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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Oct 13. 2020

신경가소성

비움의 글에서  neuroplasticity (신경가소성)의 개념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신경가소성을 증가시키는데 좋은 자극들은 평소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는데, 나이가 들었어도, 새로운 언어 배우기, 뒤로 걷기, 스포츠 댄스 등 평상시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나하고 맞지 않은, 죽어라 생각이 다른 당신의 아내의 또는 당신의 남편의 그 생각을 한번 수용해 보라고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다. 아마 당신의 머리에서 증기가 솟을지 모르지만 당신의 뇌세포는 매우 건강해질 것이다.


 결혼 생활이 30년을 넘은 우리 부부의 경우는 각자 살았던 세월보다 둘이 산 세월이 더 길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어떤 일을 바라볼 때 관점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샐러드를 만들 때 나는 채소를 칼을 쓰지 않고 자르라고 들은 적이 있어 손으로 비틀어 자른다. 아내는 그 모습이 영 마땅치 않아한다. 채소가 손상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개의 단면을 사용하여 자른다. 내가 볼 때 내 방식으로도 그다지 채소가 손상되는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를 때마다 아내가 불만 어린 말로 한두 마디 할 때, 나 자신을 부인하고 아내의 말을 받아들여 본다. 오, 내 뇌세포들이 더 활성화되는 느낌!


 의과대학 학생 시절 의료봉사를 나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이가 꽤 들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다. 여기저기 아프신 것을 호소하셨는데 이것저것 묻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담배를 엄청 피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왜 담배를 그리 많이 피우세요라고 물었더니 ‘마누라와 마음이 맞지 않아 항상 다투셔서 화가 날 때마다 담배를 피시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니 평생같이 사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다투세요?’라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적인 장면은 수년 전, 연령대를 불고하고 크게 인기를 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인 부부가 서로 칭찬하고 감상하며, 나이가 드셨어도 그렇게 예쁘게 사시는 실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되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런 삶을 사는 데에는 고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었다. 강남의 아파트에 사시는 것도 아니고, 억대의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류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매우 일상적이 소소한 삶에서 서로를 감상하고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그들을 참으로 행복하게 한 것이었다.


 오늘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우리의 뚜껑을 열리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생각을 한번 받아들여 보자, 그리고 한번 말해보자. ‘그래 내가 다 맞는 것은 아니야. 나는 틀릴 수도 있어’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 사람은 썩어 가고 있지만, 우리의 속 사람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고린도 후서 4:16)


PS: 신경가소성에 대해 글을 쓴 것 같은데 찾아도 보이지 않아 당시에 노트북에 썼었던 글에 이어 추가하여 올렸는데, 나중에 보니 비움이라는 글에 올렸던 것이 아시시 맘 신 작가님의 댓글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이 없다니. ㅠㅠ, 일부 중복 글을 삭제하고 추가한 부분만 살렸습니다. 댓글을 써주셨던 분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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