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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26. 2021

사무실서 토마토 키우기

 어느 날 출근해보니 스킨답서스 화분에 못 보던 새싹 세 개가 나와 있었다. 이전에  서랍 한 구석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던 씨앗  봉투를 뜯어 뿌렸던 것 같긴 한데, 기억해보려 해도 어떤 씨앗이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수일이 지나니 제법  더 자라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여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녀석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다른 화분의 식물들의 성장을 능가하였다.  그런데 자기 편한 대로 자라 나와, 그다지 볼품 있는 모양새의 관상용 식물 같진 않았는데 주말을 지나 월요일  출근해 보면 시들어 거반 죽어 있곤 하였다. 그래도 물을 주면 오후엔 슬며시 살아나고, 손을 스치기라도 하면 거의 허브급 향기를 내기도 하였다. 한 여름이 되어서야 이 녀석이 채소류란 생각이 들게 되었다.


  ', 내가 무언가 작물이 될 씨앗을 뿌렸던 게야.' 하던 차에 어느덧 노란 꽃을 피웠다. 원주 직장에서 사택을 오가며 걷는 길에 농부들이 재배하는 밭을 지나는데 비슷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제야  방울토마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번 피어오른 생명이니 그 생애를 마음껏 누리고 살다 가게 하자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물을 주었다. 다른 화분의 식물들보다 두세 배는 물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물 주는 간격이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죽은 듯 시들어 늘어져 버리는데 물만 주면 기이할 정도로 살아나곤 하였다.


 노란 꽃여러 차례 피워냈지만 이내 떨어지곤 하여 여기까지 인가보다 했는데,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면봉으로 꽃술을 문질러 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꽃술이 펴져있지 않고 오므라들어 있었고 면봉으로 문질러 보았으나 더 이상 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소용없는 일이라 단념하고 이내 면봉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해서 여느 때처럼 잔뜩 풀 죽어 있는 이 녀석에게 물을 주는데 무언가 동그란 것이 줄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방울토마토였다. "와! 신기하다. 토마토가 사무실 화분에서 열리다니." 서툰 손으로 면봉으로 문질러 주었던 꽃에서 토마토가 맺힌 것이었다.

 몇 번이나 '시들시들한 녀석을 뽑아버릴까, 관상용도 아닌 이 녀석을 계속 키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 번 핀 살아 있는 귀한 생명체의 생애를 끝까지 마음껏 살게 해 주어야지 하고 물을 주곤 하였는데, 이 아이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였는지 귀한 반응을 해주었구나 싶었다. 오! 생명의 귀함이여, 생명의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듯했다. 무성하게 제 멋대로 자란 방울토마토에 단 하나의 토마토가 열렸지만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내 일생 의도치 않은 첫 경작의 수확  때문일까? 생명체를 돌보는 것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무언가 상호적인 것이란 평소 생각에 더 확증을 가져다주는 사건이었다. "토마토야, 끝까지 살아주어서 참 고맙구나, 사랑해."


추석연휴 지나고 출근해보니 빨갛게 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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