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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l 17. 2023

사무실 안 실험실

 일전에 한 식물의 세계에 관한 자연과학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숲 속 식물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정보도 주고받고  심지어 영양을 공급해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씨앗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 자라는 자녀 식물과도 연결되는데 식물들은 뿌리가 닿지 않는 곳은 곰팡이 균사(菌絲)를 통해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받거나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검색해 보니 근거가 되는 연구 결과가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


  그전에도 한두 개의 화분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있었지만, 지방이전 정책으로 다니던 근무처가 원주로 옮겨진 후 가족과 떨어진 주중 생활로 인해서인지 더 많은 식물들이 사무실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집사람과는 기회가 될 때 동네 화원이나 양재 꽃시장을 방문하곤 하였고 심지어 과천 꽃 도매시장까지도 간간이 들리게 되었다. 화원에 갈 때마다 서로 "이번에는 꼭 보고 오기만 하는 거야. 절대로 하나도 면 안 돼"하며 서로 다짐하며 세뇌시키듯 말하지만 돌아올 때는 어김없이 두세 반려식물이 우리 손에 들려 있곤 하였다.


 그러던 중 천손초라 불리는 칼랑코에를 어느 다육식물화원에서 사게 되었다. 처음 그 모습이 종려나무 미니어처 같아 는데 이 식물은 기이한 생육방식을 갖고 있었다. 잎가장자리에 씨앗 같은 것이 자잘하게 붙어 있어 그것을 살짝 손대기만 해도 떨어지는데 그 씨앗 같은 것들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즉시 새싹들로 자라나 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씨가 아닌 이미 새싹 형태로 잎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독특한 생육방식에 관심을 갖고 키워보고 있는데 키가 쑥쑥 자라나다 보니 더 이상 종려나무 미니어처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이 우수수 떨어지는 씨앗과도 같은 작은 싹들을 다른 곳에 뿌려 자라도록 하다 보니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관찰하였는데 먼저 다른 화분에 뿌려 놓은 것들보다 후에 떨어진 것은 귀찮아 엄마 천손초  화분에 그대로 떨어지도록 방치하였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나중에 떨어졌지만 엄마 곁에서 자란 새싹들이 딴 화분에 뿌려 독립적이 된 새싹들보다 몇 배나 빨리 자라고 있었다.

왼쪽 화분이 엄마 천손초와 함께 있는 새싹들이고 오른쪽이 독립적으로 자라고 있는 새싹들이다. 오른쪽이 먼저 뿌려졌지만 왼쪽 보다 발육이 늦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처럼 뿌리를 통해 엄마와 소통하고 영양분도 분배받은 탓일까? 아니면 단순히 화분의 흙의 성분이 달라서일까? 후자라고 생각하기에 그 정도 흙의 성분이 차이가 날 것 같진 않아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이 사무실 안 내 화분들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자연현상인 것 같아 흥미진진하였다. 식물도 육아를 하는구나.  생명의 신비!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놀라운 생명의 비밀들이 아닌가? 내 사무실 안에 작은 비밀의 실험실이 생긴 셈이었다.




 

  


참고: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20/20130520025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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