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맨땅에 헤딩 -39
오늘은 산티아고 근교 나들이. 체크아웃하고 떠나는 명주 누님과 캐나다에서 온 카트리나 누님과 동행했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한 버스는 약 1시간 30분 만에 비냐 델 마르(Viña del Mar)에 닿았다. 해수욕장을 따라 고급 호텔과 아파트, 각종 유흥 시설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산티아고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 도시.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해변으로 향했다. 기가 막힌 해안 절벽과 드넓은 백사장, 그 뒤로 펼쳐지는 장엄한 태평양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반대편엔 유럽풍의 가옥과 골목이 많아 지중해의 해안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왼쪽 바다 저 멀리 오후에 방문할 발파라이소 항구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와우! 판타스틱 비치!”
를 연신 외치던 카트리나 누님은 신이 난 듯 해변을 향해 달려가 발을 담갔고 곧이어 우리도 그녀를 따라 해변으로 이동했다.
해변에는 무더위를 맞아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파라솔 아래엔 태닝을 즐기는 미녀들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풋살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파도가 제법 세게 몰아치는데도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어린 소녀들은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열심히 만들던 모래성이 무너지자 그만 울고 만다.
해변도로에 있는 대형 꽃시계는 이곳의 얼굴. 시내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만들어진 커다란 꽃시계 동산은 1962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꽃시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이는 것이 이곳에서 가장 ‘핫’한 장소임을 증명했다. 꽃시계 뒤편의 카스티요 언덕(Cerro Castillo)엔 부자들이 사는지 고급 주택가가 밀집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전망이 좋은 해변 산책로가 이어졌다. 산책로 끝엔 바다를 향해 우뚝 솟은 작은 불프 성(Castillo Wulff)이 서있다. 세워진 지 100년이 넘은 성으로 비냐 델 마르를 대표하는 건축물. 특히 아찔한 절벽 위에 자리한 테라스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해변을 바라본다. 물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작은 가방 안엔 카메라와 지도뿐이다. 여분의 옷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 참 아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