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褓)과 복(福) - 두겹의 온기

by James
Salt desert landscape in Nevada, USA.


매년 이맘때나 연말 그리고 새해가 되면 고요히 울려 퍼지는 '복'이라는 단어는 늘 내면 깊은 곳에 특별한 여운을 남깁니다. 단순한 덕담을 넘어 그 말 속에는 타인을 향한 존중, 그리고 자신을 위한 위로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겉보기에는 하나로 보이는 이 '복'이 사실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얼굴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는 보자기와 닮은 복(褓), 다른 하나는 마음속이 충만해지는 복(福)입니다.


먼저 보자기처럼 사람을 감싸는 복을 떠올려봅니다. 한자 '褓'가 지닌 의미는 단순히 무엇을 싸는 행위를 넘어, 보호와 공감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갓난아기를 정성스레 보자기에 싸 안던 어머니의 손길을 생각해보면, 그 안에는 흔한 천 이상의 무게가 스며 있습니다. 아기의 떨리는 숨소리, 어머니의 잔잔한 온기, 말없이 이어지는 신뢰와 애정 등 이 모든 것들이 보자기 안에 함께 묶여 생명을 지켰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내면의 섬세함을 택했고, 즉각적인 자극보다 오래가는 온기를 선택하는 태도. 바로 그 절제된 아름다움이 보자기 복의 본질입니다.


반면, 복(福)은 채워짐의 미학입니다. 잔에 술이 가득 차던 제사 의식에서 유래한 이 글자는 풍요와 충만을 상징합니다. 삶의 빈 공간이 언제든지 채워질 수 있음을 알고, 그 채움에서 오는 평온을 음미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바로 복(福)의 참된 얼굴입니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기쁨,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와 웃음, 오래된 찻잔을 쥘 때 전해지는 따뜻함,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내면을 풍성하게 하죠. 즉, 복은 바깥에서 오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이미 안에서 감사하는 그 마음과 함께 자라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복이 서로를 완성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포근히 감쌀 때, 그 손길은 결국 자신을 채우는 풍요로 돌아오고 그렇게 채워진 마음은 다시 다른 이를 감싸는 힘으로 전이 됩니다. 이 반복된 순환 속에서 복은 개인의 미덕을 넘어 공동체의 품격으로 확장됩니다. 보자기처럼 유연하고 따뜻하게, 술잔처럼 고요하고 충만하게 그리하여 삶과 관계 속에 잔잔한 온기로 남게되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마음을 정성껏 감싸고, 하루의 어느 순간이라도 온전히 채워 살아가다보면 그러한 작은 실천이 모여 시대가 잃어버린 정을 되찾게 하니까요. 진정한 복이란 바로 그런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고, 이런 보이지 않는 세련됨과 깊은 인간미,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충만함의 조화 그 자체로 어쩌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품격의 언어라고 여겨집니다.



By.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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