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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May 10. 2024

인디안 섬머

그녀는 한껏 젊어진 기분이었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귀걸이를 건 여인이 그녀를 보며 웃어 보였다. 그녀도 마주 미소를 보냈다. 눈가에 생긴 잔주름은 애써 외면했다. 고개를 흔들자 귀걸이가 달랑거렸다. 유행하는 색으로 칠한 입술이 육감적이었다. 나쁘지 않은 걸.


"요새 좋은 일이라도 있어?"회사 동료가 말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얼굴에서 윤이 나. 피부과라도 다니는 거야?"

그녀의 낯을 감도는 광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왔다. 사랑에 빠진 덕분이다. 어릴 때처럼 모든 것이 수줍고 어색했다. 망측하기도 해라. 오랜만의 설렘은 낯설고도 두려웠다.


감정은 곧 빛바래고 남루해진다. 예전에도 겪어본 일이잖아. 젊은 애들처럼 굴지 마. 상흔은 깊지 않았으나 마음은 급격하게 지쳐갔다. 이제 거울 속 여인은 예전처럼 미소 짓지 않는다. 푸석푸석하고 마른 얼굴을 지닌 여인이 슬픈 눈빛을 되돌려준다.


한가을과 늦가을 사이 갑자기 따뜻한 날씨를 인디언 섬머라 부른다지.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한파와 바람

뿐일까. 젊음을 닮은 빛은 곧 사라져 버렸다. 가을의 한가운데를 봄이라 착각한 자신을 그녀는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젊음은 노화의 징후이며, 삶의 배후에는 죽음이 있다.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사계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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