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2대
안내가 된 지 두 시간이 좀 더 넘어서야(사실 세 시간에 가까웠다) 항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탑승을 알리는 메시지를 마커로 스케치북에 써서 흔들며 파이널 콜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자 약 20명쯤 되어 보이는 승객들이 줄을 설 것도 없이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비행기가 737 아니었나?'
꽤 큰 비행기로 알고 있었는데 승객이 이것밖에 안되다니 내가 기종을 잘 못 알고 있나 싶었다. 탑승구를 지나자 내 기억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음 알았다. 200명은 거뜬히 탈 것 같은 비행기에 20명 정도만이 탑승을 했다. 기다릴 것도 없이 그 20명 남짓이 타자마자 출입구를 닫고 서는 이륙을 서둘렀다. 특별히 티켓에 나오는 좌석 번호랄 것도 없이 다들 원하는 곳에 앉는 눈치였지만, 우리는 또 고지식하게 티켓에 프린팅 된 번호를 찾아가 기어코 앉았다. 스튜어디스는 별난 한국인들에게 잠시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상냥한 미소로 서빙을 시작했다.
제트 엔진의 엄청난 시동 소리가 들리고 기체가 흔들렸다. 그동안 비행기를 타면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종류의 긴장이 느껴졌다. 그건 아마도 네팔이란 나라만큼 낯선 네팔 항공에 대한 신뢰의 문제였을 것이다. 비행기 사고는 일반 자동차 교통사고보다 확률이 낮다는 통계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창문 옆 벽면에 음각으로 새겨진 히말라야 산맥의 문양을 보았다. 가만히 그걸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불필요했던 긴장은 잊혀졌다.
걱정과 달리 네팔 로얄 에어라인의 1호기인지 2호기인지 모를 이 녀석은 방콕 공항의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가서는 하늘 위로 솟구쳤다.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무거운 쇳덩어리가 하늘로 떠오르는 이 순간만큼은 무서움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희열과 이 긴장이 좋다.
적당한 고도에 오르자 아까 그 스튜어디스가 기내식을 가져왔다. 대부분 비행기 앞쪽에 앉아 있고 우리 부부만이 단출하게 중앙부에 있었기에 카트를 끌지도 않고 두 손으로 도시락 두개를 가져다 주었다. 메뉴는 (후에 알게 됐지만 네팔 전통 음식인 달밧떠르까리) 네팔 느낌 물씬 나는 이름도 모를 음식.
낯설다. 향신료의 느낌이 물씬 난다. 점심을 굶은 탓인지, 네팔 항공을 잘 탔다는 안도의 성취감 때문인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니 기분도 절로 좋아진다. 역시 한국사람은 식후경이다. 이제 정말 네팔 카트만두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살지 걱정도 안된다. 밥을 먹었고 배가 부르다. 그뿐이다.
여행이란, 삶을 이토록 심플하게 만든다.
좋다.
3시간 정도 지나자 기내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곧 도착하니 안전벨트를 메고 착륙 준비를 하라고 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정말 산, 산, 산이다. 꼬불꼬불한 산과 계곡 사이로 거미줄처럼 길을 내고 듬성듬성 집들이 펼쳐져 있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We are arriving at Kathmandu Tribhuvan Airport soon.
Welcome to Nepal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