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선생 Jun 14. 2020

국내여행 -통영 살이  첫 째 날

힐링마을 우도에서 


               

 통영에서 첫 식사는 충무김밥으로 했다. 통영시가 된 충무의 향토음식을 현지에서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맛 중 하나다. 짤막하게 자른 김에 밥만 말고 반찬은 따로, 무김치와 오징어무침뿐인 이 간단한 음식은 뱃일 나가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식사다. 햇볕에 상하지도 않고, 배 위에서 간편하게 허기를 때울 수 있는 한 끼. 서호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시래기국과 충무김밥을 먹으며 ‘통영 살이 3박 4일’에 대한 기대로 설렜다. 

 ‘통영 살이’는 통영시와 경상남도가 협조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통영이랑’에서 나온 코디와 다른 참가자들을, 미리 연락 받은 대로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났다. 춘천, 대구, 전주에서 온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여객선에 올랐다. 섬이 많은 남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코발트빛으로 아름다웠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여객선 갑판위에 서니 속이 뻥 뚫려 환호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좀 특별했다. 

                                              우도 어부의 배


 페루에서 3년간 봉사활동을 마치고 작년 12월에 귀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먹고 싶었던 한식을 먹고, 보고 싶었던 한국의 풍경을 만나고 싶었는데 귀국 후 몇 달을 집 안에만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했다. 

 오랜만에 바다 풍경을 만끽하고 있으려니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연화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우리도 연화도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작은 고기잡이 배로 갈아타고 가까이 있는 우도 선착장까지 왔다. 연화열도에 속한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로 보인다.’해서 ‘우도’ 또는 많은 소나무들이 섬을 덮고 있어서 ‘솔섬’이라 불리기도 한다는데 통영항에서 정남방으로 26km떨어져 있다.   

 함께 온 손녀와 내가, 둘이서는 처음으로 하는 여행이라 더 뜻깊었다. 우도는 처음 와보지만 작은 섬이 아늑하고 정겨웠다. 뭍으로 올라 마을 초입에 우도마을휴양림센터가 있다. 세 팀은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우리와 춘천에서 온 김샘 부부는 마을 안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 새미뜰에서 머물기로 했다. 

 ‘샘이 있는 뜰’이란 ‘새미뜰’은 전통적인 어촌가옥으로 정감 있고 아담했다. 황토벽에 그려진  꽃,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 빗장이 있는 나무대문, 활짝 핀 장미꽃이 지붕에 닿는 모습들이 정말 한국 고유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했다. 작은 마당에는 넓은 평상이 있고 담 밑에는 장독대가 있는 두 채 중, 김샘 양보로 우리가 아래채에 들었다. 천장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황토를 바른 벽에서는 어부들의 이야기가 새어나올 것 같았다. 동화 속 공간 같은 새미뜰이 여행의 맛을 더해줄 것 같아 무척 마음에 들었다.  

                                3박을 머물렀던 새미뜰


 짐을 놓자마자 마을 탐방에 나섰다. 몇 집 안 되는 작은 동네가 친근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예쁘게 벽화도 그려져 있고 골목길도 깨끗했다. 텃밭에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꽃들도 많이 피어있고, 마당에서 돌미역을 말리기도 했다. 기웃기웃 구경하며 헐렁헐렁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더 올라가서 뒤쪽으로 넘어가는 길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초록터널을 만들었다. 섬 전체에 나무와 꽃들이 많아 다양한 새소리가 청명하게 들렸다.

 고개를 넘어가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섬들이 여기저기 떠 있는 한 폭의 풍경화를 만났다. 바닷가에 있는 아라돔팬션에는 비수기라서 그런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빨강, 분홍, 노랑, 보랏빛 등등 많은 꽃이 피어 아름다웠다. 

                              숲 터널


 거기서 몇 발작 걸어 내려가면 몽돌해수욕장이다. 마침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계열의 여러 색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는 데칼코마니로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구멍섬이 맞은편에 있고 오른쪽에는 목섬이 있다. 물이 빠져나가서 목이 들어난 목섬까지 걸어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거북손 채취에 열을 올렸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개와 거북손을 맨손으로  뜯으려니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생명은 강했다. 불법채취라도 해보려했지만 애만 쓰고 말았다. 

 물이 들어오면 구멍에도 물이 드니 배가 드나들 수 있다는 구멍섬은 자연이 만든 조각품이다. 그 구멍섬에서 누군가 바위에 서서 낚시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배경을 놓칠세라 우리는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인생샷을 잡으리라는 일념으로 찍고 또 찍었다. 구멍섬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사진, 바다 위를 나는 점프 사진, 해가 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뒷모습 등등

 섬은 어떤 모습으로 밤을 맞이할까? 서둘러, 왔던 길을 따라 마을로 돌아왔다. 


                                목섬



                                구멍섬 - 물들어와요~~~~ 조심하세요~~~


                                우도 등대


#통영한달살이 #통영살이 #통영여행 #통영우도 #통영이랑

작가의 이전글 자작 시 - 넝쿨장미를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