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오는 네팔의 최대 명절
고향에 가요. 한 달 정도
이른 아침,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간다. 양철 주전자에 물을 붓고 불 위에 올린다. 물이 끓는 동안 네팔에서 수확한 히말라야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곱게 간다.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언제나 기분 좋은 냄새다.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며 창 밖을 본다.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이 창과 하얀 커텐 사이에서 아른거린다.
우기가 끝나간다. 아침이면 내리던 비 대신 햇살이 보인다. 새벽녘에는 제법 선선하다 못해 쌀쌀한 느낌마저 든다. 네팔의 가을, 건기가 시작되려 하나보다. 맨발로 부엌 바닥에 서 있으려니 차갑다. 얼른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9월 중순, 우기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자 카트만두의 하늘이 맑다. 날씨는 선선해지고 한 낮에도 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20도 내외다. 오랫동안 내린 비 덕분에 먼지와 매연이 씻겨져 공기도 청량하다. 아침저녁에는 옥상에서 히말도 잘 보인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멋지다. 이런 뷰를 매일 마주할 수 있다니.
처음 맞는 네팔의 건기다. 날씨가 한국의 가을과 아주 비슷하다. 청명하고 시원한 느낌. 단풍은 볼 수 없지만 우기 내내 습하고 어둡게 있다가 맑은 공기와 밝은 햇볕을 돌려받은 것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다. 이듬해 4월 에 우기가 다시 시작될 때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기간이 계속된다고 한다. 당분간은 이 멋진 날씨를 즐겨야겠다.
건기와 함께 네팔 최대 명절인 더싸인이 찾아온다. 더싸인은 우리의 추석과 비슷하다. 수확을 기뻐하며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카트만두에는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올라온 지방 사람들이 아주 많다. 더싸인이 시작되면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귀성길에 오르는 엄청난 인파를 마주하게 된다. 버스는 지붕까지 사람들이 한 가득 올라타서는 카트만두를 줄지어 벗어난다. 민족 대이동이다. 추석 때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시간 이상 걸린다라는 소식이 메인뉴스를 장식하는 우리나라와 별다를게 없다.
관공서와 학교도 최소한 2주 이상 문을 닫는다. 예전에 비해 휴가가 많이 짧아졌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더싸인 기간 동안 한 달여를 쉰다고 한다. 고작해야 4-5일 쉬는 우리와는 그 스케일이 다르다. 부럽다. 아주 많이.
트리부번 대학의 네팔어 수업도 잠시 더싸인 방학이다. 오랜만에 갖는 긴 휴식의 시간이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가기로 작정했다. 아침마다 바라보는 저 설산 속으로 걸어 들어갈 생각에 설렌다. 고향에서 식구들과 명절을 보낼 생각에 거리를 지나가는 네팔 사람들의 얼굴도 설렘이 가득하다.
이유는 다르지만 설렘이 가득한 자왈라켈, 우리 동네의 골목을 한 바퀴 휘 돌아본다.
해피 더싸인!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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