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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Jun 07. 2020

자작 시 - 넝쿨장미를 보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기원하면서

넝쿨장미를 보다

 

철조망을 타고 올라 

가시에 턱을 올린 얼굴들

베란다에서, 옥상에서, 창문에서 

손 흔들고 손뼉 치고

삼삼오오 또는 홀로

붉은 송이 송이 아우성이다.


뺨을 맞대고 목에 키스를 하던 포옹이

바이러스를 퍼트렸을까?

 

하얗게, 검게 입을 가리고

베사메 무초는 노랫말로나


너희들 웃음과 인사, 정열을 어찌할 것인가


한 날에 몇 십 몇이 뚝뚝 꺾이는 

인디오의 피가 섞인 검붉은 얼굴들

죽음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관들이 나란히 나란히 

공동묘지에 고랑을 만든다는데...


장미가 피는 이 계절이 

불화의 바람이 부는 가을인 

여기는 봉쇄령이 내려진 도시


 2020. 6. 7.


                   주말 밤, 리마 미라플로레스 공원에서 춤을 추는 페루아노- 2019년 11월에 촬영함



*여기 실린 제 글과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이석례(필명 : 실비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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