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by 천천희



이것은 참 평범한 날들 가운데 내게 일어난 특별한 이벤트다.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에 달린 기자님의 제안 댓글 하나로 시작된 이 인터뷰는 청소년 기독교 매거진에 네 장이나 차지하며 실리는 영광을 누렸다.


내 생에 인터뷰라니...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앞으로도 드문 일이지 않을까?'생각했기에 바로 수락했다.


누군가 SNS에서 내게 말했다.


"와~ 원데렐라님은 참 평범하지 않은 일과를 가지고 계시네요. 저는 매일매일이 똑같아서 인터뷰는 먼 얘기 같아 보입니다."


글을 보는 순간 할 말이 생각나, 바로 키보드를 잡고 진지하게 써 내려갔다.


"그렇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 당연한 일과들이 남들에게는 낯선 일상 덩어리예요.

ㅇㅇ님이 제 삶이 궁금한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의 일상이 궁금해요. 내 인생은 나 아닌 누군가는 절대 살아보지 못하는 삶입니다. 우리 삶은 다 특별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의 양식을 살아가기에 나에게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누군가는 내 일상을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의 일상을 궁금해 해주신 기자분 덕분에 나는 인터뷰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내 생의 첫 인터뷰


"안녕하세요 원데렐라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부 ㅇㅇ교도소 보안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차 교도관 원데렐라입니다. 죄를 지어 교도소에 수용된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원데렐라님은 교도관이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32살에 교도관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늦은 나이지요.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있을 때, 교회 집사님께서 ‘교도관이 적성에 맞을 것’이라며 추천을 해 주셨어요.
아마도 제가 교회의 외국인 선교부와 장애우를 섬기는 부서에서 소외된 이들을 챙기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이후 교도관에 대해 알아보면서 점차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나를 사용하면 보람이 있겠다’는 소망이 생겨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시군요. 교도관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기뻤던 기억은 어떤 걸까요?"


"교도관은 수용자가 검찰 조사 및 재판을 받을 때 동행해 안전을 책임지는 일도 합니다. 정확히는 교도소 내부 부서 중 하나인 출정과에서 이 일을 맡지요.
몇 년 전 출정과에서 근무할 때, 한 수용자의 재판에 동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수용자는 집행 유예(형벌을 당장 받지 않고, 일정 기간 모범적으로 법을 준수하면서 지내면 형벌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선고받고 즉시 그 자리에서 풀려났죠. 그 후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바래다주었는데, 그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그를 보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외에도 수용자가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



"일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그럼 어떤 게 있었을까요?"


"교도관들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며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됩니다. 근무할 때에는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어서, 쉴 때 연락을 몰아서 하곤 해요. 외부와 단절되어 스트레스가 쌓이곤 하는데, 독서와 글쓰기로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어요. 또 교도소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교도관들은 교대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체력적 부담도 있죠.
이런 특수한 근무 조건으로 어려운 점도 있지만, 교도소에서 편히 잘 지내는 수용자들을 보면서 드는 회의감으로 마음이 어렵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사회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가해자인 수용자들은 벌써 죄를 다 잊은 듯이 지내는 것을 보면 ‘하나님, 이게 맞는 건가요?’ 하는 의문이 들곤 하죠.
이 문제로 괴로울 때, 주임님께서 ‘죄를 지은 수용자들에게서 시간과 젊음을 빼앗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고통이며 형벌’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또 목사님께서 크리스천으로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조언도 해 주셨고요. 이 말씀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긍휼 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복음을 알지 못해 죄 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교도관이 가져야 할 직업관이 있다면 뭘까요?"

"교도관은 다른 직종보다 더욱 청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용자로부터 청탁의 유혹을 받을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원칙을 지키며 청렴하게 행동해야 그들을 선한 길로 이끌 수 있습니다.

또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협력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제가 처음 교도관이 되었을 때, ‘내가 다 수용자들을 변화시켜야지’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일했어요. 그런데 이내 일하면서 수용자들에게 손톱만큼의 영향도 주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했죠. 수용자를 변화시키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여러 교도관들이 다각도로 접근, 지원해야 수용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교도관도 혼자서는 변화시키기 쉽지 않겠군요. 혹시나 이 인터뷰를 보면서 교도관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교도관이 되려면 지식도 필요하지만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교도관이야말로 몸으로 체험하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가 있어야 하거 든요. 예를 들어 수용자가 멋대로 행동하려 할 때, 여유를 잃지 않고 통제하는 인간관계 기술은 지식으로는 알 수 없죠.
그래서 교도관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해 보기를 권해요. 교회 봉사나 아르바이트, 해외여행도 좋고요. 또 고생했던 경험도 다 도움이 됩니다. 제가 이전에 겪은 어려운 일을 마주한 수용자들에게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신뢰감과 유대감이 많이 쌓였어요. 그러니 어떤 경험이든 도전해 보길 권합니다. "


"네. 원데렐라 교도관님은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박효진 장로님이라고 전직 교도관 분이 계신데, 그분은 사형수부터 문제 수용자까지 약 천 명이 넘는 수용자들에게 전도를 하셨어요. 그분처럼은 못해도 수용자 한 명에게라도 복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교도소 내 신우회에 소속된 교도관들과 함께 복음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수용자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복음으로 직원 한 명이 변화되면, 그 직원이 맡고 있는 몇 백 명의 수용자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믿는 하나님을 같이 믿어보고 싶다는 직원이 나올 때까지 믿음으로 달려갈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크리스천 교도관으로서 일하는 삶을 책으로 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자님은 인터뷰 때와는 다른 느낌의, 더 친근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원데렐라님~ 정말 2시간 동안 인터뷰라는 걸 잊은 채 들었어요. 호호.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왜 이렇게 흥미로운지 모르겠네요. "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귀한 이야기들을 대방출해 주셨어요. 본인도 살아가는데 힘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감사했습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인터뷰 내내 빨개진 얼굴로 얘기했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기자님의 칭찬 세례에 빨간 내 얼굴빛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기자님의 눈에는 내가 홍익인간으로 보였겠지?




발간 후 증정품으로 받은 매거진에 인터뷰 코너에 내 사진과 첨부한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는 걸 보니 '인터뷰를 정말 하긴 했구나' 와닿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공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잠깐 취해졌다가 정신을 차리곤 했다. 인터뷰 코너 앞뒤로 페이지를 들춰보았다. 다른 페이지에도 적혀있는 똑같은 글자지만 내 인터뷰 글자들은 괜히 더 선명해보였다.


내 생의 첫 인터뷰는 어느 날의 꿈처럼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직업의 확신이, 누군가에게는 시야의 확장이, 누군가에게는 교정직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존재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작이 반이다.'

포기 하지 않고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이런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블로그가 전혀 아니었는데 열심히 글을 쓰다보니 점점 책 출판과 가까워질 것만 같은 일들이 많아지고 있어 감사하다. 여러분도 일상을 벗어난 이벤트가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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