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의 비밀(4)
“재무제표로 사업모델과 Insight를 캐치한다”
무신사가 2,000억 원 정도의 투자 유치를 한다는 소식에 제2의 ‘스타일난다’라던지, 패션 유니콘 기업이라는 둥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마어마한 기업가치 숫자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투자자인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세쿼이아이캐피탈이 무신사 기업가치를 2.3조 원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당장 재무제표를 열어봤습니다. 2018년 기준 자산총계 970억 원입니다. 장부가치 970억 원이 VC의 평가 기업가치 ↗ 2.3조 원이라…. 글세? 뭐 세쿼이아이캐피탈이 평가가 다소 부풀려 진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현재의 장부가치 이상으로 성장할 기업이라는 신호로는 충분합니다. 물론 큰 숫자에 마냥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무신사라는 어떤 회사인지, 숫자로 판단해 보는 재미를 가져볼까요?
▶회 사 명: 무신사
▶회사개요: 주식회사 그랩(이하 "당사"라 함)은 2012년 6월 25일 설립되어 컨텐츠 기획 및 개발업(패션, 문화, 라이프스타일 관련), 온라인 의류 판매업, 전자상거래업, 광고대행업 등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본점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 주 주: 조만호 77%.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무신사를 치니, 손쉽게 비상장사인 회사 재무제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무제표 주석1번 상으로는 회사이름이 ‘그랩’입니다. 뭐, 패션 그리고 브랜드가 중요한 회사 이름은 다들 이런가 봅니다. 사업자등록증 상의 회사명과 홈페이지 이름이 다르다든지, 주력 브랜드가 회사 이름이 된다든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스타일난다의 정식 회사명칭은 ‘㈜난다’였습니다.
비상장사다 보니 아마도 2019년의 성장이 더 크겠지만 2018년까지의 재무제표 상황까지만 살펴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자산총계 970억 원, 부채비율 81% 이도 직년 연도는 46%뿐이니 거의 빚 없이 경영했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자본총계가 536억 원인데 이익잉여금이 535억 원. 즉 대부분 손익에서 난 스스로 벌어 들인 이익으로 성장한 흔적입니다.
자산이 2017년 552억 원 → 2018년 970억 원으로 2배 정도 증가합니다. 미수금, 재고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이 각각 많이 늘었습니다. 재고나 미수가 매출액과 비교해서 과하게 늘었다면 문제겠지만, 매출이 늘어서 생긴 거라면 좋습니다. 회사가 여유가 돼서 주식투자를 했나 싶어, ‘매도가능금융자산’ 주석을 살펴 보니, 비앤엠로지스, 무신사파터너스, 굿네이션, 엑스투소프트, 무신사조합의 지분증권을 사들인 탓입니다. 관계기업이 많이 늘었습니다. 어떤 성격의 기업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확장하기 위한 ‘말’들을 포진해 둔 듯 합니다.
부채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금액이 ‘예수금’입니다. 이게 2015~2016년에는 선수금 큰 숫자였는데 변했습니다. 선수금은 좋은 부채라고 불리는 항목입니다. 고객이 주문을 한 것에 대한 대가를 아직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앞으로 발생할 매출, 약속된 매출에 대한 부채항목입니다. 근데 예수금은 뭘까요? 예수금은 ‘거래와 관련하여 임시로 보관하는 자금’으로 고객으로부터 수령한 돈을 의미합니다. 무신사의 고객이면 직접 패션상품을 사는 소비자와 입점해서 무신사 플랫폼의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양쪽 다 Deposit의 개념으로 맡긴 돈이라면 무신사 입장에서는 차입금과 같은 빚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부채 숫자입니다. 2018년의 예수금이 280억 원에 달합니다. 그만큼 고객 관계가 증가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엇보다 신생기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매출의 급상승과 이익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329억 원 ↗ 472억 원 ↗ 677억 원 ↗ 1,081억 원으로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라면 또 규모로 봐서 아무리 매출이 잘 나온다고 해도 1,000억 원대 기업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매출은 수수료매출과 상품매출이 합쳐진 것입니다. 무신사라는 쇼핑몰(뭐 플랫폼이라고 합니다)을 이용하는 입점 회사들이 내는 수수료가 매출액이니 실제 이 무신사라는 공간을 통해서 이뤄지는 전체 거래량은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조금 신기한 건 상품 매출액도 꽤 비중(42%)이 된다는 점입니다. 패션(의류 등) 관련 기업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총이익이 높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하면 큰 폭의 마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신사도 상품원가는 109억 원이니 수수료도 받고, 좋은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목 좋은 곳)에 직접 물건도 파니 1석 2조입니다. 게다가 온라인이니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어랏! 근데 2018년에 인건비는 68억 원뿐인데 광고선전비가 134억 원이네요. 저는 무신사 광고를 본 적이 없는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2018년입니다.
현금흐름의 패턴은 영업 + 투자 (–) 재무 (-)을 보입니다. 전형적인 우량기업의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이 성숙한 시장도 아닌데 말입니다. 좀 자세히 보면, 재무활동은 배당금 나간 게 다입니다. 강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산, 투자 등 재무제표 곳곳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역시나 돈 잘 벌어서 현금이 잘 들어오면 기업의 건강에 제일 좋습니다.(당연한 이야기죠) 재무상태, 손익, 현금흐름 대략만 봐도 참 좋은 기업입니다. 향후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도 됩니다. 글로벌 투자자가 붙을 정도면 ‘좋은 기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혹시 무신사의 과거에 대해서 이미 아신다면, 성장 스토리가 참 좋다. 평할 것입니다. 만약 무신사가 미국기업이고 이런 성공 이야기가 알려진다면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스니커즈 덕후로부터 출발한 기업입니다.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는 그가 고등학생일 때 한정판 운동화 카페를 운영했고, 이를 대학교 가서는 길거리 패션 커뮤니티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지금의 무신사는 그때 그 고등학생의 꿈이 비즈니스로 “Dream Come True!”된 셈입니다.
현재 무신사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플랫폼입니다. 현재 회원수 550만 명, 입점 브랜드 3,5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재무제표 상으로 봐도 마치 예전의 쿠팡, 티몬 등의 소셜커머스 초창기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물건을 파는 플랫폼으로 고객과 판매자가 모인다는 점은 같지만, 차이점은 ‘패션 브랜드’로 차별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에 재무제표를 읽어 보았던 기업 ‘스타일난다’, ‘대명화학’을 떠올리게 합니다. 스타일난다 역시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실제로 지분 매각이 이뤄진 케이스입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얄이 중국에 진출한 스타일난다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해 6,000억 원 샀습니다. 대명화학은 작은 패션브랜드 회사를 지속적으로 M&A하여, 패션사업에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패션이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걸 아는 회사입니다.
패션 브랜드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아래 “선글라스 브랜드 기업 젠틀몬스터”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선글라스 브랜드 기업 젠틀몬스터 https://brunch.co.kr/@lshkorea/52
무신사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재무제표 상에 나온 숫자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소개합니다. 무신사와 같은 패션쇼핑몰을 [패션 편집숍]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여성 쪽은 이미 여러 개의 패션 편집숍이 많지만 남성은 이곳 무신사가 거의 시장을 평정한 분위기라고 합니다. 게다가 무신사가 지난 2017~2018년 광고선전비를 많이 투자한 것으로 온라인, 옥외/버스 광고까지 많이 하고 있으며 이는 코어 타겟인 남성에서 여성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패션뿐만 아니라 공유오피스 등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쪽으로도 사업확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 빠른 사업전개의 비결은 무신사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독점 라인을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 바탕이 된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뭔가를 만들고, 치고 빠지는…. 재고자산을 많이 갖지도 않는 “랭킹, 세일, 업데이트, 단독”으로 구분되는 판매 기획이 소비자에게 먹히는 결과입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회원 또는 고객에게 패션 스타일을 선도적으로 소개도 하고, 관련한 독특한 이벤트를 통해 이끌어 나갑니다. 무신사는 하이트진로가 협업으로 참이슬 백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게 발매 5분만에 400개 완판되었고, 49,000원에 팔린 이 가방은 한정판이라서 중고판매 사이트에서는 30만 원으로 거래될 정도입니다. 패션브랜드 입점뿐만 아니라 자체 상품매출도 있는 걸 봤는데 이런 이벤트는 무신사 브랜드 가치를 유니크하게 만드는 활동이자, 동시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무신사에서만 살 수 있으니까요….
이미 잘 알려진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유통의 힘을 온라인, 모바일로 옮겨 새롭게 정의합니다. 어떻게 고객이 아니 사람들이 모이게 하느냐는 늘 고민거리입니다. 게다가 모이게 만든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오프라인 상점이 없는 대신 높은 마진율을 가져갈 수 있지만, 사실 비슷한 구조의 경쟁자가 생기는 건 아주 쉽습니다. 과거 소셜 커머스 시장 초기에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은 결국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론은 작은 차이로 고객들이 또는 시장 플레이들이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 오고, 그곳에서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 시장이, 백화점이, 마트가 역할을 했다만 이제는 인터넷 쇼핑, 소셜커머스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을 만들기는 쉬운 대신 새로운 시장이 생겨서 버림 받기도 쉽습니다. 우선 ‘최저가’ 검색이 무섭죠.
무신사는 그런 면에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줍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단점을 패션이라는 종목에서 커버합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개성적인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선도할 수 있는 감각. 그 작은 차이점을 무신사가 가진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고객 데이터의 분석이 이를 이루게 했을 거 같은데 꼭 그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솔직히 직접 무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 가입해서 사이트 둘러 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왜 사람들이 여길 좋아하는지는… 저는 패피(패션 피플)가 아닌가 봅니다. 다만 재무제표 숫자를 보니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네요. 그냥 이정도 숫자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2019년은 지난해 보다 2배 이상의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최종까지 잘 이뤄지고, 국내를 벗어난 글로벌 기업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어째거나 고등학교 때부터 이 업종에 쭈욱 키워온 30대 CEO.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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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FY18~14 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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