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 교도소가 4개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첫 배명지로 높은 확률로 가게 되는
청송 지역 교도소는 그야말로
발에 치이는 게
'3년 차 미만의 교도'다.
(그만큼 노련한 근무자들은 연차가 차면 자기 고향으로 고충전보로 가 버린다. 이를 수용자들이 모를 리 있나. 물렁해 보이는 교도관에게는 작업을 걸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원대(원데렐라 본인)는 첫 발령을 청송으로 받았다.
주왕산, 약수, 사과 등 여행가이드 시절 여행코스로 생각해 본 적만 있었던
청송으로의 첫 발걸음은 교도관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원대는
근무 난이도 '상'급지인 청송 2교로 배명나
그 안에서 기피 배치인 S4*급 사동을 맡았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청송 2 교도소 8개월 차 원대 부장에게
매일 다가오는 정적이고 고요하기만 한 교도소에서의 시간은 항상 긴장되고
말 그대로 '폭풍전야' 느낌이다.
*S4급:
모든 수용자에게 S1~S4 등급이 주어진다.
이는 대한민국 교정시설에서 수형자의 수용 생활 태도, 교육 및 작업 성과, 범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부여하는 4단계 처우다.
S4는 **중경비처우급(重警備處遇級)**을 의미한다. 가장 엄격한 등급.
스무일곱 개의 개인 독거실로 구성된
(일반거실 25개에 징벌실 2개)
최대 인원 27명의 원대가 관리하는 수용동은
큰 일은 없지만 자잘한 일이 참 많다.
이 수용동의 분위기는 적막한 듯 하지만 활발하다.
"주임님~ 약 주세요~"
"주임님~ 오늘 운동 몇 시예요?"
"주임님~ 봉사원 좀 불러 주세요"
어느 한 명의 말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원대를 부른다.
각 거실마다 설치된 비상벨도 있지만,
위급 시가 아닐 때 호출벨을 누르면
개인에게 불이익이 오거나
규율위반 행위로 스티커가 발부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수용자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근무자가 자기 방을 지날 때를 기다렸다가
애타게. 급하게. 부른다.
정 씨 : 주임님~ ㅇㅇ 부장님 아시지요~
그 부장님은 왜 저한테 반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8방 정 씨는 8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말을 건다.
TV에서는 꽤나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고
정 씨 방에는 식판대에 빳빳하게 올려져 있는
신문도 있었지만
정 씨는 개찰구 앞으로 머리를 밀착해 붙이고는 지나가는 교도관이 있으면 항상 말을 건넨다.
정 씨 : 주임님~ 제가 ㅁㅁ주임님이랑 친한 거 아십니까~
궁금하지도 않은 사실을,
팩트인지도 모르겠는 사실을,
오늘도 전단지 같은 말을
폭격기 같이 내뱉으며
지나가는 원대의 귀에 하나라도 거슬릴 수 있도록 여러 말을 해본다.
처음 몇 번의 근무는
원대가 사동근무가 긴장도 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얼버무리듯 반응하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근무자실에서 원대가 CCTV 8방을 클릭하는 빈도가 높아진 걸 보아하니 이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해 보고 있는 듯하다.
"주임님~ 오늘은 뭐 안경 벗고 나오셨네요!"
오늘은 이 정 씨가 다소 직접적인,
다른 근무자 얘기가 아닌,
듣고 있는 당사자에 대한,
원대의 안경 벗은 모습을 화제 삼아
말을 붙여본다.
원대가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원대 : (무심한 듯) 근무자한테 참 관심이 많네요.
정 씨: 심심하니까 그렇죠. 여기 독방 엄청 심심합니다.
원대 : 뭐라도 하세요. 정 씨
정 씨: 아니 요새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독방 있는 게 참 괜찮습니다.
원대: 그래도 빨리 출소하고 밖에서 지내는 게 좋죠.
정 씨 : 주임님 머리스타일이 왜 오늘 좀 잘 이쁘게 안 됐네요. 늦잠 자셨습니까?
원대 :... (말이 안 통하네..)
그런 정 씨를 두고 원대는
어느 정도만 이야기 들어주는 시늉을 하며 복도 CCTV에 잡혀주다가 급하게 용무가 있는 듯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선한 인품을 가지고 있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원대도
이렇게 상대가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용동 근무자실로 들어와
문을 닫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쉽지 않네 아.."
수용동 근무 순환 배치 주기는 6개월.
저 정 씨를 6개월 동안 저렇게 지나갈 때마다 스트레스받으면서 일해야 한다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시해 ~ 원대 부장이~ "
"온 지 얼마 안 된 애라 저러다 말 거야~ 참아"
"아 ~ 원대 씨가 아직 초반이라 그럴 거야 적응되면 괜찮아~"
주위 주임님과 부장들에게 조언을 구해도
뭐 딱히 뾰족한 방안은 없었다.
큰 일이 나기 전까지는 며칠 안 걸렸다.
??: "많이 드셨나 보네요"
한동안 조용하더니
며칠 걸러 또
지나가는 원대의 발걸음을 세우게 하는 수용자.
정 씨.
관심을 유도해 적당히 선은 안 넘으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궁리만 한 듯 하다.
그런 사람을 원대는 조금은 다르게 받아치기로 했다.
원대 : 잘 지내고 있죠~ 예예~
정 씨 : 아니 주임님 좀 들어보십시오 아! 잠깐만요.
'그렇게 할 게 없냐..'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이런 말 해봤자 의미없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넘기기 전략을
계속해서 하기로 한다.
정 씨 : 다른 사람은 저랑 친하게 지내주시고
맛있는 것도 한 번씩 넣어주시던데
왜 이렇게 FM이십니까
나 : 그 근무자는 그 근무자고 나는 나지요~
다 필요 없고~ 본인 삶에 집중해요~
정 씨: (눈을 희번덕 거리며) 도셨습니까?
그때 원대는 잘 못 알아들었나
뇌가 잠깐 멈춘 듯했다.
마음의 준비는 했다만 참..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여태 넘어갔더니 원대에게도 사달이 났다.
CRPT를 불러서 크게 혼내야 하나..
아니면 무시하고 지내야 하나 잠깐을 고민하다가
여전히 무던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직 안 돌았어요 ~ 돌게요 ~
제자리에서 오른발바닥을 지지대 삼아 가볍게 김연아 같은 터닝을 보여주었다.
(샤르르~ 탁)
원대 : 됐죠~?
정 씨는 당황한 듯 보였다.
이게 무슨 행동이신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과 함께
개찰구에서 머리가 멀어진다.
원대는 '됐구나.'라는 직감이 왔다.
정 씨가 쳐다보지 않는 걸 확인한 후 계속 해서 9방쪽으로 순찰을 이어나간다.
다음날 정 씨는
"주임님~" 하며 또 원대에게 말문을 열었지만
원대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고
정 씨에게 말하고 간다.
저 돌았습니다~
정 씨 : 알겠습니다.
네 그럼 순찰을 돌러 갈게요~
그 이후로 순찰하며 8방을 지나가도
정 씨는 원대를 부르지 않았고
혼자 가만히 천장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거나
조금은 넋이 나간 눈빛으로 TV를 보고 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원대는 그렇게 조금씩
수용자를 다루는 스킬과
자기만의 처세술을 익혀 나갔다.
(아주 약간의, 에너지만 써 가면서.)
+@
정 씨는 그 후로도
원대가 아닌 다른 교도관이 지나갈 때면
여전히 말을 건다고 했다.
중심이 잘 잡혀있는 근무자에게는
흥미를 이내 잃고
아직 중심을 덜 잡은 근무자에게는
계속 이것저것 말을 걸면서
직무를 방해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몇 달이 안돼
어느 강압적인 근무자에게
잘못 거슬리게 했다가
보호장비를 차고 징벌방에 갔다 왔으며
징벌이 끝나고 나서는 온순하게
자기 삶에 집중하며 수용생활을 한다고 한다.
맺으며.
교도소에서 일하다 보면
각자 자기만의 일하는 방법이 있다.
법 안에서, 지침 안에서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교정직 공무원의 품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수용자를 대하는 방법과
처세술은 모든 근무자가 다르다는 것.
그게 은근히 재미있다.
교도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은
고객과의 대화에서,
상사 및 동료와의 대화에서
자기를 지킬 줄 아는 대화 기술이 꼭 필요하다.
내일부터 또 각자의 전선에 서게 될
우리 독자님들.
모두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