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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재무제표 어디에?

지난해 걸그룹 블랙핑크의 재계약 금액이 얼마였는지? 궁금합니다. 블랙핑크에 관심이 많은 팬클럽뿐만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투자자 역시 각기 다른 이유겠지만 계약금이 얼마인지 알고 싶습니다.


계약금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소속사의 가치와 직결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4/03/22/ZIM5UQK65FDVBGBOGUHNAQUGR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2023년 재무제표가 공개되는 요즘, 지난해 벌어진 일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을 ‘무형자산’ 주석으로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블랙핑크가 속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는 무형자산의 하위 항목으로 아예 <전속계약금>이라는 계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2023년 YG엔터는 전속계약금 451억 원을 취득했고, 93억 원을 감가상각합니다. 지난해 블랙핑크가 YG엔터랑 재계약을 했다고 하니 취득액의 대부분이 블랙핑크 팀활동 전속계약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블랙핑크의 계약금이 451억 원 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YG엔터에 블랙핑크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엔터 산업의 성격상 소속사와 아티스트(연예인, 가수, 배우 등) 사이의 계약사항은 ‘대외비’로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얼마를 주고 받는지 공개되는 게 연예인이나 회사 양쪽 다 이득은 아닐테니까요. 생각해 보면 "인기는 한 순간"이라고 언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를 연예계 생리상.....


아이돌의 경우 신인 가수나 아직 연습생인 아티스트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만만찮은데 불공정한 계약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개 표준계약 관행이 자리잡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엔터테인먼트 각사마다 전속계약금 등을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방법이 좀 다릅니다.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는 그래도 동일 비교가 되도록 무형자산 <전속계약금>을 표기하네요. 그동안 그렇게 큰 금액이 찍히지 않았습니다. 잘 사용하지 않던 항목인데 2022년 133억 원의 취득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아마 트와이스 전속계약과 관련된 숫자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어쩌면 빅스타의 경우엔 숨길 수 없는 정보이고 숫자 자체도 크니 어느 정도는 오픈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장사로 커진 엔터 회사는 무형자산 항목을 잘 쓰지만 그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예인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기재할 때는 <선급금>이라는 자산 항목을 사용했습니다. “회사의 자산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지불된 자금(계약금)”의 개념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엔터 회사는 굳이 무형자산으로 구분해 재무제표에 표기할 유인이 없어 보입니다. "전속계여금을 선급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연관되어 키우고 있는 연예인 즉 연습생을 위한 비용은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와 유사한 비용처리를 합니다. JYP엔터는 이를 <신인개발비>라는 항목을 사용하는데 지난해 8.5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소속 연예인을 키울 때 드는 비용을 판매관리비 쪽에 넣는 이유는 매년 일정 수준의 신인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비용의 규모를 정할 수 있는 <판매관리비>를 활용합니다. 연습생이거나 배우 지망 연예인일 경우 투자되는 비용이 자산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낮으니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즉 같은 돈을 쓴 것이지만 향후 회사에 이익이 되는 가치를 지닌 투자금은 무형자산 등으로 표기하고, 회수되지 않을 비용은 판매관리비 등의 항목으로 지출합니다.


돈을 쓰는 건 같아도 판단이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연습생이 아니라 현재 스타인 소속 아티스트의 성형 비용은......  자산일까요? 그냥 비용일까요? 성형을 통해서 좀더 나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자산’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케이스로 BTS로 유명한 하이브는 무형자산 <기타의무형자산>을 사용합니다. 2023년 하이브의 무형자산 중에 가장 큰 금액은 <영업권> 약 1.8조 원입니다. <기타의무형자산> 역시 5,276억 원이라…. 이 중에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BTS 때문에 수천억 원이라고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2018년 1차 전속계약을 맺을 때 BTS 7명의 맴버가 10억 원이 계약금을 받았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했던 건 아래 무형자산 <기타의무형자산> 70억 원 숫자 덕분이었습니다. 2차 계약이 맺어진 현재 그 가치는 수십배 또는 수백배가 되어 하이브의 자산에 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엔터 회사의 소속 연예인 전속계약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이 아직은 통일되지 않은 회계처리 방식이 남아 있습니다. 무형자산 <전속계약금>이라는 항목이 따로 빼놓고 있지만 그 외 다른 항목을 이용하거나, 실제 각각의 연예인 계약금액을 알 수 있도록 숫자를 나눠놓지 않습니다. 상장사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우 소속 연예인의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계약금이 존재할 텐데 재무제표에서는 각각을 확인할 방법은 없고, 전체 합만 숫자로 공개됩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보이긴 합니다.

상장이 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시장가치가 최근 많이 상승했습니다. JYP엔터의 경우 자산총계 5,715억 원인 현재 시가총액이 2.4조 원에 달합니다. YG엔터 역시 큰 차이가 나며, 5.3조 원의 자산총계를 가진 하이브는 시가총액이 8.7조 원입니다. 시장에서 바라 보는 가치와 실제 재무제표 가치를 설명해 주는 설득력 높은 자산항목이 바로 소속 연예인의 가치를 표시한 ‘무형자산’입니다. 이들의 전속계약금은 단지 그 숫자 외에 향후 IP(지식재산권)로 기하급수적인 이익과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돌이 주력처럼 보이지만 매출액으로 드러나는 숫자에는 굿즈 판매부터 초상권, 광고까지 한 명의 스타가 불러올 수 있는 수익은 그냥 자산 수치로는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점점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스스로가 가진 무형자산의 숫자를 더 어떻게 표기하고 표현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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