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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05. 2022

三顚四起(삼전사기) 캐나다 여행-II

둘째 날: 롭슨 산과의 조우

둘째 날의 첫 일정은  재스퍼에서  마제스틱산(Majestic mt.) 산자락에 있는 인디언 리지 중턱의 위슬러스 피크(Whistlers peak)에 오르도록 Jasper SkyTram을 타는 것이 었는데, 성수기에는 티켓팅 하느라 장사진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인터넷으로 오후 2시 편을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20분 전에는 오라는 안내문에 따라 일정을 맞추려니 캠룹스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어 점심식사 시간도 고려하여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였다.

둘째날 캠룹스에서 재스퍼까지 차량으로 5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를 오전 내내 달려갔다. (출처: 구글맵)


 한참을 달려갔을 무렵 점차 도로변의 풍광이 범상치 않아져 가더니 마침내 재스퍼 도착 한 시간 정도를 앞두고 우린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장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여행 일정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지점이었는데 귀국하고 나서 사진을 정리하면서 비로소  이 산이 롭슨(Robson)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압도되었던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 이 산이 3954m 높이로 로키산맥의 최고봉이었던 것이다. 수평 이판암 지층으로 되어 있어 그런지 산 턱 이상 부위에 층층이 눈이 횡으로 쌓인 모습낯선 풍경을 자아내었다. 사진 몇 장을 기념으로 찍는 것 외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재스퍼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다와 가고 있었고 이 장대한 산에 대해 사전에 알아둔 것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구름으로 정상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보이는 부분 만으로 위압감이 느껴지니 날씨가 맑은 날이면 어떨까 하고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암 4:13 이는 그가 산들을 짓고 바람을 창조하며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알리는 이 아침을 어둡게 하고 땅의 높은 곳들을 밟고 다니는 이인 까닭이라. 그 이름은 여호와 만군의 하나님이라!                                                                                                                                              

 

사진상으로는 앞에 보이는 롭슨 산의 장엄함이 다 표현되지 않는다. 우린 이 산의 위용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롭슨산과의 조우를 뒤로하고 재스퍼에 도착하니 의외로 시간이 남아 피라미드 산에 들렸다가 스카이 트램을 타기로 하였는데, 피라미드 산은 그 모양을 따라 지어진 것으로 2,766m의 높이에 호수를 끼고 있는데, 가는 길에 자작나무 숲이 있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국적 풍경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운전 중에 길가에서 흔히 보았다는 사슴, 엘크나  곰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 피라미드 호숫가에 다다랐다.

피라미드 호수 뒤로 피라미드 산이 보인다. 다음날 아침에 본 동쪽 측면의 모습에서는 눈이 녹지 않아 눈 덮인 피라미드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월 초의 호숫가는 적막한 풍경이었다. 멀리 호수에 작은 배 두어 척에 노 저어 가는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가야 할 시간이 다되어 서둘러 주차한 곳으로 항하는데 빗방울이 간간이 쏟아져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호숫가 산책에 다소 여유를 부렸던 탓인지 겨우 시간에  맞추어 트램 주차장에 내린 우리는 탑승장을 향해 달려갔는데 헐레벌떡 서두른 것 치고는 탑승장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지 않은 탓이었는데 덕분에 다소 한가히 트램을 타고 위슬러스 피크에 도착하였다. 세계 3대 스키장 중에 하나가 있는 캐나다의 유명한 위슬러산(mt. Whistler)과는 다른 곳인데 이름이 유사하여 혼돈을 주었다. 위슬러는 캐나다 산악지대에 사는 마못이 짝짓기 시기에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서 지은 지명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마못들인지 르겠지만 여기서도 땅다람쥐 같은 귀여운 녀석들이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스카이 트램의 상부 도착지가 멀리 보인다. 길은 위슬러 피크로 난 길이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좀 걸어도 숨이 차게 느껴졌다.

계획상으로는 위슬러스 피크까지 올라가 보는 것이었으나 상층부는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고 고도가 높아서인지 조금 걸어도 숨이 찬지라 트램 상부 도착지와 위슬러 피크 중간 정도에서 발길을 돌이켰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 핀 야생화들이 연노랑과 연분홍색을 띠고 은은히 겸손하고 다정다감하게 피어 있었다. 강풍이 항상 불어서 그런지 아주 자그마한 몸짓으로 서로 부둥켜안듯 옹기종기 모여 피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우리나라 다람쥐보단 좀 더 크고 풍성하게 생긴 땅다람쥐 같은 녀석들이 서너 마리씩 몰려다니며 장난을 치다 우릴 쳐다보곤 하였다. 이 녀석들이 위슬러란 이름의 기원이 된 그 마못들일까?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우린 그저 그러려니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산등성 한 쪽면에는  눈이 덮인 급경사면이었고 그 너머로 재스퍼 시가 멀리 보였다. 바람이 강해 자칫 급경사면으로 발을 헛디뎠다가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산등성이 안쪽으로 일찌감치 발길을 돌렸으나 일행은 급경사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애타게 불러도 들은 척도 안 했다. 간이 커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네 하며 혼자 큰 바위 곁에 앉아 있으니 그제야 이쪽으로 오신다.


 독수리 한 마리가 상승 기류를 타고 솟구쳐 올라왔다. 이렇게 지척에서 독수리를 보다니, 캐나다의 자연이 놀랍기만 했다.


산 능선 너머는 눈 덮인 절벽이었다. 나는 아찔하여 산 길 안쪽으로 돌아 왔으나 일행은 그곳에 머물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강풍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스카이 트램에 내려 위슬러 피크로 가는 길 도중 멀리 재스퍼 시내가 보인다. 애써배스카강이 옥색 빛을 띤채로 재스퍼 시내 옆으로 흐르고 있다.
이 작고 귀여운 다람쥐 같이 생긴 것이 휘파람소리를 내는 마못일까? 이들이 내는 소리에 따라 위슬러스 라는 이름이 생기게한....
산기슭 이곳 저곳에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야생화들은 종류도 다양해 보인다. 연노랑에 연분홍색 자그마한 야생화들이 다소 황량할 수 있는 산 중턱 풍경을 따스하게 해준다.

 저녁 식사는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둔 Fiddle River Restaurant에서 저녁 6시에 하기로 하였는데 식사 후 힌튼으로 가는 길이 8시가 다돼가는데도 대낮 같아 시간을 더 버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캐나다에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첫 식사라 기대를 잔뜩하였는데 무엇을 시킬지  몰라 버벅 거리고 있는 우리를 서빙하는 할머니께서 보시더니 우리가 고르는  음식이 양이 많다며 과감히 음식 추천과 더불어 가짓수까지 정리해 주셨다. 분명 할머니였는데 우리보다 더 건강해 보이셨고 마른 편이신데도 팔뚝 근육이 암벽등반가 같이 보통이 아니게 보였다. 음식은 우리 입맛에 적절했다. 숙소가 차로 50여분 걸리는 힌튼에 정한지라 재스퍼 시내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숙소로 향하였는데 예상외로 날도 대낮 같이 밝았고 경관도 빼어났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곳에 숙소를 정한 것에 대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8시 다 되가는 시간에 재스퍼에서힌튼을 향해 가는도중만난 풍광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어느 위대한 미술가의 작품과 같아 보였다.


힌튼에 가는길 차창 옆으로 보이는 풍광은 예사롭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연회색의 높이 송은 산봉오리와 초록 빛 초원과 하늘을 향한 나무들과의 이국적 풍경에 취하며 힌튼으로 향했다.

 숙소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청결하고 단순하여 마음에 꼭 들었다. 저녁에 캐나다의 청명한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자 하는 열망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는데, 하루 종일 강행군을 하여서인지 쓰러지면 다음날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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