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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de in Nepal

5_Nepali

카트만두 라이프의 시작

by 삶엘
어떤 나라든 그 나라만의 냄새가 나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 곳의 흙과 대기의 냄새, 사람들의 체취, 매연과 향신료의 향이 온통 뒤섞여 있다. 결코 내 나라에서는 맡을 수 없던 그런 냄새가 가장 먼저 네팔의 존재로 다가왔다.


공항 나가는 통로에는 '헬로 헬로'를 외치는 십대 짐꾼부터 노인 짐꾼들까지 수많은 짐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꽃목걸이를 들고 고국을 떠나는 가족을 배웅하거나 재회의 기쁨에 겨워 눈물의 포옹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불과 하루 전 우리의 모습이었는데...


우리나라 티코와 아주 흡사한 하얀 마루티(스즈키) 택시들이 줄지어 있고 여기도 운전수들이 호객과 흥정을 하기 바쁘다. 우리는 짐이 많아 미리 마련한 봉고에 짐들을 싣고 출발했다.


링로드라 불리는 카트만두 시내를 한바퀴 빙도는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차선도 없고 한껏 치장한 트럭들과 지붕까지 사람들이 올라탄 버스들이 쌩쌩 달린다. 거기에 택시 오토바이, 개인차량 심지어 길 가를 걸어가는 사람들과 도로에 누워 있는 소까지... 정신이 없다.

Ring Road @Kathmandu, Nepal / Google Image Search

살아있다. 싱싱한 횟감마냥 살아서 꿈틀댄다. 정신없고 혼란스러울 줄만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너무나도 살아있다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우리 봉고의 기사님은 연신 경적을 울리며 중앙선을(정확히 말하면 도로의 중간 즈음이겠다. 중앙선이 보이지 않으니) 넘나들며 달린다. 맞은 편에 달려오는 트럭과 부닥칠 것 같다. 가는 내내 간과 심장 에 무리가 오는 기분이다.


꿈틀대는 연체동물 같은 링로드를 뚫고 우리가 도착한 동네는 자왈라켈이다. 이 곳은 카트만두 남쪽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서래마을쯤 될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많이 정착해서 사는 지역이란다. 우리가 살 집의 주인은 고르카 용병 출신의 아저씨다. 계약서를 쓰며 마주하니 큰 덩치에 무서운 인상에 굵은 목소리와 군인 같은 태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마치 어느 조직의 보스에게 '배신을 하면 손가락을 자르겠습니다'라고 혈서를 적는 기분이다. 집은 3층 벽돌집, 각 층마다 외국인들이 세 들어 산다. 영국군의 가장 용맹한 용병인 네팔 고르카 용병들의 노후는 대부분 이렇게 군에서 지내는 동안 모은 돈과 연금으로 집을 사서 임대를 하며 산다. 주로 외국인들에게 임대를 주고 후한 임대료를 받다 보니 보통 네팔 사람들에 비해 아주 풍족한 삶을 영위한다.


집 근처에는 카트만두 유일의 동물원이 있다. 동물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집 근처에 있는 동물원 담벼락이 호랑이와 표범의 우리란다. 지진이 나서 이 담벼락이 무너지면 지진보다 호랑이 때문에 목숨을 잃을 거라며 사는 사람들이 농을 친다.(나중에 동물원에 가보니 정말 집 옆이 호랑이를 포함한 맹수들의 우리다)

옥상 @카트만두 우리집, Nepal

옥상에 올라 카트만두 해지는 저녁 풍경을 본다. 낯설다. 모든 풍경이 낯설다. 저 멀리 사원도 보이고 연기도 피어오르고 여전히 낯선 네팔의 냄새가 난다. 낯설어 내가 살아 있다는 그 느낌이 발끝에서부터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아내와 함께 집 앞으로 잠시 마실을 나간다. 과일 가게에서 구아바, 망고, 파파야, 잭프룻. 낯설디 낯선 과일을 사 본다. 마음이 헛헛 한가 보다.


여긴 소도 개도 많다.



*네팔어에서는 한국인, 미국인, 네팔인 처럼 00인을 표현할 때 나라이름 마지막에 ~리를 붙인다. 즉, 코리안리, 어메리칸리, 네팔리 이런 식이다. 이제 Nepali로서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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