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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08. 2022

三顚四起(삼전사기) 캐나다 여행 -III

셋째 날: 아쉬움이 남은 스피릿 아일랜드

 셋째 날은 힌튼에 여전히 본거지를 둔 상태에서 재스퍼 인근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멀린 협곡(Maligne canyon)과 메디슨 호수(Medicine lake)멀린 호수(Maligne lake) 세 곳을 하루 만에 돌아볼 예정이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어 식당 개방 첫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달려가서 보니 빵, 과일, 음료, 요구르트, 즉석 제조 와플이 먹음직스럽게 준비되어 일행 모두 감사하게 여기며 또 다른 강행군 일정을 대비하여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였다.


 먼저 멀린 협곡에 첫 번째 다리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한 후 계곡을 따라가며 걸었는데 오래전 플랑크톤의 산물이 만들어낸 석회암에 형성된 동굴의 상층부가 침식 작용에 의해 소실되고 계곡처럼 남게 되었다는 지질학적 설이 있다고 한다. 이 설이 사실이라면 세월은 동굴의 상층부  반쪽을 날려버리고 그아래 반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었다. 계곡은 좁고 깊기도 해서 물은 급하게 큰 소리를 내며 흘러내려가는데 이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고 총 6개의 다리가 놓여있어 이 6개의 다리를 다 건너는 것이 멀린 협곡 트레일 코스의 완성도 높은 일주 코스이나, 오늘 두 곳을 더 들려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우린 4번째 다리에서 돌아오기로 하였다.

네번째 다리 지나 하류쪽으로 두개의 다리가 더 있으나 다소 거리가 있고 일정도 빠듯하여 네번째 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멀린 협곡(Maligne Canyon)의 격류



멀린협곡 내 작은 폭포

 멀린 협곡의 굽이굽이 난 산책 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차장까지 오게 되었다. 메디슨 호수를 향해 가는 길 가엔 화재의 흔적으로, 을씨년스러운 풍광을 자아내는 불에 그을린 나무들의 숲이 보였지만 이내 초록색  야산과 초지도  보이는데 한적한 도로 앞 쪽에 차들이 몰려 서행하고 있었다. 이 한적한 길에 무슨 교통체증인가 싶었는데 좌측 길 가에 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길가에서  곰을 본 것이다. 다들 신기해하며 어린아이들 같이 좋아하다, 곰과의 조우를 뒤로하니 어느덧 메디신 호숫가에 도착하였다. 메디신 호수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원주민들이 이 호수를 영의 호수(the lake of the spirit)라는 뜻의 MDE Wakan을 줄여서 부른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빙하가 녹은 물이 가을이 되면 홀연히 마술과 같이 사라진다고 해서 과거 마술과 의술이 혼합된 개념으로 여겨지던 시절의 명칭으로써 메디신 호수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다.


메디신 호수(Medicine lake)로 가는 길. 화재의 상흔이 을씨년스런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캐나다 여행에 드디어 첫번째로 길가에서 만난 야생동물, 곰

 메디신 숫가에는 사람들이 여럿 여기저기 모여 있었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다소 심상치 않았다. 약간의 긴장감이 도는 야릇한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국립공원 관리자들이 호숫가 주위로 내려가는 길을 임시로 차단하고 사람들로 내려가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니 그들은 땅에 떨어져 있는 초록빛 진흙덩이 같은 것을 손으로 가리키며 곰의 배설물이라고 알려주었다.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서로 무어라 흥분돼서 이야기하는데 호수가 주변으로 엄마곰이 새끼곰 두 마리를 데리고 지금 먹이활동 중이라고 하였다. 이들이 멀어질 때까지는 내려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또 바로 옆에는 금발의 앳된 국립공원 직원이 웃으며 단안 줌 망원경을 가리키며 들여다보라고 하였다. 대학생  정도의 연령으로 보이는 앳된 친구였는데 무언가 흥분되어 얼굴에 홍조를 띠며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였다. 곰을 보라는  줄 알고 보았더니 멀리 나무 위 흰머리수리 둥지에 초점이 고정돼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수리 새끼들이 보인다며 진지하고 신기하다는 듯 말해주었다. 이 주변을 관리하며 매일 보는 광경일 텐데 이렇게 마치 처음 발견한 듯 진지하게 대하는 이들의 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 같으면 이내 식상해하고 이내 흥미를 잃을 법도 한데 말이다. 캐나다를 여행하며 내내 느낀 것은 이곳 사람들은 참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스퍼만 해도 2019년 재스퍼 보고서에 따르면 2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고층 호텔 하나 없는 자그마한, 한국으로 치면 읍소재지 정도 규모로 보였다. 개발을 하려고 하자 치면 이 정도 규모로 만족스러울 리 없건만 캐나다 사람들은 수십 년간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메디신 호수 ; 여름엔 호수가 물로 가득차있지만 가을이 되면 홀연히 사라진다고 해서 연관되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메디신 호숫가에 흰머리수리가 둥지를 틀었다.
저세히 보면 새끼 두마리가 보인다.
메디신 호숫가를 엄마와 아기 곰이 먹이를 찾아 배회하고 있다.

신명기 32:11-12 마치 독수리가 자기 둥지를 뒤흔들고는 자기 새끼들 위를 맴돌다가 날개를 펼쳐 새끼들을 받아 그 날개 위에 태우듯,  여호와께서 홀로 그를 인도하셨으며 그분과 함께한 다른 신은 없었다네.


 자연과의 긴장되고 흥분된 순간을 뒤로하고 우리의 오늘의 마지막 여정지인 멀린 호수를 향하였다. 빙하가 녹은 물로 형성된 세계적인 규모의 호수라고 하는데 점차 하늘은 흐려지고 간간히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였다. 재스퍼 사람들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호수 멀린에는 숨겨진 명소 스피릿 아일랜드(Spirit island)가 있다. 멀린 호수 선착장에서 배로 40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아름다운 장소로 이곳에 이십여분 머물다 돌아와야 할 정도로 규제를 하며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경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며 사진을 몇 장 찍다 보니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얼른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아쉬움이 컸지만 이곳을 아끼는 이 지역 주민의 마음을 존중하며 발걸음을 돌이켰다.

멀린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곳.
멀린 호수(Maligne Lake)에서 보트를 타고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저 멀리 보인다.
캐나다 명소 중 한 곳으로 손 꼽히는 스피릿 아일랜드의 전경,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이십여분 머물고는 떠나야 했다. 사진찍다 보니 시간은 다 흐르고...

 배로 돌아와 주변을 돌아보는데 수목들 주변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새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새들은 일정 거리 이상 절대로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그 한계를 넘어 다가가면 날아가 버리곤 하는데, 이곳 새들은 한국에서 보다 거리를 조금 더 허락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라고 재촉하듯 빗방울이 굵어져 가서 우린 숙소로 향하여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마와 가슴쪽에 샛노란 포인트를 준 작은 숲새가 반가이 우릴 맞이해주었다.



화이트와 그레이의 오묘한 조화를 이룬 깜찍한 새가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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