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다. 일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주 많은 행운이 따른 덕택에 나는 일이 좋기만 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만이 없다. 편집자라고 소개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냐고 물어보았다. 딱 맞는 답을 내주기가 무척 어렵다. 지금까지 느낀 바에 따르면 편집자는 '대체적으로 조용하고 꽤 창의적인 일'을 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설득하고 조율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출판단지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회사까지 좋아지게 만든다최근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갔다. 이직도 있었고, 퇴사도 있었다. 환경이 변화되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튼튼한 우산(팀장님 감사합니다)이 있어서 돌풍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맞지 않았다고나 할까. 여하튼 안전한 유리병 속에 있었다. 주변의 날씨(혹은 기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모두 팀 덕분이다. 그저 흉흉한(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류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슬퍼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타노스가 손가락 하나를 튕겼더니 세상 절반이 사라졌더라, 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매일 같이 사람들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 주에도 몇 명의 퇴사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꾸 나가니 난파선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의 심정이 된다. 나 먼저 갈게 흑, 하며 돌아서는 뒷모습들이 대체 몇 개였단 말인가. 나는 '괜찮아...! 너라도 안전해야지.' 하며 아련하게 손만 흔들었다. 퇴사를 하는 이유는 꽤 명확해 보였다. 그들은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왜 아직 여기 있는 걸까?
브런치에도 유튜브에도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이렇게 보면 퇴사를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실상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퇴사를 하고 싶지만 회사에 계속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너무 바빠서 브런치나 유튜브에서 비교적 덜 활동하는 것인가 라고도 생각해 본다. 혹은 퇴사 콘텐츠가 그저 인기가 있어서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하는지, 무엇이 일을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모두 중요한 이야기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며칠 전, 아, 퇴사 해야지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님께 물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하는 질문인데요, 왜 '이 회사'에 남아계신가요? 왜 사람들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나요?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갈 곳이 없어서.' 나이가 들수록 이직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대답은 조금 슬프게 들리기도 했지만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 조건과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이 없으면 그저 여기에 있을 수밖에. 생활은 계속되어야 하고 털고 떠나버리기엔 손에 쥔 것이 너무 많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있다. 유리병 바깥에 폭풍이 일고 있는 걸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안쪽은 안전하고 따뜻하다.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전처럼 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이것들이 흔들린다면 나도 이직을 고려해 보려나. 갑자기 많은 물음표들이 고개를 든다. 이것이 '이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의 전부일까? 다른 회사가 가지지 못한 이 회사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저 익숙하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일까? 퇴사(이 경우엔 퇴사 후 이직을 포함한다)를 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팀장님은 이직은 파랑새를 쫓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아까의 디자이너님께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사람들은 퇴사할 생각이 없어도 퇴사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요. 사람들의 말을 너무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것 아녜요? 나는 한방 얻어맞은 듯이 멍하게 있다가 그저 '그러네요' 하며 흐흐흐 웃었다. 그렇다. 나는 천성이 진지한 사람이라 이런 이유를 찾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왠지 너무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게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타고난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는 좀 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그러다가 답을 찾으면 좋고, 아니면 에잇, 너무 진지했나 하고 웃어버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