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소리의 나이
독일의 안나 뤼어만은 10살 무렵부터 그린피스 환경보호 지킴이와 학교 학생회 활동을 했으며, 15세에 녹색당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뤼어만은 지난 2002년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쥡니다. 19세의 나이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국회의원이 된 것입니다. 1983년생인 뤼어만은 국회의원이 된 다음에야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2005년 뤼어만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사단법인 청소년 교육전략 21(이사장 최윤진)이 주최한 ‘청소년 참여포럼’에 참석한 뤼어만은 한국 청소년들과 청소년의 현실참여 방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독일은 청소년의 사회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마다 ‘어린이청소년 의회’가 있어 지역현안에 대한 입장을 대변하죠. 지자체는 이 의회의 독립된 재정을 보장합니다. 16세가 되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고, 16세가 되기 전에도 정당 산하의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뤼어만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19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는커녕 투표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만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갖고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954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당 공천으로 거제에 출마해 26세로 당선됐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청소년은 물론 청년의 이해도 대변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각 정당이 내세운 청년의 기준은 상식 밖입니다. 청년당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기준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은 만 45세 이하입니다. 장년 혹은 중년으로 여겨지는 45세 국회의원도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현실입니다.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45세 이하는 11명입니다. 이 가운데 30대인 의원은 단 2명이고, 20대 의원은 없습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당선자의 평균 나이는 55.5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출마 자격은 25세인데 말입니다.
‘우리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소년들의 외침에는 ‘우리도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답답함이 배어 있습니다. ‘미성숙’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단속하는 대한민국을 독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