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대신 읽어 줍니다 (1호)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유명한 무신사. 2019년 이미 2.3조 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자산총계가 4,161억 원이고, 2021년 무신사 자산규모가 1조 원이니 2배 이상 증가한 셈입니다. 물론 절대 자산만 가지고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영업이익, 현금흐름 창출 능력, 시장상황과 지배력 등 따져 보아야 할 요소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복잡한 건 알겠는데, 그럼 무신사가 얼마짜리 라는 거야?
그동안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1조 원 평가받은’ 유니콘 등 신생 기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2001년 창립의 20년 역사를 지닌, 재무제표 작성 기수조차 10년을 넘긴 오래된 기업입니다.
워낙 “다 무신사랑해” TV-CF에서 보여준 ‘센’ 이미지와 주 고객층이 MZ세대이다 보니 가려진 ‘주식회사’ 무신사. 2021년 재무제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살펴볼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기업을 이야기할 때는 주요 사업, 시장 상황, 경영진 등 종합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재무제표는 결산을 마친 후 재무정보로 ‘기업의 과거 그림자’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사 경우는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가 유일하게 공개되는 기업 정보입니다. 지난해와 달라진 특징적인 수치만 체크해도 회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산 규모가 2배로 늘어나 1조 원이 되었습니다. 연결기준 2020년까지 ㈜무신사의 자산총계는 4,922억 원이었습니다. 자산이란 쉽게 말해 회사가 가진 재산으로 ‘팔 수 있고’, ‘회사가 소유한’ 모든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회사랑 규모(덩치)를 비교하기 편하도록 ‘화폐(원)’ 단위로 환산해 두는데 보통 자산의 점진적인 증가를 ‘성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격한 변화는 반드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불량 자산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무신사의 무형자산이 54억 원 → 2,510억 원으로 변합니다. 정확히는 2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큰 금액의 무형자산 ‘영업권’이 발생했습니다. ㈜스타일쉐어와 29CM이라는 여성 패션 플랫폼을 3,000억 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인수하였는데 장부가치 차액을 영업권으로 재무제표에 표시했습니다. Z세대 패션 어플을 운영하는 ㈜스타일쉐어는 2020년 기준 자산총계 625억 원, 매출액 407억 원을 기록한 기업입니다. 그 외에도 ㈜어바웃블랭크앤코 인수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영업권 수치만 보고 적절한 투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신사가 M&A를 통해 자산 규모를 1조 원 이상으로 키웠다는 점,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작은 기업에도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M&A 전략을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도 시장의 2등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무신사가 진짜 그런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패션 버티컬 플랫폼* 경쟁사인 w컨셉 ㈜더블유컨셉은 2021년 자산총계 569억 원, 매출액 1,013억 원이며, 지그재그 ㈜카카오스타일(구, 크로키닷컴㈜)은 1,304억 원의 자산규모에 652억 원 매출, -37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6500여 개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무신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버티컬 플랫폼이란 뷰티면 뷰티, 세면 세대 등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둘째, 기타금융부채 중에 예수금이 674억 원 → 1,418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예수금은 회계용어 정의로는 ‘거래와 관련하여 임시로 보관하는 자금을 의미하며, 회사가 거래처 또는 임직원으로부터 임시로 수령한 자금(예수금Deposit, 豫受金)’입니다. 무신사는 수백 개의 패션 브랜드를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예수금이 늘어난다는 점은 그만큼 무신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브랜드가 많아진 걸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패션 쪽에서 점점 무신사가 만든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셋째, 무신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122%로 전년도 193%에 비해 많이 낮아졌습니다. 물론 무신사는 투자로 인한 상환전환우선주부채 590억 원 외 단기차입금 554억 원, 장기차입금 1,707억 원 등 약 2,800억 원의 부채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자본 4,780억 원이 있고, 기말의 현금 1,865억 원을 감안한다면 유동성의 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2021년 부채비율이 낮아진 직접적인 이유는 ‘자본확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전환권대가 1,707억 원으로 기타자본이 늘었습니다.
넷째, 무신사의 매출액이 2020년 대비 41% 증가한 4,667억 원이며, 2017년 이후 매년 평균 60% 이상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연간 거래액이 약 2.3조 원이라는 보도가 있으며, 국내 패션 플랫폼 중에 최고의 거래액이라고 합니다. 주석26번 수익에는 매출액을 상품매출, 제품매출, 수수료매출, 기타로 나누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2020년부터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라인업을 갖추고, 2021년에는 플래그십 스토어 홍대점을 신규 오픈합니다. 회사가 직접 제조해서 판매하는 매출 ‘제품매출’ 871억 원이 무신사 스탠다드 관련 숫자입니다. 2021년 전체 매출의 19% 정도이고, 매년 2% → 5% → 19%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0%의 매출비중을 가진 상품매출은 외부 브랜드를 가져와 파는(매입 브랜드 등) 것이고,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을 통해 플랫폼에 입점된 판매자 사용 수수료가 1,810억 원(2021년) 수수료매출입니다. 거래액 2.3조 원 기준으로 나눠보면 수수료율이 8%로 나오는데 반품 10% 정도와 상품, 제품, 기타매출을 빼고 나면 10%까지 올라갑니다. 실제 수수료율은 조금 더 오르겠지만, 재무제표 상으로 계산은 이 정도입니다.
2021년 영업이익 541억 원, 영업이익률 11.6%. 무신사를 유니콘 기업으로 호칭했던 이유는 패션 플랫폼이자, 높은 이익률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2017~2019년까지 20~30% 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최근에는 낮아진 면이 보입니다. 그러나 매출액 규모를 키우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비용 중에 인건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가 점점 더 많이 지출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전분야에서 채용이 대거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 이익률이 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수백억 원의 이익을 매년 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 성격 상 인적자원이 가진 잠재력도 무시 못할 것입니다. 무신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약 14% 영업이익률을 적게만 생각하면 욕심이 많은 거죠. 돈 이렇게 잘 버는데….
다섯째, 무신사 손익계산서에서 가장 튀는 숫자는 당기순이익입니다. 보통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 보다 적게 마련입니다. 법인세 세금 20%가 나간 후 회사가 최종 가져가는 이익입니다. 그런데 2021년 무신사는 ‘영업이익 541억 원 < 당기순이익 1,15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이 더 많습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당기손익인식-금융부채평가이익 755억 원이 반영되어서 그렇습니다. 이 금융부채는 ‘상환전환우선주부채’입니다. 무신사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400억 원 정도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무신사가 어떤 경영활동을 펼쳐 왔는지 현금흐름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더 들어오고 있으며, 외부 투자자로 조달한 금액은 2019년에 920억 원의 유형자산 취득 외에는 금융자산 쪽에 파킹해 둔 기록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2021년 4,030억 원의 투자활동현금흐름도 종속기업 취득 순현금 유출 1,290억 원 외에 큰 금액은 금융자산 취득 2,016억 원입니다. 향후 무신사가 어떤 투자를 진행할 지는 모르겠지만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은 몇 년치 패턴을 통해서 해당 기업의 성장단계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성장기 기업은 영업으로 돈을 벌고, 투자에 적극적이며(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원할합니다. 2021년을 기점에는 무신사는 성장기 중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는 기업처럼 느껴집니다. 재무활동의 장기차입금 1,220억 원, 전환상환우선주 1,277억 원으로 조달한 자금 등 2,800억 원의 현금 유입액이 있습니다. 이 많은 돈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게다가 종속기업 인수 등으로 전에 없이 ㈜무신사가 ‘벌크업’된 상태입니다. IPO 이야기가 몇 년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무신사가 자금조달을 위해서 상장을 할 까닭은 없어 보입니다. 투자자가 자금 회수를 요청한다면 "막 말로 지금 바로 현금을 쏴 줄 수 있는" 정도입니다. 보통 스타트업 기업들은 IPO를 위해 기업가치를 더 받기 위해 자산규모를 올립니다. 1조 원의 무신사가 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팍팍 자산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Why? 왜 그럴까요?
또 한 편 무신사의 2021년 종속기업 리스트를 관찰해 보면, 합병과 정리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업구조 조정을 내부에서 고심하고 있는듯 싶습니다. 무신사를 유니클로와 탑텐의 신성통산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의류를 판매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니클로를 대체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결’이 다른 비즈니스입니다. 스트릿 패션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옷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를 다루는 기업입니다. 2022년 무신사가 꿈꾸는 세상은…. 패션의 모든 것을 하고 싶은 기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무신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비전과 미션은 다를 듯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본 ㈜무신사의 재무제표는 오랫동안 '야생'(스트릿)에서 커온 터라 '강자가 살아남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전략적인 회사' 같아 보입니다.
[참고] 과거 무신사 관련 글
https://brunch.co.kr/@lshkorea/65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참고 자료 출처 -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제공하는 딥서치 https://www.deepsearch.com/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Dart 또는 unsplash.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