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ade in Nepal

6_카트만두의 아침

네팔이란 나라

by 삶엘
네팔에 대해 아시나요?


창문으로 어슴프레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1박 2일(방콕 공항에서의 지새운 밤 포함)의 긴 여정이 피곤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더 피곤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카트만두는 해발 1300m-1400m 정도 되는 고지대라고 한다. 고지대이다 보니 산소 농도가 낮아져(?) 쉬이 피곤해진다고 하는데... 내 몸 상태를 보아서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밝아질 때까지 눈을 더 붙이기로 하고 이불을 끌어당겨 다시 잠을 청해 본다.


눈을 감고 한참을 있어보지만 이미 잠은 달아나고 머리 속에 이런저런 생각만 많아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카트만두 라이프의 시작이다. 할게 많다. 우선 사는 동네 파악하기. 동네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하니 쌀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 슈퍼, 시장, 식당, 은행 등이 어디 있는지 돌아다녀봐야 한다(생각해 놓고 보니 주로 돈 찾아서 먹는 일이 주업인 것 같다). 특히 중요한 건 은행계좌를 열고, 휴대폰도 개통하고, 아주 느리다고는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도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카트만두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 해야 될 일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해가다 보니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싶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나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베레스트가 있는 나라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크기는 남한보다는 좀 크고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는 좀 작다. 나라가 동서로 긴 모양이다. 남쪽의 평원지대로부터 시작해 북으로 향하다 보면 중부지역은 우리나라 강원도 느낌의 산악지대이고 북부지역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는 엄청난 고산지대이다. 인구는 3천5백만 정도인데 젊은이들은 먹고살기가 어렵다 보니 외국에 노동자로 많이 나가 있다. 나라의 지형만큼이나 인종 구성이나 부족 구성도 다양하다. 흔히 인도에서 볼 수 있는 피부가 까맣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리안 계통의 머데시들, 한국 사람 느낌이 나는 몽골리안 계통의 여러 부족들(구릉, 따망, 세르파 등). 생김새도 다르고 부족 언어도 다른 수십여 소수종족이 Nepal이란 이름 아래 나라를 이루고 함께 살고 있다. 나라의 공식 언어는 네팔어이다. 하지만 종족들마다 자기 부족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의 경우에는 종족어만 쓰고 네팔어를 못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어려서 종족어, 네팔어를 배우고 TV를 통해 자연스레 힌디를 배우게 된다.(대부분의 TV 콘텐츠가 인도산이다). 여기에 사립학교를 나오면 영어도 할 줄 안다.

십몇년 전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힌두 왕국이었을 만큼 힌두가 많다. 여기에 불교(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는 네팔에 있다)와 이슬람, 기독교 등이 혼재되어 있다. 세계에서 빈곤 국가 10위권에 들만큼 경제적으로는 가난하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기반 산업이 없고, 농업 위주로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인 인도에게 경제적, 정치적으로 자주 치이다 보니(?) 더욱 슬픈 현실을 겪는 면도 있다.


카트만두는 이런 네팔의 수도이다. 인구가 100만 정도라는데 정확한 숫자인지는 네팔 정부도 자신이 없는 것 같다. 해발 13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분지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호수였다는 데 전설 속의 이야기인 듯 하니 나도 자신은 없다. 옥상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면 분지인 만큼 온통 산으로 둘려 쌓여있다. 우기(몬순)가 지나고 건기가 되면 북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진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카트만두라고 부르는 도시는 카트만두 Valley인데 북쪽으로는 카트만두, 남으로는 파탄으로 나뉜다. 이 도시를 링로드라고 하는 도로가 외곽순환도로처럼 빙 둘러쳐져 있고, 바그마티라고 하는 강이 도시를 가로지른다. 네팔 사람들은 이 강이 흘러 흘러 인도 갠지스 강으로 간다고 하여 아주 성스럽게 여긴다. 도시의 북쪽 중앙부에는 왕궁이 있고,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이 있다. 여행객들의 메카 타멜이다. 타멜은 한국의 명동, 이태원, 태국으로 치면 까오산 로드에 견줄 만큼 외국인도 정말 많고, 맛집, 카페, 여러 상점들이 있는 곳이다.

Kathmandu valley, 이미지출처: people.uwec.edu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물품마다 다 다른 것 같다)인데 매년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많이 오르는 편이라고 한다. 전기는 매일 정전이 된다. 수력발전에 의존하다 보니 여름에는 정전시간이 짧고 겨울에는 심하면 하루에 1-2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가스와 석유는 인도로부터 육로로 받아오는데 툭하면 재고가 떨어져 파동이 난다. 이런 중요 물자는 인도가 네팔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끔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자, 이렇게 네팔로 오기 전 책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네팔에 사시는 분들에게 전해 들은 이 정보들이 맞는지 직접 발로 뛰며 알아볼 차례다. 네팔은 한참 우기이다. 옷과 신이 젖지 않도록 단단히 채비를 하고 거리로 나가 본다. 거리에 발을 내밀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가득하다. 무슨 축제라도 벌어진 걸까?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제의 여행객이었던 우리는 오늘부터 카트만두의 거리를 걷는 행인이다.


잘 살아보자.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sme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