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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06. 2022

三顚四起(삼전사기)캐나다 여행-VI

마무리 일정: 들뜨게 하는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포근하다

  남은 일정으로 루이스 호수에서 출발하여 밴프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 날 곧장 밴쿠버로 가서 2박을 한 귀국하도록 예정하였다. 루이스 호수에서 밴프까지는 1번 도로인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Trans-Canada highway)로 가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나 이 길보다는 옛길에 해당하는 보우 밸리 파크웨이(Bow valley park way)를 통해 가는 것으로 계획하였는데, 이는 후자가 야생동물과 만날 수 있고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며 갈 수 있다는 캐나다 관광 안내 책자들과 인터넷 경험담을 토대로 결정것이었다. 40분이면 밴프에 도착할 거리지만 시간이 더 걸려도 자연을 누리며 옛길을 따라 정취에 흠뻑 젖어 천천히 가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웬걸, 레이크 루이스 숙소에서 나와 보우 밸리 파크웨이를 들어서려는데 입구에 도로 폐쇄 안내문이 있지 않은가! 실시간 여행지 정보에 어둡다 보니 여기저기서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1번 도로인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밴프를 향한 1번 도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유사해서 주위 경관을 감상하고 누리며 가기에는 길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도중에 캐슬 산(Castle mountain) 근처에서 모닝커피를 하며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하며 남쪽을 향하여 내려갔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밴프까지는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나 보우 밸리 파크웨이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미리 내려받기를 해놓았던 구글 내비와 옵션으로 추가 비용을 주고 렌터카 회사가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며 다녔는데 렌터카 내비게이션은 자주 먹통이 되곤 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구글 내비가 그때마다 구원투수로 도움을 주곤 하였다. 1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캐슬 산으로 가는 도로가 보여 빠져나가니 산 전경이 보이는 잔디밭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쉼터가 있어 일행은 자연이 세운 장엄한 성채(城塞)를 배경으로 모닝커피를 마시며 잠시 쉴 수 있었다.

뒤에 캐슬 산이 보이는 쉼터가  있는 곳에서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믹스커피로 모닝커피 시간을 가졌다.

 휴식을 취하고 길을 떠나려는데 이곳에서 보우 밸리 파크웨이로 진입하는 표시판을 발견하였다. 여기도 막혔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 일단 진입해 보자고 했는데, 이곳은 다행히도 열려 있었다. 우린 폐쇄되었던 도로로 인한 실망감에서 회복되어 크게 기뻐했는데, 아마도 레이크 루이스 쪽에서 진입하는 부분만이 폐쇄된 것 아닌가 하고 거꾸로 올라가 보자고 하였다.  가다 보니 우리나라 국도처럼 자연과 가깝고 아름다운 경관을 더 친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곰이나 사슴 같은 동물들은 자취도 보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가다 곰과 같은 동물을 만난 것은 메디슨 호수에 갈 때가 유일했다. 그 흔한 캐나다 곰, 무스(moose), 사슴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재스퍼에 애써배스카강이 있다면, 밴프 국립공원에는 보우 호수(Bow lake)에서 부터 밴프를 지나 흐르는 보우 강이 흐다. 보우 밸리 파크웨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보우 밸리 파크웨이와  트랜스캐나다 하이웨이 사이에 이 강이 흘러가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강 옆으로 기찻길도 있어 기나긴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과 강과 기차, 이 정도면 캘린더 사진을 연출하는 장면이 아닌가?

보우 밸리 파크웨이를 달리다 만난 보우 강, 조용히 흘러가는 강 좌우로 침엽수림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멀리 눈 덮인 산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보우강과 보우 밸리 파크웨이 사이로 기차가 달려가며 수려한 경관에 친근감을 더하여 주었다.  

 보우 밸리파크웨이를 달리는 동안 차량을 한 대도 발견할 수 없었던 우리는 도중에 차를 세우고 길 양 옆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높이 벌리고 서있는 듯한 침엽수들을 배경으로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어 가며 깔깔거리고 즐겁게 자연 속에 녹아들어 가고 있었는데, 빨간색 차를 탄 백발의 노부부가 우릴 지나다 다가와 서더니 무슨 일이 있나고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하여 우리는 웃으며 아니라고 하니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하시며 미소를 머금고 두 분이 저 멀리 사라져 갔다. 친절한 현지 캐나다인이셨다. 이 길에서 그날 본 유일한 차량이었다.

보우 밸리파크웨이 길 한가운데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며 깔깔거리고 사진을 촬영하던 우리에게 무슨 일인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은 노부부의 빨간색 차 한 대가 멀리 사라져 가고 있다

  밴프에 도착하여 숙소에 일단 짐을 푼 후 밴프 곤돌라(Banff Gondola)를 타고 설퍼 산(Sulphur mountain) 자락에 위치한 스카이 비스트로(Sky bistro)가 있는 전망대까지 가기로 하였는데, 그곳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밴프 주변의 로키산맥의 산들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전망을 보고 내려와 밴프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다행히도 한국 식당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가는 한국식당이라 그동안 서양식 음식에 괴로워하던 나의 아내와 곽 형제님께서 제일 반기시는 듯하였다. 곤돌라 예약 시간이 남아 고색창연한 페어먼트 밴프 스피링스( Fairmont Banff Springs) 호텔에 들려 잠시 차를 주차해놓고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하다 보니 보우 강변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보우강
Fairmont Banff Springs 호텔에서 산책길을 따라가다 만난 보우 강의 아름다운 모습

 보우 강가를 거닐다가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는데 드디어 근접거리에서 서너 마리의 사슴들을 발견하였다. 인적이 드문 보우 파크밸리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을 이렇게 관광지에서 보다니, 이 사슴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근접거리에서도 풀을 뜯으며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우리에겐 무 신기한 장면이라 자꾸 돌아보다 발길을 돌려 곤돌라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밴프는 재스퍼에 비하면 도시와 같아 번잡하였으나 그래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소도시 규모 보다도 작아 보였다.

보우 강변을 산책하고 Fairmont Banff Springs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사슴 가족


밴프 곤돌라 상층부 스카이 비스트로 인근 전망대에서 바라본 밴프와 보우 강의 모습
Fairmont Banff Springs 호텔을 배경으로


밴프 시내는 재스퍼보다 더 번화했고 사람들도 더 붐벼서 개인적으로는 재스퍼가 그리웠다.

 밴프에서 하루를 잔 후 다음날 밴쿠버로 곧장 가기로 하였기 때문에 우린 새벽같이 일어났다. 대충 아침식사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는데 1번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레이크 루이스까지는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필드를 거쳐 골든과 캠룹스를 거쳐 밴쿠버로  10 시간 넘게 가는 일정이었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운전하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점심 식사할 때 외에는 경치 좋은 곳에 잠깐씩  머무는 것 외에 계속 자동차로 주행하여야 했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내려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 캐슬 산의 윤곽도 올 때 본 것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밴쿠버에 도착하기까지 곳곳에 아름다운 산들과 호수들 그리고 귀여운 마못들이 10시간 넘는 주행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밴쿠버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글라시어 국립공원의 모습


들판에 사는 마멋(marmot)

 장시간에 걸친 운전을 마치고 누님께서 사시는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에 도착하였다. 우리 일행이 네 명인지라 누님 댁에서 머물지 못하고 우린 여기서도 숙소를 예약하였는데 숙소 형태가 가 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아파트 같았다. 리셉션도 없고 전화로 연결된 사람이 열쇠를 건네주며 주차장도 안내해주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집처럼 세탁기, 식탁, 주방, 냉장고 등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었다.  수일간 여행하며 갈아입었던 옷들을 빨고 건조할 수 있어서 여행 마무리의 숙소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오후 늦게 도착했지만 해가 아직 중천에 있는 듯하여 우린 숙소 주위 바닷가 근처를 산책하다가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고 이내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일찌감치 누님 댁에 도착했는데 주변이 자연 속에 주거지였다.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숲도 우거져 가끔 곰들이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누님과 매형께서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오전엔 누님과 함께 밴쿠버 시내 중 그랜빌 섬(Granvile Island)을 다니고 오후엔 매형께서 근교에 위치한 딥 코브(deep cove)와 린 캐년(Lynn canyon)에 다녀왔는데 도시 근처에 바다가 내륙으로 깊게 들어와 강 같아 보이는 곳에 아름다운 선착장이 있는 공원들과 깊은 숲과 계곡과 폭포가 있는 산들이 있는 밴쿠버를 왜 그렇게 캐니다 사람들과 또 캐나다로 이주하려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무렵 수많은 사람들이 밴쿠버로 이주하였다고 하는데 나도 보다 젊은 날 이러한 환경을 알았고 기회가 되었다면 도전해 보았음직 하였을 것 같다. 저녁식사는 누님과 매형께서 집에서 만찬을 베풀어 주셨다. 이민오신 지 오래 건 만 처음으로 들린 누님 댁은 낯설었만 이내 친근해지고 우리 일행은 그동안의 캐나다 로키를 거쳐 온 모든 여정을 다 추억으로 남기고 캐나다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Granvile Island, 1917년대 광업 임업 장비 수리공장 등의 산업시설들이 들어섰던 곳이 지금은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과 판매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그랜빌 섬의 한 카페에서 누님과 함께
오후엔 딥 코브(DeepCove)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매형과


린 캐년에서 만난 폭포, 계속된 비로 인해 유량이 늘어 있는 듯하였다.


린 케년 트레일 중 만난 바위를 뚫고 자란 거대한 나무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귀국 시에 비행 일정은 우리에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들뜬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떠났던 우리 마음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가벼운 흥분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듀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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