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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27. 2022

三顚四起(삼전사기) 캐나다 여행 -V

다섯째 날: 아그네스 호수에 오르다.

 다섯째 날의 일정은 오전에는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에 들려 주변을 산책한 후 오후엔 루이스 호수(Lake Louise) 근처 트레일로 미러 호수를 거쳐 아그네스 호수(Lake Agnes) 올라  그곳 티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잡았다. 티 하우스는 그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1901년에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등산객을 위한 피난처로 지었으며 1905년에 차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라고 하니 백 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2,135m 높은 산 정상에 위치한 호숫가에서  '갓 구워낸 빵과 호숫물로 끓여낸 '를 마실 수 있다니 이곳을 빠뜨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첫 일정에 따라 아침 일찍 떠나 모레인 호수를 향해 차를 몰았다. 캐나다인들 중에는 사람마다 선호가  다 다르겠지만, 재스퍼와 밴프를 잇는 캐나디안 로키산맥 지역에서 수많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루이스 호수보다 모레인 호수를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1969년에는 캐나다 20달러 화폐에 이 호수의 그림이 들어가기도 하였다고 하니 이 호수의 가치를 캐나다 사람들은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모레인 호수는 오전에 들리는 것이 햇살의 방향을 고려하면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오전에 들리기로 한 것이었다.

오전에는 모레인 호수를 들렸다가 가볍게 점심을 하고 오후에 루이스 호수 주변을 걷도록 하였다.

 모레인 호수에 도착할 무렵 도로 우측 편으로 높은 산이 보였는데 산봉우리 윗부분이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나의 어리숙한 눈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그곳을 파보면 금광석이 쏟아져 흘러내려올 것만 같았다. 그 산의 이름은 템플 산(mt.Temple)이었다. 그 모습이 기이하여 힐끗힐끗 바라보며 운전하다 보니 주차장에 다 달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관광 성수기엔 이곳에 주차할 엄두도 못 낸다고 하는데 우린 유월 첫 주라 그런지 원하는 곳에 주차할 여유가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템플 산 봉우리 일부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리숙한 내 눈에는 혹 표면이 금광석들로 둘러 싸인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주차장을 뒤로하고 호수로 향하니 초입에 죽은 나무들이 떠내려와 댐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마치 비버가 댐을 만들어 놓은 듯 말이다.  모레인 호수는 주변 10개의 산봉우리의 계곡으로부터 유입되는 물로 생긴 호수라고 하는데 호수 초입이라 그런지 우리 눈에는 봉우리가 10개까지 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주차장 쪽에서 걸어가 처음 접하는 호수의 풍광.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모레인 호수가 보이고 비버가 댐을 쌓은 듯 호수 아래쪽에 죽은 나무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호수의 우측 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호수의 풍경에 취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좀 더 가다 보니 호숫가에 전망이 좋은 곳에 벤치와 함께 만한 곳이 보여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믹스커피를 타서  풍경과 함께 마셨다. 오후에 아그네스 호수의 티 하우스에서 마실 것과 비교할 수 없으리라 마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행복과 평온함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아직 아침으론 쌀쌀하고 주변 산 중턱 너머 쌓인 눈들로 마음이 따사롭진 못하였다. 네 명이 함께 걸어도 차갑고 적막한 분위기가 쉽사리 녹아내리게 할 순 없었는데, 그래도 걷다 보니 호수의 끝자락까지 왔다.

모레인 호숫가 산책로 주변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에 풍경을 녹여 마셨다. 하지만 쌀쌀한 아침 공기와 녹지 않은 눈들로 마음은 쉽사리 따뜻해지지는 않았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 길이 정겨울 것 같으나 주변의 경관이 워낙 장대하고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주변 산들의 모습으로 다소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주변 계곡으로부터 흘러내린 맑은 물들이 모레인 호수로 유입되고 있다. 멀리 계곡에 빙하가 보인다. 고도를 높인 햇빛에 눈이 녹아내리며 계곡의 물을 쉴 새 없이 흘러 보내고 있었다.
모레인 호수 끝자락엔 맑은 물이 계곡에서 끊임없이 유입되고,  주변엔 죽은 나무들이 청정한 자연에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살짝 얹혀 놓았다.

 맑디 맑은 호수의 물은 시야를 조금만 더 멀리 두어도 이내 옥색으로 변해갔다. 그런데 옥색이라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옥은 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재스퍼와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만나는 다수의 호수들은 옥색을 띠지만 물은 투명하게 맑았다.


 인상 깊은 장면들을 사진에 담다보니 딱히 더 할만한 일이 보이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점심을 하고 오후 루이스 호숫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발길을 재촉하였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호수 위에 오리 몇 마리, 길가에 다람쥐들이 보이며, 다소 삭막해질 수 있었던 초여름 모레인 호수를 친밀하게 해 주었다.


 모레인 호수에서의 오전 일정을 가벼운 점심으로 마무리한 후 루이스 호수로 향하였다. 그런데 다소 한가했던 모레인 호수 주차장에 비해 루이스 호수의 주차장은 번잡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 로키산맥 여정에서 제일 번잡스러웠는데 번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번을 더 돈 후에야 겨우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루이스 호수의 규모도 모레인 호수와 견줄 수 없는 스케일을 보였는데 압도적인 규모의 호수였다. 입구 쪽에는 페어몬트 샤토 루이스 호수 호텔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었고 호수 주변 둘레 길이 잘 닦여 있었지만 제한된 일정에 우린 루이스 호수 우측을 따라 점차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택하였다. 오늘의 정점, 산 정상 호숫가에서 따뜻한 빵과 커피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루이스 호수는 그 규모면에서 일단 모레인 호수를 압도하였다.


미러 호수를 거쳐 아그네스 호수에 이르는 트레일을 오르며 숲 사사이로 옥빛 루이스 호수와 그 주변의 장대한 산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미러 호수 뒤쪽으로 비하이브가 보이고 곽 형제님과 방 자매님께서 여기까지 올라온 기쁨의 표시를 발하고 계신다.


아그네스 호수에 거의 다 다 달았을 때, 호수로 부터 작은 폭포가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 우리에겐 가장 길고 힘든 트레일이었지만 이 야기 저 이야기하다 보니 경유지인 미러 호수(Mirror lake)에 도달했는데 숲 속에 감추인 듯,  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고요한 수면으로 인해 '거울'이란 이름이 붙었나 보다.  호수 뒤로는 비하이브(the Beehive)가 우뚝 서있었는데 이름에서 보듯 거대한 벌집처럼 보였다. 미러 호수에서 땀을 식히고 잠시 쉰 후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아그네스로 향했다. 우거진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다 보니 작은 폭포수가 흘러내려 여기까지 올라온 노고를 위로해주는 듯했는데 곧이어 바로 눈앞에 아그네스 호수가 펼쳐졌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은 호숫물, 고도로 인해서인지 나무들도 듬성듬성 있었고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차가운 느낌을 주는 풍경이었다.

 일행과 함께 호수의 청량함과 6월에 만나는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드디어 고대하던 티 하우스로 향하였다. 호숫가에 한 여성분이 주전자에 호수에서 물을 떠서 티하우스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티하우스 직원이었고 소문대로 호숫물을 직접 길어서 티를 끓이려는가 보았다.


 티 하우스는 야외 오픈 테이블과 실내 좌석으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안내문에 티와 커피는 식사 주문한 고객에 한하여 제공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점심식사를 이미 하고 올라온 우리로서는 크나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 안내문이었는데, 음식을 주문해서라도 빵과 커피를 먹어보자는 나의 외침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재적인 나의 아내에 가로막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번 여행의 가장 우아해야 할 장면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허탈함을 안고 화장실을 찾았다. 티하우스에서 다소 떨어진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나무에서 짙은 파란색인 듯 코발트색의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아마도 스텔라 어치(Steller’s jay)였던 것 같은데 당시 처음 보는 모양에 색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사진기를 집어들었지만 그 순간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황급히 따라갔으나 그 새의 자취를 찾을 길이 없었다. 두 번째로 아쉬운 일이었다. 일행만 없다면 남은 시간 내내 이 새를 찾아 주변을 헤매고 다니고 싶었지만 제한을 받아야 할 입장이어서 아쉬운 마음을 그대로 접어두었다. 어렸을 때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 나오는 틸틸(Tyltyl)과 미틸(Mytyl)이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글을 읽고 새 한 마리 찾으러 먼 길을 떠난 이 아이들이 이해가지 않았으나 나도  높은 산 속, 맑은 호숫가를 따라 이 신비한 새를 만나러 떠나고 싶어졌다. 이 날의 큰 아쉬움을 남기고 루이스 호수 근처에서의 일정을 마우리 지었다.


시편 95:2-8 감사함으로 그분의 임재 앞에 나아가 찬양시로 그분을 향해 즐거운 소리를 내세.

 여호와께서 위대하신 하나님이시며 모든 신보다 크신 왕이신 까닭일세.

 땅의 깊은 곳들이 그분의 손안에 있고 산의 높은 곳들도 그분의 것이라네.

 바다도 그분의 것, 그분께서 만드신 것 마른땅도 그분께서 손수 지으셨다네.

 자, 우리 경배하고 절하며 우리를 만드신 여호와 앞에 무릎 꿇세.

 그분은 우리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그분 풀밭의 백성, 그분 손의 양 떼일세. “오늘 너희가 그분의 음성을 듣거든,  므리바에서처럼, 광야 맛사의 날처럼 너희 마음을 굳어지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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