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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Apr 26. 2024

못생긴 사랑

"지금 제일 괴로운 사람은 그 친구야….
그러니  더 이상 그를 미워하지 맙시다."

우리는 보답받지 못한 사랑 때문에 늘 소동을 일으키는 A에 대해 이야기했다. 추물醜物이라고 일컬어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그 남자. 우리는 A가 일으킨 흙탕물이 옷자락에 튄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A에 대한 우리의 경멸에는 선민의식이 숨어있다. 그와 달리 우리는 완전무결한 신의 사랑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인 양.

누군가 A를 두고 말했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 인생이라니, 끔찍해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사랑을 잃어버렸다. 단 한 번의 사랑이 그녀의 가슴에 남긴 것은 깊은 상흔만은 아니었다. 그 기억은 그녀에게 종교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그녀는 이제 평범한 사랑을 하는 평범한 인간을 경멸하며 홀로 늙어간다. 짙은 아이라인과 적보라색 립스틱을 지웠을 때 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녀는 다시는 화장을 지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다. A와 그녀는 서로를 못 견디게 싫어했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구질구질한 삶을 견디게 하는 제의이자 도피처였다. 또 그들은 늘 자신이 가진 매력보다 높은 보상을 원했다.


우리 모두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겪은 사랑은 모두 과거의 어느 한 찰나에 묶여있다. 혹은 결코 도래하지 않을 미래에 속해있다. 후회와 헛된 기대를 오가며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못생긴 사랑. 지금 누군가와 주고받는 사랑 역시 가장자리가 해어지고 빛바랜 사진처럼 남루해질 운명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그들처럼 몸 전체로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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