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장 실세의 팔자걸음 (상)

by 천천희


6개월 동안 취사장 계호(경계하면서 지키는) 업무를 담당했을 때다.



이곳은 나름 모범수로 손꼽히는 수용자들이 하루 종일 밥도 만들고 생활도 하는 곳.


전체 수용자들의 식사를 취사장 수용자들이 만들어낸다.

휴식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일할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한 달 작업 장려비는 6만 원가량.

수용자가 출역(방에서 나가서 하는 노동)하는 곳 중 제일 급여를 많이 받는 곳이라 수용자 입장에서는 취사장에서 수용생활 하며 지내기에 퍽 나쁘지 않다.




취사장에서 팔자걸음 수용자(이하 팔자걸음이라 부르겠다)와의 입체적인 관계가 형성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취사장으로 전보 난 첫날, 그것도 출근 2시간 만에 팔자걸음 수용자는 다른 수용자와의 작은 다툼을 했다.


CRPT(기동순찰팀)까지 출동해 사무실로 잡혀간 그들은 경위서를 쓰고 오게 되었고, 수용자 간 갈등이나 소란이 일어나면 얄짤없게 엄중 대처하는 나지만 첫날이라 두 사람 간에 화해시키고 엄중경고 차원에서 그들에게 스티커만 발부했다.


팔자걸음은 싸운 게 멋쩍었는지 아니면 본인의 쌓아온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행동에 민망했는지 출동한 모든 근무자와 취사장 수용자들에게 연신 꾸벅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그 30대의 팔자걸음은 본인의 아빠뻘 정도 되는 상대 수용자와 싸웠다.


상대 수용자는 팀장인 팔자걸음 수용자가 말끝마다 지시하는 투로 말하고 나이도 어린 게 존중해주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로 싸웠다고 한다.


재빨리 사무실에서 화해하고 다시 취사장으로 들어온 팔자걸음은 최대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작업하고 있는 자리에서 그 수용자를 불러 다시 몇 마디 얘기를 한다.


팔자걸음은 남자답게 나이 든 수용자의 어깨를 툭 치고 허허허 하면서 어깨동무를 몇 초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주위에서 작업하며 흘깃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 수용자들은 눈이 마주치는 근처 목격자들과 묘한 썩소를 자기들끼리 짓고는 이내 작업에 몰두했다.


팔자걸음은 교도관에게 늘 깍듯하게 대하지만 수용자에게는 조금 태도가 다르다.


팀장이라는 명목 하에 궂은일은 하지 않고 말로만 지시를 내리며 음식을 한다.


단전에서 나오는 우렁차고 취사장 전체가 울려 퍼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다른 수용자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나이도 젊은 팔자걸음 팀장을 향한 시선이 곱지는 않은 것 같다.


"어이 거기!"

"야~ 뭐하는데 지금?"

"여기로 다 모여봐~"


팔자걸음은 거들먹거리는 특유의 팔자걸음에, 짧은 스포츠형 직모 머리, 빤지르르한 이마, 취사장과는 다소 안 어울리는 새하얀 운동화에 칼각 다림질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팀장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장화를 신고 일하고 있지만 그는 수용자복에 새하얀 운동화다.



"겉멋 많이 든 허세쟁이다~ 실속도 없고 일도 쉬운 것만 해. 다른 수용자들이 별로 안 좋아할 걸~"


나보다 몇 개월 먼저 취사장에 들어오신 취사장 총책임 계장님께서 근무실로 들어온 나에게 말씀하셨다.


계장님과 같이 그 팔자걸음을 한동안 응시하며 조용히 바라 보다가 이런 바쁜 현장에서의 그의 겉멋과 허세가 조금 같잖고 웃기기도 해서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근무자가 제지하거나 할만 한 일을 만들지는 않았다.



※ 수용자가 수용자에게 지시할 수는 없다.

다만, 근무자인 교도관이 보통 반장, 팀장급 수용자들에게 교육을 하달하니 그들이 팀원들에게 직원 지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시 아닌 지시가 생길 수밖에.



계장님이 말했다.


“쟤가 취사장 출역을 들어온 지 이미 3년은 넘었어. 베테랑이야, 그래서 반장 바로 밑에 팀장까지 올라왔지. 질서 잡고 뭐 이런 거 관심이 많다.”



“하긴 계장님이랑 저는 길어봤자 6개월 하고 나가잖아요. 진짜 취사장에서 오래 있을 사람이 저런 팔자걸음 같은 수용자네요.”




팔자걸음과 내가 '수용 질서'라는 공통의 아이러니한 목표를 가지고 알지 못할 유대감이 조금 생겼을 때였다.


잠시 쉬는 시간.

팔자걸음은 쭈뼛쭈뼛 나에게 걸어와 날씨가 좋다며 운을 뗀다.



“요즘 주임님께서 질서 잡는데 힘을 많이 쏟으시는 것 같다는 게 막 느껴집니다. 주임님이 세심히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저희도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팔자걸음씨도 그렇고 팀장들이 다들 잘 따라줘서 그런 거죠. 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 뭐~”


“그러니까요, 사실 지금 반장은 그런 거에 신경을 좀 덜 씁니다. 특히 반장 출소날이 다돼 가니까 분위기가 해이해진 거 같습니다.”


“그래요?”


“주임님, 그래서 말인데.. 제가 여기서 이뤄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뭘까요?”



이어서 말한 팔자걸음의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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