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Apr 25. 2024

좋지 않은 시인의 사랑

"사랑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좁은 문'이다."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중에서


스스로 만든 관념에 끼워 맞춘 사랑은 죽은 사랑이다.

표본 속에 핀으로 고정된 나비에게 주는 사랑이다.

어느 벽을 장식한 핀업걸이 받는 사랑이다.

사랑에 대한 사랑이며 사랑을 위한 사랑이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안다.

그들은 사랑이 아니라 대상에 시선을 고정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대상을 조용히 응시한다.

그들이 언제 제일 밝은 빛을 뿜는지, 그들의 역린이 어디에 달렸는지, 그들의 꿈속에 침입하는 몽마가 어떤 얼굴을 지녔는지 안다.

'넓은 문'을 지나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좁은 문'은 손을 잡고 밀착한 나와 당신만 통과할 수 있다.     


 이성복 시인은 또 말한다.

"사랑의 방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가.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방법을 가진 사랑이란 무엇일까.

살아있을 때 구박하던 부인의 무덤가를 찾는 홀아비의 사랑이다. 그들은 결코 자기 손으로 부인을 위한 제수를 준비하지 않는다. 자식과 며느리가 마련한 음식이 싸늘하게 식어갈 때 그들은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어떤 부모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식을 사지에 몰아넣는다. 모두 네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없다. 행복을 느낀 일도 없다. 행복에 대해 떠도는 풍문을 접했을 뿐이다.


"좋지 않은 시인의 사랑을 받는 여자는 얼마나 안 행복할까."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중에서


좋지 않은 시와 같은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과 대상을 떼어 놓는 사랑이다. 별과 달이 있는 곳으로 사랑을 쏘아 올린다. 

낮은 곳에 임한 사랑을 비웃고 업신여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