘든 게 아니다. 경비처우등급은 가장 엄격하게 대해야 하는 S4다.
경 씨는 자신보다 더 흉악한 범죄자들을 욕한다.
정작 본인은 언론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가 더 착하다고 생각한다. 징역이 몇 개월일 뿐이라는 이유로 그는 흉악범이나 장기수를 쓰레기 취급하면서 본인의 행동은 개차반이다.
교도관에게는 흉악범들보다 경씨가 더 흉악범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더 흉악한 범죄자는 사회에서 지탄 받은 이일까, 교도소 내에서 지탄 받는 이일까?독자들은 전자겠지만, 우리는 후자도 흉악범이라 말하고 싶다.
교도소 안 모든 수용자가 불쌍해 보이다가도, 경 씨 같은 사람이 교도관에게 피해를 주면 그의 행동 하나로 나와 잘 지내던 수용자도 갑자기 꼴 보기 싫어진다.
나는 문득 '악한 사람'이라는 말에 생각이 깊어질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나도 악하다고 느껴진다.
악함이 더 악함을 만나면 약한 악함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마음속에서 욕심은 수도 없이 욕심을 낳았고, 누군가를 끝도 없이 미워해 보기도 했고, 어떤 이가 망하기를 바랐던 날들도 있었다.
나는 법으로 정한 '죄'를 짓지 않아서 아직 교도소에는 가지 않았지만, 나도 이미 악인 아닐까?
교도관으로 일하기 전까지 나에게 악이란 세상이 정해놓은 천편 일률적인 악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악에 대한 기준도, 생각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배우고 있지만 아직도 어렵다.
다시 묻겠다.
당신은 악한 사람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