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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

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32)

Intro | 믿음이 깊어야 흔들림이 없다


“뿌리 깊은 나무는 태풍과 같은 바람에도 끄떡 없다.”
물론 부러질 때도 있긴 하지만….

제약∙바이오 주식투자는 간혹(?) 개인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원래 신약 개발은 긴 시간이 소요되기에 중간중간 뒤집어 지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악은 잘 개발되던 신약이 제일 막판에 좌절되는 경우입니다.

요즘 제약∙바이오는 유리 멘탈 같습니다. 딱히 동종업계로 보기 힘든 ‘바이오’ 기업의 악재에도 주가가 흔들리니까요. 거꾸로 생각해 보면 회사 미래성장에 대한(신약 개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다면 투자하기 어려운 종목이 바로 제약∙바이오 관련 주식입니다. 올해 6개월 사이 20만 원 → 6만 원 → 10만 원의 주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헬릭스미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서, 바이오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자 유의점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 보라는 권유와 방법을 담았습니다. 헬릭스미스 투자와는 별개의 것이오니, 감안하여 봐주시길 바랍니다.


Body | 신약 개발한다고 재무제표 안 볼 이유 없다


요즘 누가 묻지마 투자를 합니까? 그쵸. 다들 이런저런 정보를 분석하고, 기대수익을 정합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지 않은 경우는 많습니다. 투자와 회계정보(재무제표)를 매칭해 보기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꼭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회사가 꼴이 어딘지 확인한다는 느낌으로 반드시 재무제표를 확인하길 바랍니다.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는 1996년 11월 21일에 유전공학적기법을 이용한 신기술ㆍ신소재개발 및 연구용역사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한편, 지배기업은 2005년 12월 29일에 주식을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개설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였으며, 수 차례의 증자를 거쳐 당기말 현재의 자본금은 7,978,130천 원입니다. 주주 분포는 대주주 김선영 10.26%, 기타 소액주주 83.89%(38,439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재무제표 최근 4년치를 개괄해 봅니다.


① 2016년 이후 자산이 급격이 증가합니다. 최근 2~3년 사이 몸집이 커지는데 바이오 기업답게 ‘개발 중인 무형자산’ 700억 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무형자산 주석사항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연결기업의 개발비는 전액 VM202의 FDA 임상 3상시험에 대한 개발프로젝트 지출액입니다. 상기 개발프로젝트는 개발을 진행 중이므로 상각은 진행되고 있지 아니하며 손상징후는 파악되지 아니하였습니다. VM202 프로젝트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제, 당뇨병성 족부궤양(PAD), 루게릭병(ALS) 치료제에 대한 신약개발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정부승인 등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FDA 임상종료예정일은 예측이 불가능하나 임상진행과정에서 기술수출 혹은 파트너사와의 제휴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발비 주석사항을 통해서 헬릭스미스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종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업보고서 <사업의 개요>에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흠… 이 회사는 당뇨병 관련 신약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약∙바이오 회사 군요.


②무형자산에 비해서는 작지만 이 회사의 유형자산은 아직 구체적으로 뭔지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토지 건물은14억 원, 26억 원이고요. 아직 ‘건설중인 자산’이 356억 원입니다. 뭘 짓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신약개발은 개발이 성공하고 난 후에도 판로와 대량생산의 걸림돌이 남습니다. 기껏 만들었더니 유통망을 찾지 못하거나, 비슷한 유사제품에 비해서 신제품이 고가인 경우에는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물론 제약, 아픈 환자가 반드시 필요한(사용할)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요.  


③ 아직 매출액이 크지 않습니다. 매출채권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 ‘기타수취채권’이 737억 원이나 됩니다. 받을 돈이 뭔가 있다는 건데 2016년에는 951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신약 개발은 대규모 자금뿐만 아니라 장기간 평균 10~15년이 걸립니다. 그동안 기존 제품이나 상품이 있는 경우에는 다르지만, 아닌 경우에는 매출액은 적고,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4~5년 적자가 누적되어 있는 재무제표를 보입니다.  


부채 1,661억 원 중에 가장 비중이 큰 것은 2018년 기준 파생금융부채 314억 원과 전환사채 573억 원입니다. 2개 다 2018년에 생겨났습니다. 즉 이 회사가 적극적으로 투자와 투자유치에 성공한 시기는 2018년 대규모 자금이 흘러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벤처와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 기업도 기술력 하나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뤄내야 합니다. 신약개발의 마일드스톤이라 불릴 수 있는 임상1상 → 임상2상, 3상 → 판매승인신청 등 개발단계별로 추가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유상증자, 전환사채는 길고 긴 신약개발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입니다.


⑤ 헬렉스미스 역시 바이오 기업답게 아직 매출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2018년에는 -212억 원의 영업적자, -305억 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냅니다. 상기 무형자산에서 언급했던 신약 개발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⑥ 현금흐름표를 보면 투자 관련 사항이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유상증자 1,528억 원과 ⑦전환사채 1,031억 원이 재무활동으로 기업에 유입되었습니다. 자금이 풍부해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에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018년 금융자산 대략의 합계가 682억 원이며, 이를 통해서 금융수익(파생상품평가 이익) 248억 원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2019년 반기손실을 -43억 원으로 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적자가 무척 많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말의 현금은 364억 원(2018년), 284억 원(2019년 반기) 넉넉합니다.

Outro |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위험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산업이 바로 제약∙바이오입니다. 한미약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코오롱 티슈진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인 투자자들을 웃게도 울게도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수십 개의 기업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우리 경제의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했습니다만 기존 제약산업과 달리 신약개발은 몇 가지 위험요소가 잠재합니다. 2018년 금융감독원에서는 이를 알리기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자 유의사항]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이 왜 그랬을까요? 과열된 투자열기! 그 위험성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알리려고 한 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뉴스와 소문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만 믿고 투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 제약∙바이오 산업이 가진 투자 Risk 요인을 너무나 흘겨 듣습니다. 장미 빛도 아닌 일곱 빛깔 무지개 꿈만 꾸며 선뜻 거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에 특히 신약 개발 관련 유의점 3가지만 요약해 볼까 합니다.


첫째,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10%에 불과합니다. 2017년 국내서 개발된 신약 29개 중에 연 100억 원 이상 판매되는 제품은 불과 5개뿐이라고 합니다. 임상3상을 통과해도 판매승인 되는 성공확률이 49.6%입니다. 그렇다면 신약 개발에 들어갔지만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둘째, 신약 개발이 성공한다 = 대규모 매출과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신약 개발의 기간은 보통 10~15년까지 잡습니다. 당뇨병, 심장병 등 인류를 고통스럽게 만든 병을 고치는 신약. 우리만 개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나온 약들이 더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기껏 만들었는데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제품이 있다면, ‘말짱 도로묵이죠.’ 특히 복제약(바이오시밀러)는 대규모 투자를 했는데 오리지널 약이 가격을 대폭 낮춰 버리면 원가를 맞추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지금의 신약 개발은 우리나라만을 겨냥한 제품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이 가능해야 신약 개발 이후 폭발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 외에도 미국, 유럽 등의 까다로운 임상시험 결과에 좌지우지 됩니다. 미국 식약청 FDA 통과가 실험실 성공도 성공이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즉 글로벌 트렌드와 수입 국가의 상황이 신약을 통한 수익창출을 확보해주는 ‘키’ 요소입니다. 즉 연구 능력만으로는 100% 성공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금융감독원,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실태 및 투자자 보호 방안

http://www.smefn.or.kr/helpinfo/magazine/financialnews_list.jsp?searchType=ALL&searchWord=&list_start_date=&list_end_date=&pageSize=&branch_id=&branch_child_id=&pageNum=1&list_show_answer=N&communityKey=P0007&boardId=6282&act=VIEW


이렇게 이렇게 성공하기 어려운 제약∙바이오 기업이고, 투자자 분들은 그걸 감수하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High Risk High Return’ 투자입니다. 이를 인정하고 투자에 임해야 합니다.


다시 헬릭스미스로 돌아가 보면, 이 회사는 당뇨병 관련 신약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관련 투자자 인터넷 카페(투자자 모임)를 가보면, 미국 시장에만 2,500백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고, 신약 개발에 성공만 하면 매출이 11조 원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브랜드 때문에 최근에 회사 이름도 바꾸고(바이로메드 → 헬릭스미스) 대표이사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AI를 이용해 후속 임상3상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임상3상 결과에 대한 공시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서 구별해 볼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는 원천 기술 개발을 끝까지 보려는 투자자로 기술개발 인력과 회사의 투자의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긴 안목의 투자를 하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소수이고, 대부분 투자자는 트레이더(주식거래자)의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래가치에 따라 주가가 확 달아오를 때, 이익을 실현하는 분들이죠.(그게 나쁜 건 절대 아닙니다. 주식은 그 자체로 거래되며 가격이 움직이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트레이더 주식투자자가 많다 보니, 작은 악재에도 주가는 위 아래로 요동칩니다. 더 나쁜 점은 이를 악용하는 기업과 투자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든 단기든 해당 회사가 진짜로 신약개발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장기적인 신약개발 플랜을 갖추고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엔 투자자는 투자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기업에 대한 다각도의 안목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투자 유의사항을 홍보하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투자자 보호 차원입니다. 저는 꼭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사업보고서)를 읽어 보시라고 권합니다. 신약개발에 관한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없는지도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상기 내용은 FY19~14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 기준이며,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만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리뷰한 것이오니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FreeQr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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