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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태 Oct 22. 2018

고양시에 '중식 고수'가 숨어있다

신흥관 짬뽕 먹기 노하우는 팁

경기 고양시 덕양구 흥도로 137. 차가 없으면 닿기 힘든 곳이다. 주변에 군부대가 있고, 곳곳이 공사 현장이다. 포장도로가 이어지지만, 산골 마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카카오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잡아 주변을 맴돌다 도착한 외진 곳에 신흥관이 있다.



건물은 오래됐지만 최근에 페인트칠을 다시 한 듯 식당 외벽은 하얀색으로 깨끗하다. 신흥관이란 간판 옆에 ‘한중식’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은 뒤에 쓰겠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이 곳의 대표 메뉴인 볶음밥을 시켰다. 주인 할머니의 답은 없다. 알았다는듯 한번 쳐다보고 끝이다. 할머니께서 주문을 받으니, 주방 뒤쪽에서 문이 열린다. 거동이 불편한 듯 보이는 할아버지가 주섬주섬 밖으로 나오신다. 할아버지는 테이블들을 한번 휙 둘러본 후 주방으로 향한다. 주방으로 가는 할아버지 뒤쪽에서 할머니가 "짬뽕 하나, 볶음밥 하나"라고 외쳤다. 신흥관 내부는 4인용 테이블 4개가 밖에 있고 테이블이 몇개인지 확인하지 못한 방이 하나 있다. 밖에 테이블이 다 차니 이후 손님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한 번에 다 같이 준다. 단무지 등 밑반찬을 먼저 내놓지 않는다. 다른 중국집과 특별히 다른 점은 무말랭이가 나온다는 것이다. 중국집 볶음밥을 먹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선 짬뽕 국물에 손을 댔다.      


새빨갛지는 않지만 중국 음식 특유의 고추기름이 번들번들했다. 짬뽕 국물 그룻을 놓은 테이블 위에 기름 자국이 남을 정도다. 겉모습만 봐서는 크게 기대가 가지 않는다. 첫 숟갈에 고개가 갸우뚱하다. 다시 한 숟갈 뜨고 맛을 음미해본다. 생각만큼 고추기름 맛이 강하지 않다.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강하다. 부대끼지 않는 해장국 맛집에 온 미각이다. 몇 술 더 뜨니 조갯살이 숟가락에 딸려 나온다. 조개탕 잘하는 집에서 먹는 칼칼함이 뒤 끝에 남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중국집이지만 주인 할아버지가 한식에도 솜씨가 있을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그렇게 간판에 쓰여있던 ‘한중식’의 의미를 나름 해석했다.


다음은 기대했던 무말랭이. 다른 중국집에서 내놓지 않는 반찬이라 더 설렌다. 이 곳 만의 비밀 병기일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솥도시락 돈가스도련님 메뉴에 포함된 그 무말랭이랑 비슷한 맛이다. 볶음밥에 단무지 만을 생각했던 편견을 가감 없이 깨버렸다.      


메인에 손을 댈 순서다. 기대감은 최고조다. 계란 프라이의 포스는 압도적이다. 바삭바삭하게 기름에 튀긴 듯한 모양새가 먹음직스럽다. 노른자의 모습은 백미다. 짜장 소스는 별도 그릇에 담겨 나온다. 짜장 소스를 한 번에 다 붓지 않고 한 숟갈씩 떠서 볶음밥에 버무려 먹었다. 짜장 소스는 다른 표현이 필요 없다. 그냥 옛날 짜장면 소스,라고 밖에 평가를 못하겠다.  

밥은 꼬들꼬들하다 실력 없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이 진밥처럼 나온 경우가 많은데 신흥관은 완벽하다. 밥알 하나하나 기름에 볶았다고 해도 과찬이 아니다. 볶음밥에 들어가는 야채는 단출하다. 당근이 주로 사용됐는데 씹히는 맛 외에 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주연을 조용히 떠받히는 조연 역할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양은 인터넷에서 확인했듯이 많다. 한 공기 반 정도다.


상당한 포만감을 갖고 현금으로 5500원을 계산한 후 나왔다.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식당 외관을 폰으로 찍었다.  순간, 옆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한 아저씨가 말을 건다.      


“블로그에 올리시게?”     


자세히 보니 좀 전에 옆에서 혼자 짬뽕을 드시던 분이다.

      

“네. 인터넷에 올리려고요. 맛있네요.”

“여기 맛집이에요. 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오는 거 같아. 맛이 희한하게 중독돼.”     


그 아저씨는 신흥관이 진정한 맛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저쪽 아래 중국집이 하나 더 있어. 근데 그쪽 군바리들이 거기는 안 가고 더 걸어와서 여기로 밥을 먹으러 와.”     

이어 그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신흥관에서 맛있게 먹는 노하우를 귀뜸해준다.      


“여기는 탕수육이 정말 맛있어. 다음에는 그거 한번 먹어보셔. 그리고 짬뽕을 먹을 때 후추 조금만 뿌려달라고 해. 그럼 정말 시원해요.”     


https://m.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Map?id=19033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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