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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엘 Jan 18. 2016

10_히말라야 품으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의 프롤로그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어 스윙(Jazz의 한 장르)을 하는 사람과 스윙을 하지 않는 사람


영화 스윙걸즈에서 재즈의 매력에 눈을 뜬 야구부 소년의 대사다. 그 매력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소년은 세상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마치고 내려오며 나는 이 소년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히말라야는 그토록 강렬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어 히말라야를 마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가까운 산에 오르곤 했다. 어린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정상 언저리에 오르면 작은 코펠에 참치캔 한 통과 김치를 듬뿍 넣고 아버지가 끓여 주던 따뜻한 김치찌개. 그걸 먹는 즐거움에 늘 따라 나섰다. 그처럼 어려서 산을 가까이 한 덕분인지 자라며 나는 자연스레 산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산이 좋아, 산을 쫓아 네팔에 온 것은 아니었다. 네팔에 오니 산이 거기에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우기가  끝난 9월, 한 낮에는 여전히 태양이 뜨겁고 좀 걷자치면 땀이 등을 타고 내린다. 이웃집 마당에는 건물 2층 높이의 바나나 나무에 바나나가 덩굴째 달려 익어간다. 그런데 저 멀리에는 하얀 설산이 우뚝 솟아있다. 시야의 근경에는 열대의 풍경이, 원경에는 눈 덮인 산이다. 이해되지 않는 풍경이다. 자꾸만 신비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다. 카트만두에서 가장 가까운 히말도 50Km 정도는 떨어져 있다.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이나 안나푸르나 산군은 200여 Km 저 멀리 있는 산들이다. 그런데 눈 앞에 보인다. 상상해 보라. 서울에서 대구쯤 있는 산이 보인다는 거다. 이 신비를 매일 바라다보노라니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 산에 목숨 걸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된다. 반드시 저 곳을 걷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다.


카트만두에서 가까운 히말라야 전망대, 너걸콧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파노라마


군 시절, 새벽 근무 시간마다 가슴에서 조그만 수첩을 꺼내 버킷 리스트를 써 본 적이 있다.  리스트 중 하나가 히말라야  가보기였는데,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가보면 좋지 않을까 하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었다. 내 버킷 리스트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일이라 여겼던 '히말라야 가보기'가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 몰랐다. 감사한 일이다.


네팔어 수업의 방학을 기다리며 안나푸르나 트래킹 계획을 세운다. 안나푸르나를 택한 이유가 있다. 이 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트래커가 찾는 곳이다. 그만큼 정보도 많고 트래킹을 위한 인프라도 잘 되어 있다. 이 여정은 포카라에서 시작된다.  이 곳은 네팔의 제 2 도시로 카트만두와 교통편도 가장 좋고, 페와 호수가 있어 휴양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네팔은 바다가 없기 때문에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는데 포카라는 그런 점에서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가장 많이들 선망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EBC 트래킹은 시작부터 해발 2000미터 고지대에서 시작하는데 반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 트래킹은 800미터 정도에서 시작하기에 고산증 대비를 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아내나 나나 고산 경험도 없고 히말라야 트래킹도 처음이라 조금은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안나푸르나로 결정했다.


가이드나 포터는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네팔의 경제를 생각한다면 한 사람의 고용창출이라도 하는 것이 예의겠으나 첫 히말라야 도전이라 둘만이 오롯이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잘 모르는 사람과 몇 날 며칠을 함께 해야 하는 여정이 내심 부담스러워서다. 우리는 둘 다 숫기가 좀 부족하다. 주변에서는 걱정이다. 위험하고 길도 잃을 수 있는데 현지인을 고용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럼에도 한 번은 우리 둘만이 걸어보고 싶다. 그래서 자꾸만 고집을 부린다.


여행은 계획을 세울 때가 가장 즐겁다 했다. 맞는 말이다. 아주 느린 인터넷이지만 블로거들의 트래킹 후기를 검색한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다. 정보의 양도 많고 자세하며 사진과 영상도 충실하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검색을 통해 사람들의 여행기를 수 없이 읽다 보니 이제 눈을 감으면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동네 서점에서 ABC 트래킹 지도를 200루피 주고 샀다. 형광펜으로 우리가 걷게 될 경로를 표시했다. 소풍 전날의 아이처럼 가슴이 또다시 두근댄다.  


손가락을 세어본다. 이제 세 밤만 자면 된다.



*앞으로 한 동안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의 여정기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네팔 트래킹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떠나시지 못하는 분들께는 글과 사진으로나마 가슴이 트이는 느낌을 꼭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트래킹을 다녀오고 보니 주변에서 걱정할  수밖에 없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말라야는 명불허전,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높은 산들이 즐비한 곳입니다(전 세계에 8000미터 이상 고봉이 총 14곳이라 14좌라 불리는데 이 중 8곳이 네팔에 있습니다). 트래킹을 통해 오르는 지역과 길은 보통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로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곳입니다. 산사태, 눈사태, 고산증과 저체온증이 목숨을 위협하는 곳입니다. 최초의 트래킹을 떠나며 저희 부부는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하지 않고 갔습니다. 지나고 보니 만용을 부렸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위험한 곳이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트래킹을 간 10월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극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트래커들이  엄청나게 왔습니다. 10미터 앞에 트래커, 10미터 뒤에 트래커가 있을 만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왔기에 길을 잃거나 고립 또는 조난으로 위험에 처할 염려는 덜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하셔서 도움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저희도 두 번째 트래킹부터는 포터를 고용했습니다.).


가이드는 짐을 지지 않고 길 안내를 도우며, 위험상황 시 손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책임(고산증이나 사고 발생시 대처, 포터 지휘 등)을 집니다. 포터는 쉽게 말하면 짐꾼인데 대부분 길을 잘 아는 편이라 길 안내를 하기도 하지만 가이드처럼 안전과 여행 일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흔히들  '세르파'를 짐꾼이란 뜻으로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 지역에 많이 사는 소수종족이 '세르파'족입니다. 이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가이드와 포터를 많이 하게 되었고, 에베레스트 등정사에 큰 역할을 하다 보니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르파족' 짐꾼들을 계속 '세르파', '세르파' 부르다 보니 자연스레 '세르파'가 '짐꾼'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뜻이야 어찌 되었건 고산지대에서 오래 생활한 '세르파'족이 가이드나 포터로서 다른 부족 출신들보다 아주 우수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가이드와 포터 고용은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이라면 보통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현지에서 고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일당은 우리 돈 2-3만 원 수준입니다(네팔은 매년 물가 상승률이 엄청 나기에 지금은 많이 올랐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20Kg 정도의 짐을 들고 고산을 오르니, 하는 일에 비하면 적은 돈입니다. 착하고 순수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정도 많고요. 대화를 나누며 여행하다 보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이 끝난 후에는 넉넉하게 하루 일당 정도를 보너스로 더 주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작지만 서로 마음이 따뜻해 질거라 믿습니다.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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