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하늘ㅡ김환기(1913~1974)>>2.
1950년대를 거치며 달과 달항아리는 김환기의 작업에 중심이 되었고, 여기에 산, 구름, 새 등 다양한 전통미술 속 자연 모티브들이 더해져 다채로운 선과 색면의 구성으로 펼쳐지며 김환기의 전형적인 추상으로 자리잡는다. - 큐레이터 태현선
*정물 (1953년) - 네 면으로 배경을 분활해 현대성을 더한 정물화로 그의 골동 취향에 집중한 작품이다. 전쟁이 끝나고 성북동 집으로 돌아온 김환기는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란 과일이 있는 정물 (1954년) - 소재와 화면 구성 측면에서 1950년대 작품 가운데 가장 이례적인 작품이다. 제각기 흩어져 있는 노란 과일들과 그 사이를 종단하는 한 줄의 굵고 검은 선이 눈에 띄인다. 정물화라기 보다는 회색 색면 위의 불규칙한 노란 원과 타원이 이루는 추상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1954년 개인전에서 작가가 어느 외국인 비평가와 함께 이 작품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발견됐다. 이로볼 때 작가에게 이 작품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방탁자 (원제 : 백자, 1956년) - 화면의 왼쪽은 사방탁자의 격자 구획을 적용해 도자기를 배치한 사실주의적 묘사를 보여주지만, 오른쪽은 달인 듯 섬인 듯 혹은 하늘인 듯 바다인 듯 알쏭달쏭한 원과 타원의 기하학적 추상이다. 왼편의 도자기와 오른쪽의 도형은 서로 쌍을 이루고 있어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에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게 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답교 (1954년) - 답교(踏橋)는 액운을 쫓고 병을 막기 위해 다리를 건너던 옛 정월대보름 풍속이다. 서울에서는 청계천 복개 전 50년대까지 사람들이 이 민속놀이를 즐겼다. 김환기가 좋아하던 보름달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 시기의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화면 분할이 특징이다. 개울은 수직 축으로 작품의 단단한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달빛교향곡(원제 : 호월 - 호월은 항아리와 달을 의미함) - 나무 좌대 위에 놓인 달항아리 뒤로 보름달이 걸린 정경을 단순하고 정적으로 그려낸 작품.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한 대작.
*항아리와 매화 (1955년) - 삼등분된 화면의 중앙, 양옆으로 밝은 색의 색면을 더해 달 혹은 태양 아래의 항아리들을 다양한 도형의 변주로 배치하고, 엄격히 구분된 세 개의 색면들 위로 매화 나뭇가지가 종횡으로 펼쳐지며 화면에 통일감과 리듬감을 부여한다.
*여인들과 항아리 (1960년) - 작품을 완성하여 내보낸 1960년 1월 25일 작가는 "나 대로의 그림대로 밀고 가자" 복잡 미묘한 심경이 담긴 소회를 짧게 수첩에 남겼다. 항아리와 여인, 사슴, 구름과 새, 나무와 인물 등을 캔버스 전면에 고루 배치하고, 배경의 불규칙한 색면들로 이 개별적인 요소들 사이를 이어주며 화면에 통일감과 변화를 동시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