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13 몸으로 쓰려고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젊은 시절(지금도 젊다만)추진력 하나 만은 인정받아 마땅했다.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은 이를 통보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믿어주셨고, 난 망설이지 않았다.
재수 결정이 우선 그랬다. 노량진이 아닌 역곡의 기숙학원을 선택했다. 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재수생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때는 나도 육사를 갈수 있을 지 알았다. 그 실력으로.
당시 부모님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테다. 이 놈이 밑도 끝도 없네, 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 사관학교에 대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일단 거기 들어가야 뭐라도 될 거 같았다. 그렇게 8개월 가량 감옥 생활을 버텼고, 사관학교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성과도 냈다.
대학교 생활 역시 부모님을 상대로 한 통보의 연속이었다. 집에서 통학이 충분한 거리임에도 자취를 결정하고 결국 자취방을 얻어냈다. 순간적인 끌림으로 미국 유학도 진행시켰다. 이일로 호되게 당했다.
단기간 하와이 여행도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냈다. 가야만 한다는 이유를 나름 댔던거 같다. 지금 내가 부모라고 생각하면 참 '뜬금포'였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언론사 시험에 매달리며 지방 대학원을 가겠다는 생각을 대학원 합격으로 알렸다. 생활비는 제외하고 학비를 대주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내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적을 꼽기 어렵다. 대부분 일을 진행시키며 부모님을 설득하는 식으로 매듭을 풀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실패의 기억도 많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는 등 외부 요인으로 일이 틀어지는 경우다.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이는 차마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했다. 고생좀 했다.
현재 상황만 따지면 성공이다. 부모님이 남들한테 은밀히 아들 자랑하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오만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럼 철이 없었던 것일까? 부모님과의 갈등 속에서도 내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 잘한 일 같다.
하지만 지금 조금 다르다. 생각을 많이 한다. 몸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사실상 없다. 일단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결정했다가도 다시 생각한다. 다시 따져보는 것이다. 좋게는 신중해졌다 할까? 아무튼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걸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과거보다 재미 없게 살고 있는 중이다. 따분하다 못해 현실감이 안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나를 둘러싼 사건사고들이 장난스럽다고 해야하나.
신 나는 일도 별로 없는 거 같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중이다. 어제보다, 내일보다도 오늘이 더 재밌고 신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서 지금, 억지로라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