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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사람 Jan 11. 2021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안심 백신

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요. 여러분은 성장하고 있답니다.

모두에게 가혹했던 2020학년도 마지막 수업일. 

오늘도 어김없이 줌으로 사이버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한 명씩 접속할 때 마다 반가이 인사하고 얼굴과 목소리를 살핀다. 2020학년도 4학년의 마지막 수업일임을 알리며 지난 일 년간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하려는데 한 친구가 말한다. 


"선생님, 아무것도 한 게 업는데 4학년이 다 끝났어요.."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힌다. 짧은 순간이지만 여러 생각이 흘러간다. 

이 아이의 생각일까 평소 부모님의 말일까. 우린 지난 일년간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는걸까. 우리에게 2020년은 어떤 의미일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모두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린 지난 일년간 아무것도 한게 없지 않아요. 여러분 3학년때 이학습터에 들어가서 온라인 수업 할 수 있었어요? 줌에 접속해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화상으로 만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나요? 스스로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 선생님 안내에 따라 오늘 공부할 교과서를 준비하고 학습하고 공부한 것을 사진 찍어 과제방에 제출할 수 있었나요?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손을 깨끗이 씻고 거리두기를 잘 하고 그 힘든일을 일년간 여러분이 잘 해냈어요. 그래서 우리반에는 코로나에 한명도 걸리지 않았고 특별히 아픈 친구도 없었어요. 부족했지만 등교 수업일 미술시간엔 협동작품도 만들었고 체육수업도 마스크 쓰고 열심히 했지요. 리코더로 이중주 합주도 했어요. 학년 초에 개학이 늦어지면서 선생님이 여러분 부모님께 요청하여 받은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여러분 모두 키도 많이 커졌고 제법 고학년다운 모습으로 변했어요. 여러분은 지난 일년간 엄청난 일을 해 낸거예요.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가 열심히 잘 한일에 집중해 봅시다. 여러분 모두 지난 일년간 수고 많았습니다. 


이렇게 말해주고 나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위로가 되었다. 

그래 지난 일년간 교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나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참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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