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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엘 Jan 26. 2016

11_어디 히말라야 가시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ABC 준비 편

인터넷 포털에 아웃도어 열풍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동네 뒷산을 오르면서도 엄청난 장비를 갖춘 사람들의 사진 몇 장이 걸려 있다. 거기엔 아니나 다를까 꼭 이런 댓글이 달린다.


어디 히말라야라도 가시나?


과함에 대해 비꼬는 말일 테다. 히말라야 정도는 되어야 그런 뛰어난 장비와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은연 중에 깔려 있다.


나 또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준비하며 먼저 장비부터 떠올리긴 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이성을 되찾자. 장비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본다. 크게 나누어보자면

1. 경로와 일정
2. 교통편
3. 필요 장비
4. 트래킹 허가
5. 식량
6. 약품
7. 비상 연락망

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경로와 일정

안나푸르나 트래킹의 대표적인 코스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베이스캠프 트래킹, 두 번째 안나푸르나 서킷 라운딩, 세 번째 푼힐 트래킹. 각자 코스를 계획하기 나름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코스가 바로 위의 세 가지이다.


각 코스마다 멋과 맛이 다르다.


베이스캠프 트래킹은 안나푸르나(8091m) 정상 정복의 베이스가 되는 지점(4130m)까지 오르는 코스로 설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에 고산 등정의 로망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왕복 기준 6-7일 정도가 소요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 출처: http://www.himalayanmagictreks.com


안나푸르나 서킷 라운딩은 안나푸르나 산군 북사면과 다울라기리(8167m) 외곽을 한 바퀴 빙 도는 코스이다. 최소 보름에서 길게는 한 달 여가 소요되는 긴 코스로 '토롱 라'(5416m)라는 고개를 넘는 난이도가 상당한 코스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은 히말라야의 파노라마 속에 잠겨보는 엄청난 혜택을 누린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서킷 / 출처: http://www.friendshipnepal.com

마지막으로 푼힐 코스는 왕복 3-4일 정도의 아주 짧은 코스로  푼힐이라고 하는 언덕의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여정이다. 일정 상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리는 코스인데  전망대가 3200미터이기에 상대적으로 고산 병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리스크가 덜 하다.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로 이어지는 엄청난 풍경을 적은 노력으로 볼 수 있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푼힐 전망대 / 출처: http://www.treksguideinnepal.com


이 코스들을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우리는 이 중 푼힐 +  베이스캠프 코스로 약 12일+알파의 일정을 계획한다. 더싸인 휴가가 약 3주 정도라 시간은 넉넉 하다. 애써서 가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길게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한국에서 히말라야 갈 때야 항공료 때문에 비용이 매우 비싸지만 네팔에서는 버스비 + 트래킹 허가비 + (하루 식비 X 체류일) 정도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비용면에서 하루 이틀 일정이 길어져도 큰 부담이 없기에 무리하게 다녀오기 보단 안나푸르나를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즐기고 오자는 판단을 내렸다.


교통편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교통편은 세 가지 옵션이 있다. 1. 국내선 경비행기  2. 그린라인 버스  3. 로컬 시외버스. 국내선 경비행기는 40분이면 포카라 도착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성수기라 1인 기준 왕복 200불 이상이다. 넉넉치 않은 우리에겐 부담이다. 그래서 패스. 2번 그린라인 버스는 투어리스트 버스로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 정도에 해당된다. 주로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포카라까지 직행이며 로컬 버스에 비해 깔끔한 편이다. 그렇다고  아주 좋은 버스는 아니다. 편도 1인 20불 정도다. 싸지 않지만 점심도 포함되어 있고 에어컨이 나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3번 로컬  시외버스는 500루피 선이다. 500 루피면 대략 8000원 정도. 세 가지 옵션 중 가장 싸다. 현지 분위기와 문화를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다. 하지만 좌석이 보장되지 않고, 좌석에 앉더라도 비좁을 뿐더러 90도의 의자라 하루 종일 겸손한 자세로 가야기에 허리가 아주 튼튼하지 않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에어컨 같은 건 없다.

그린라인 버스 / 출처: http://www.hannahourani.com


포카라까지 8-9시간이 걸리는데 일정과 컨디션을 고려하여 그린라인 버스로 결정. 타멜에 가면 그린라인 영업소가 있다. 어차피 장비 구입도 해야 하기에 하루 날 잡아 가기로 한다.



필요 장비

문제의 장비다. 블로그 후기를 많이 참고했지만 편차가 심하다. 워낙에 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풍성하고 다양한 장비의 구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대쪽 의견은 등산화와 배낭 정도면 나머지는 크게 상관없다 라는 분위기다(주로 인도에서 배낭여행으로 많이  넘어오신 분들이다). 뭐 양쪽 의견 모두가 내게는 상당히 솔깃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성공적으로 오르고 인증샷을 남긴 분들이다.  한쪽의 성공률이 떨어지면 '흠, 역시 이 쪽 말이 맞군' 이러며 맞장구를 칠 텐데. 양쪽이 팽팽하다. 머리가 아프다. 그러면 어떡하나? 내 '마음대로의 기준'을 세울  수밖에... 필수적인 장비부터  우선순위대로 나열해 보기로 한다.


배낭, 등산화(방수 필수), 바람막이 자켓(방수는 필수, 발수가 되면 더 좋음), 베이스 레이어(속옷 개념으로 빨리 마르는 속건이 중요 - 보온과 연관 있음), 티셔츠와 바지(둘 다 속건, 내구성 중요), 우모자켓(흔히 파카 또는 다운 패딩이라 부르는 녀석), 모자, 스카프 또는 버프, 장갑, 양말. 이 정도가  필수 아이템이다.


추가적으로 있으면 좋을 것들은 침낭(롯지에서 이불 주지만 아주 춥다), 슬리퍼 또는 샌들, 등산용 스틱, 깔개용 작은 매트, 물통, 헤드랜턴 등. 물론 여정을 기록할 카메라와 노트, 롯지에서 시간을 보낼 때 유용한 가벼운 책 한 권 정도는 더 추가해야지.


한국에서 가져온 것은 등산화와 자켓 정도. 배낭과 침낭, 등산스틱, 물통, 슬리퍼 등 몇 가지 아이템을 새롭게 구입해야 한다. 네팔에서도 이런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타멜이다. 타멜은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정도 되는 곳이다. 여행객들이 많이 머무는 곳으로 맛집, 멋진 카페, 선물가게, 왕궁과 사원 등이 몰려 있다. 70년 대에는 전 세계 히피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배낭여행객들과 트래커들이 많이 찾는다. 트래킹 관련 수요가 많이 있다 보니 장비점도 많은데 진품을 팔 지는 모르겠다. 한 번 가보자.

타멜의 등산용품점들 / 출처:http://www.bcmtouring.com


주변에서  추천받아 찾아간 크리슈나 트래킹 용품점. 사장님 인상이 나쁘지 않다. '다이, 다이'하면서  그동안 배운 네팔어 신공을 펼쳐본다. '다이'는 우리말로 '형' 내지는 '형님'이다. 외국인 녀석 하나가 느닷없이 찾아와서 '형님', '형님' 이러는데 싫진 않은가 보다. 사장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필요한 물건들을 몇 가지 골랐다. 대부분 중국에서 넘어온 짝퉁 같아 보인다. 그래도 등산스틱이랑 헤드랜턴 같은 건 아직 중국 기술력으론 힘든지 진짜가 걸려 있다. 짝퉁이 제 역할을 해낼지 걱정이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이 곳엔 진짜만을 취급하는 브랜드 매장이 거의 없다. 그나마 노X페이X 매장이 있긴 하지만  그곳은  우리나라에서도 등골 브레이커로 유명하지 않은가? 최소한의 기능만은 해주길 바라며 중국산 짝퉁 노X페이X 물건들의 가격을 한껏 흥정해본다(이 곳은 흥정의 나라다. 다음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려 한다). 기분 좋은 사장님은 처음에 이야기한 가격보다 상당히 많이 깎아준다. 애시당초 처음을 한껏 높이 불렀다가 깎아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난 모르니까... 그것도 기술이라면 훌륭한 기술이겠지. 사장님과 나,  둘 다 웃고 있으니 괜찮은 거래이지 않을까? 가격을 잘 쳐주는 것 같길래 나도 모르게 필수 장비 + 있으면 좋고 없으면 좀 불편할 아이템들까지 마구 집어 오고야 말았다. 역시 마음대로의 기준은 마음에 따라 변동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흠, 어쨌거나 장비 구입 완료.


트래킹 허가

네팔에서 유명한 트래킹 지역을 가고자 하면 TANN이라고 하는 곳에서 트래킹 허가와 TIMS 카드를 받아야 한다(트래킹이 시작되면 주요 체크 포인트마다 검문소가 있어서 검사를 한다). 특별한 건 없다. 서류에 형식적인 내용들을 쓰고, 사진 두어 장 붙여서 돈만 내면 준다. 대개는 네팔 관공서에 가서 현지인들과 씨름하고 싶지 않기에 수수료를 내고 대행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이 것도 좋은 경험인 것을. 네팔 관공서 체험 및 네팔어 스피킹 + 리스닝 실전 연습도 하는 좋은 기회이니 포카라에 가서 직접 하기로 결정. 비용은 대략 1인 50불 정도 한다(현재는 2015년 대지진 후 여행 수요 진작을 위해 허가비를 내렸다는 말이 있다).

트래킹 허가 받기 / 출처:http://i.dailymail.co.uk


식량

식량? 트래킹 중 밥은 롯지에서 거의 다 사 먹는다. 롯지는 숙소인데 대부분은 밥만 잘 먹어주면 방값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저녁에 도착해서  저녁밥을 먹으면 방이 공짜!(혹은 받아도 1인 100루피 정도다. 싸다 싸). 그런데 무슨 식량? 걸으며 먹는 행동식과 숙소에서  사 먹는 네팔 밥이 질렸을 때 먹을 특별식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롯지에서 파는 네팔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 달밧떠르까리(날으는 쌀밥 + 녹두죽 + 감자조림 + 야채볶음 세트)가 주다. 아니면 챠우면(볶음 면)이나 뚝파(칼국수와 비슷) 정도인데 몇 날 며칠 계속 이런 것만 먹으면 당연히 질린다. 이런 때는 맵고 칼칼한 한국산 라면이 특효인데, 네팔이니 유사한 제품으로 만족한다. 행동식으로는 건포도, 미니 초코바와 견과류를 준비하기로 했다. 카트만두에서 사가면 무거우니 포카라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약품

비상용 약은 필수적인 것들로 가져가야 한다. 진통제, 두통약, 소화제 정도에 붕대와 밴드 등 외상에 대해 응급처치가능한 수준은 챙겨야 한다. 안나푸르나는 고산병 위험이 적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약국에 들러 다이아목스를  구입했다. 다이아목스는 고산증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같으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이 필요하겠지만 네팔에서는 그냥 약국 가서 달라면 준다. 네팔 만세! 독한 약이니까 굳이 증상이 없다면 먹지는 않을 것이다. 먹어도 반알 정도 소량만 먹어야지.


비상용 연락망

특별히 없다. 주변 지인 정도이다. 히말라야를 오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지인에게 연락한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이 곳은 네팔인데... 전화가 터지기만 해도 다행이겠지(롯지에 가면 비상연락망이 있다. 가까운 진료소나 네팔 정부 산하의 트래킹 관련 기관들의 연락처이다. 유사시에 정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것저것 준비할게 많다. 그나저나 체력은 누가 준비해주나?



어디 히말라야 가보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래킹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12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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