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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재무제표 읽기(Feat. 교보생명보험)

#시사회계 #보험주_왜_상승하지?

금융사 재무제표 중에 보험社는 보험상품이 워낙 복잡하고, 재무제표 읽기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편입니다. 사실 은행이나 증권도 상품이 다양하긴 마찬가지지만 보험은 생명, 화재, 손실 등 삼성생명, 현대화재 등 보험사끼리도 주력 상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핑계인데... 금융용어도 어렵고..."

그러는 와중 최근 들리는 소리는 보험사 실적이 2023년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 효과인지 올 상반기부터 주가도 굉장히 높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에는 작년 새 회계제도 IFRS17을 적용한 결과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IFRS17 덕분이라..."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니깐 이익이 난다?” 실제로 돈을 번 건 아니라는 건지…. 여하튼 보험사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에서는 회계적 이익이 반영된 것이니, 배당이나 성과급을 많이 가져가지 말라고 엄포도 놓더라고요. “자유시장 경제 정부가 그래도 되나?”  

겸사해 한 번 꾹 참고 보험사 재무제표를 보는 게 어떨까 싶어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 재무제표를 열어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IFRS17의 적용> 보험회계의 변화는 갑작스러운 뉴스는 아닙니다. 2~3년전부터 새 회계기준의 도입이 준비되어 왔습니다. 보험사들도 2018년부터 인지한 상태고요. 보험사의 재무제표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알아야 회계기준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바로 눈에 보이는 게 재무제표 기수가 66기입니다. 보험업은 굉장히 역사가 깊은 산업입니다. 건강보험, 종신보험,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치아보험 등 산업이 발전할수록 보험 가지수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상품의 역사성 때문에 보험사 재무제표가 더 어려울 수 있겠네요.” 

국내 보험사 중 대형3사 중에 하나가 교보생명보험입니다. 작은 기업이 아닙니다.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의 2022년 자산총계를 보면 130조 8,806억 원이에요. 이름 있는 금융사들 대부분 규모가 큰 편인데 교보생명보험도 그렇습니다. 부채 역시 123조 9,551억 원, 자본은 약 6.9조 원. 금융산업이 다른 데에 비해 자산규모가 큰 이유는 큰 자본을 조달해 금융상품을 굴려야 이익이 발생하는 산업입니다. 거칠게 말해 “돈 놀이” 위험을 보장해 주기 위해 자본도 빵빵해야 하고, 1~2%의 자금조달 차이에서도 큰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야 합니다. 


재무상태표의 주요 자산은 <단기매매금융자산> 약 11조 원, <매도가능금융자산> 33조 원, <만기보유금융자산> 26조 원, <대출채권> 24.8조 원 정도 됩니다. 은행과 증권 보다는 투자한 금융자산이 더 많아 보입니다. 비중이 그럴 듯싶은데 구체적으로 주석을 보면 국공채와 특수부채가 대부분이네요. 자산 중에 <특별계정자산> 24.4조 원이 따로 잡혀 있는데 이건 직장인 연금보험을 따로 빼놓은 계정입니다.


보험사 재무제표에도 <유형자산>, <투자부동산>, <무형자산> 등 다른 자산이 있지만 영업용 자산은 앞에 본 금융자산이 대부분으로 금융자산의 변화에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또한 가장 챙겨야할 항목은 바로 부채 중의 <보험계약부채>입니다.

교보생명보험 역시 <보험계약부채>가 가장 큰 금액인 81조 원이 잡혀 있습니다. 고객이 보험사에 납입한 보험금액에 따라 향후 보험사가 고객이 아프거나 사망했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급해야 할 돈의 규모입니다. 물론 그 외에도 <차입부채>도 있습니다. 교보생명보험은 5.6조 원의 차입부채가 있는데 보험사가 보험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 외에 금융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내기도 하기 때문에 차입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2022년 교보생명보험㈜ 영업수익을 보면 26조 1,952억 원이고, 그리고 영업비용이 25조 원 정도 돼서 영업이익 5,71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 전년도인 21년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좀 낮아진 상태인데요. 다만 당기순이익은 5,012억 원으로 직전 연도 5,257억 원에 비해서 비슷한 수준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수익은 13조 원입니다만 영업이익 8,052억 원으로 기말 결산이 끝나 4분기까지 실적을 합치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영업수익이 2022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입니다. 영업이익률이 3% → 7%로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IFRS17의 가장 큰 변화는 <보험계약부채> 평가액을 원가에서 현행가치로 조정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내줄 보험금에 대한 현재 가치의 평가를 해서 재무제표에 반영한다는 건데 이 외에 수익을 한 번에 인식하는 게 아니라(최초 보험료 + 계속 보험료) 해당 회기에 내는 보험료로만 수익을 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시납 보험료가 들어와도 10년 납입 기준이면 1/10만 수익으로 잡는 거죠. 


2가지 변화가 보험사의 영업수익 감소와 이익 증가를 이끌어 냅니다. 우선 영업수익은 팍 줄어든 건 그전에 합산하여 잡던 수익을 보험계약 사항에 따라 나눠서 기재해서... 그리고 <보험계약부채>는 최근 고금리의 혜택을 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진 금융상품의 평가이익이 증가하는데 향후 주기로 한 <보험계약부채> 속의 상품은 과거 4~5년 시절의 저금리 때 만든 상품이라서.... 


조금 정리하자면 이번 회계기준의 변화 효과는 보험사가 좀 무리한 영업을 해 장기적으로 봐서는 손실인 경우 재무제표 상으로 손실이 반영되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현재 금리가 좋거나 투자결과가 좋으면 과거 보험사에 유리한 조건의 보험상품 판매에 대한 이익 반영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보험사가 과거 실적 부풀리기 등 거품이 이제는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 보험사 <주석>을 통해서 알아 낼 수 있는 사항은 영업수익을 나눠 놓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며, 교보생명보험은 보험료 수익이 약 13조 원이고, 이자수익이 3조 원으로 찍힙니다. 이건 좀 살펴봐야 될 상황이고요. 워낙 큰 규모의 금융상품을 합쳐 놓았기에 금융상품평가 및 처분이익이 4조 원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석1번 <연결대상 회사의 개요>에는 교보생명보험이 1958년에 설립되었으며 전국에 지점 481개의 조직을 갖고 있는 전국구 보험사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흥미로운 건 보험 상품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보험상품은 90종이고, 판매 중지가 396종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험은 장기상품일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의 재무상황은 결국 그간 판매되고 누적된 상품을 고려해 살펴야 한다는 점. 최대주주는 신창재 씨로 지분율 33.7%입니다.


♦소결 – 보험사 재무제표는 보통 200페이지가 넘습니다. 금융자산과 금융상품에 대한 추가 설명이 많은 편인데 대략의 분포를 알 수 있을 정도이지 각 상품별 손익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보험계약이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장기성을 띈 것이라 어떤 계약조건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재무제표에 디테일이 나와있지 않죠) 정부 규제가 높은 이유도 혹시나 보험사가 망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피해자(펀드 투자 피해자와는 차원이 다른)가 나올 수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할 산업입니다. 보험사만 위험을 감지할 수 있을 테니 더욱 더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에는 보험사의 손익과 자산현황을 대략은 알 수 있는 숫자가 기록됩니다. 그동안은 다소 왜곡된 정보가 누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FRS17의 적용은 보험사의 실체를 좀더 재무제표가 나타낼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부채와 수익(매출액)을 손봤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회계기준이 변경되는 시점(2023년 실적을 보게되는 2024년 초반)에는 전과 달라진 재무제표 숫자를 전과 동일 비교하면 안됩니다. 회계기준의 새로운 적용에 따라 전과 다른 숫자의 패턴이 등장합니다. 이게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죠. 이번 보험사 주가의 급등의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회계기준의 영향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이익이 증가했다”라고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보생명보험만 보면 2023년 수익은 줄었지만 <보험계약부채>에 대한 부담이 역시 줄어서 영업이익이익률이 증가하는 일시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게 다른 보험사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회계기준 영향이 동일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삼성생명은 2022년 40조 3,310억 원의 영업수익에 1조 3,86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23.1.30 삼성생명 공시자료를 보면 2023년 매출액 30조 9,370억 원으로 -23% 감소를 했으나, 영업이익 2조 3,983억 원으로 73% 상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변동 사유로는 “4.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동 주요원인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IFRS17) 및 제1109호(IFRS9) 적용에 따른 매출액 및 영업이익 등 변동”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회계적 변화이지만 이익률 4% → 8%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양생명의 경우도 2022년 10조 2,796억 원의 영업수익에 1,299억 원의 영업이익이 3.2조 원의 매출액과 3,343억 원의 영업이익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이익의 상승만큼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동양생명 역시 공시를 통해 주요 원인을 "회계기준변경에 따른 매출액, 영업이익 등 변경"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1월부터 시작된 보험사의 단기적인 주가상승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2023년 결산 결과는 영업수익이 줄고, 이익은 증가하니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전에 없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보험사 실적이 예전과 달리 좋게 보여 진다는 건 확실하나, 2023년 결산 재무제표는 실제 영업실적이 아니라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인지하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것이 오히려 좀더 보험사의 실체에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에 2024년에도 7~8%의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 외의 보험사가 투자한 금융상품의 계정변경 등까지 고려한다면 새 회계기준이 적용된 재무제표가 1~2번 더 나와야 완벽한 판단이 설 것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보험사 재무제표인데 회계기준까지 바뀐 후이니 가장 주의해야 할 핵심 재무제표 숫자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계약부채>, <순자산>, <보험수익> 등 향후 얼마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보험사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본은 튼튼한지... 실제로 이익을 내는 수익에 보험수수료와 투자이익은 어떤 구성으로 가져가는지 말입니다.  보험사 재무제표가 양도 많고, 어려운 용어가 많습니다만, 살짝 포기할 건 스킵하고 중요한 숫자만 체크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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