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곰천사 Oct 30. 2016

아, 가엾은 나이아가라!

남미로 맨땅에 헤딩 -14

이구아수 폭포로 향하는 열차

저렴한 여행자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는 버스표를 예매한 후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구아수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힌다. 푸에르토 이구아수 마을에서 셔틀버스로 약 20분이면 이구아수 폭포 정문에 닿는다. 입장료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20페소, 외국인은 100페소다. 외국인이라고 5배나 넘는 금액을 받는다. 이곳뿐 아니라 남미의 주요 관광지 입장료에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둔다. 도둑놈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기까지 왔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하오를 넘긴 국립공원은 몹시 뜨거웠다. 게다가 국립공원은 매우 넓어 도보로는 이동할 수 없어 보였다. 조금 더 걷자 작은 기차역이 나왔다. 잠시 후 폭포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작은 기차가 도착했다.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기차 운임은 필요 없다. 덜컹덜컹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고 약 30분을 더 들어가면 이구아수 폭포 관광의 백미,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 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부터는 약 1.2km를 이구아수 강 위에 놓인 철제 다리를 따라 도보로 접근해야 했다. 길은 끝없이 이어졌고 밑으로는 거대한 이구아수 강이 유유히 흘렀다. 독특한 무늬의 나비와 신비한 작은 새들, 그리고 ‘수루 비(Surubí)’라는 팔뚝만 한 크기의 메기를 닮은 물고기에게 눈길을 주면서 폭포 쪽으로 서서히 접근했다. 강폭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는데 갑자기 전방에서 으르렁 거리는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폭포가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바라본 이구아수 폭포 전경

곧이어 난간이 끝나는 지점이 보였고 웅성거리는 관광객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악마의 목구멍은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로 가히 충격이었다. 이구아수 폭포 밑의 틈을 가리키는 악마의 목구멍 주변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물보라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폭포 아래로는 쌍무지개가 떴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크고 작은 폭포가 좌우로 쏟아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대자연이 주는 거대함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어느 시인이 이구아수 폭포를 본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문하고서는


“아, 가엾은 나이아가라”


라고 읊조렸다는 이야기가 실감 날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산악인도 대자연 앞에 신이 났는지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크게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 넋 놓고 바라보는 이구아수. 거대한 공원, 거대한 강, 거대한 폭포,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 남미에 와서 처음 마주한 대자연 종합 선물세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남미의 본모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