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도 박지도
천사대교를 건너서 퍼플섬으로 가기 위해서 퍼플프릿지 카페로 검색을 하거나 퍼플휴게소로 검색해도 좋다. 다만 반월도를 먼저 가고 박지도 순서로 갈 것이라면 퍼플프릿지 카페로 검색하면 된다. 퍼플브릿지 카페에 도착하기 전 안좌읍에서 가다 보면 이윽고 보라색 지붕들이 보인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섬(Santorini) 마을의 지붕은 아니지만 보라색으로 아기자기하게 지붕이 칠해져 있다. 퍼플 색이지만 퍼플색이 아닌 지붕들도 있다. 산토리니도 그러할 진데 여기 마을도 그러하리라. 동유럽의 붉은색 벽돌 지붕은 그 지역에서 주로 나는 흙이 라테라이트토이고 그 재료로 만들어 구워낸 것이 우리가 아는 테라코타(붉은 벽돌)이다.
쿠바 트리니다드,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포르투갈의 코스타노바, 노르웨이의 베르겐, 브라질의 살바도르, 칠레의 발파라이소, 콜롬비아 과타페, 멕시코 과나후아토,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카프 등은 세계에서 가장 컬러풀한 나라들이다.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가지 않고도 국내에도 더 아름다운 섬이 퍼플섬이다. 섬의 컨셉을 잡을 때 원래 이 섬에 심었던 자색 도라지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섬이 연결되기 전에 지중해처럼 아름다운 도시도 붉은 벽돌로 장식한 마을도 아니었던 섬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2021년 신안군 반월·박지도가 유엔 세계 관광기구(UNWTO)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전 세계 75개국 170개 마을이 경쟁한 평가에서 최고등급에 올라섬에 따라 향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신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아니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리라.
2022년 1월 17일 오후 5시 22분에 여기를 도착했다. 김환기 생가인 안좌도를 지나서 천사섬의 아랫마을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하는 주차장인 퍼블브릿지 카페 앞이다. 가게를 둘러 보이게는 너무 어두운 시간이라 퍼플다리라도 구경하러 갈 요량으로 갔다.
방파제 길의 바위도 보라색으로 보였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확인해보고 옆에 물어도 본다. 궁금하시면 가서 확인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매표소에 떡하니 이런 지도가 있다. 둘러보는데만 2킬로미터이니 해는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토산품 가게 같은 매표소에 들어가니 보라색 용품들이 많이 보인다. 옷, 우산, 그리고 모자 등을 쓰면 입장료가 무료라 한다. 입장료를 계산하고 밖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저 보라색 머플러 2장을 빼서 2만 원을 지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표를 끊기 전에 구입해서 걸쳐서야 했는데 머리가 순간 멈췄나 보다.
다행히 매표는 오후 6시까지 하고 종료는 10시에 한다고 한다. 조명이 있어서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좌면이 천사섬의 아랫섬이고 그 아래에 보이는 섬이 오른쪽이 반월도이고 왼쪽이 박지도이다. 이지도는 매표소에 서 있는 위치에서 보이는 그림이고 지도상에서는 맨 아래이고 왼쪽이 반월도, 오른쪽이 박지도이다.
바람이 너무 세기도 하고,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였다. 머플러를 목에 걸치고 어두워지기 전에 반이라도 걸어보면 하는 생각으로 저 벤치에 앉을 여유도 없이 걸었다. 조금 일찍 도착했더라면 여유를 부리는 사치도 누렸을 수도 있을 테지만.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보라색과 함께 파란색을 입는다. 주로 코디를 할 때 청바지에 연보라 티셔츠를 입으면 보색이라 더욱 잘 어울린다. 보라색을 만들 때 파랑 물감에 빨간색을 섞는다. 보라색 중에서도 파랑 빛깔이 나는 색이 바이오렛(Violet)이다. 이 색은 청자색(靑紫色)", "남자색(藍紫色)이라고도 한다.
퍼플섬 매표소를 지나면 반월도를 건너가는 이 길은 파란색이라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이 청자색도 자색이다. 퍼플과 아주 가까운 사촌이 바이오렛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봄에 피는 제비꽃이 보라색인데 바이오렛(Violet)이라고 부른다.
퍼플(Purple)은 그리스, 로마, 비잔틴의 3000년간 부유한 권력자나 귀족들이 입던 옷의 색이 보라색이었다. 당시의 퍼플 염료를 조개에서 추출했는데 염료 1g를 추출하기 위해서 조개 900개 필요했다. 이것이 부유층의 색이 되어버린 이유이다.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외는 금지되었으며, 네로 황제는 퍼플 의류를 판매하는 자에게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신라의 신분제도인 골품제도에서 최상의 귀족인 성골과 진골의 의복 색이 자색이었다. 심리학적 면에서는 외향적인 빨간색과 구심적인 심리의 파란색의 합체가 고고함과 세련미를 상징한다. 또한 심신이 피곤할 때 무의식적으로 치유를 찾는 색이 퍼플이다.
반월도에 물이 빠지고 있었다. 물이 빠지기 전에 재빠르게 배가 물길을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의 색도 퍼플이다. 선장의 옷차림도 퍼플이다.
이 동네 주민들은 차가 2대라 한다. 한대는 여기 섬에서 다니는 차, 또 다른 한대는 다리를 건너 걸어가서 육지에서 볼일을 볼 때 차가 한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예전에는 뱃길을 타고 목포까지 가기 위해 배를 갈아탔지만 천사섬에서 목포로 가는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한결 좋아졌다고 이구동성이다. 가로등의 전구의 색상까지 퍼플인것을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반월도 안 마을까지 다시 가려면 차량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위에 올린 지도를 참고해본다면 이 섬에 산다 하더라도 차량이 필요한 이치가 그러하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꽃들을 많이 심었다. 발아하여 안착시키기 위해 검은 비닐로 덮은 지가 몇 년 안되어 보인다.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산이 박지도이다. 반월도에서 저기 보이는 다리로 걸어가게 된다. 물이 빠진 반월도 앞바다에는 뻘만 가득하게 남았다. 낮이라면 뻘낙지를 캐는 사람이라도 보일 듯 하지만 어둠과 함께 세찬 바람 그리고 진눈깨비가 우리의 빰을 때린다. 다행히 매표소에서 구입한 퍼플 머플러가 유용하다. 섬을 다닐 때는 바람막이와 장갑은 필수이다. 차량에 항상 비치해두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월도에 세워진 이 퍼플이라는 텍스트는 새삼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밴드인 딥퍼플이 생각나게 한다. 수많은 실험과 끊임없는 도전을 하였던 그룹이라 퍼플이라면 생각나는 노래이다.
통영이나 부산 여기저기에 이러한 상징물들이 그곳을 간 인증샷을 찍게 하기도 한다. 박지도를 건너기 전에 휴게소 옆에 있던 조형물인데 바닷가 쪽으로는 반달 위에 사막여우와 어린 왕자가 앉자 있는 모습이고, 뒤편에 사막여우의 등에 올라타고 전화하는 어린 왕자 상이다.
반월도에서 퍼플교로 들어선다. 한겨울 늦은 저녁시간이라 카페를 문이 닫혀 있고 인적은 없다. 사람들이 없는 다리를 걸어가는 데 찬바람이 볼을 친다. 난간 아래 숨은 은은하게 깔린 조명이 그나마 길을 안내한다. 1월의 삭풍이 퍼플 다리를 구경은커녕 이 긴 다리를 일단 건너자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여름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앉을 수 있겠지만 난간 사이로 뚫린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들은 내편이 아니다.
묶여있는 배도 다시 물길을 만나면 저 큰 바다로 나갈 수 있으리라. 묶여 있고 안 움직이다 하여 그대 멈추었다 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아니라면 저 바다에 난 물길들 사이로 저어서 나가겠지. 노란색 조명이 박지도의 박을 상징한다. 섬이박모양이라서, 혹은 박 씨(朴氏) 성을 가진 사람이 먼저 이 섬에 살았다 하여 박지도라 한다. 이 섬도 전동자전거나 전동카로 한번 둘러보는 코스가 있는 모양이다. 동네 어귀에는 낮동안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멈춰 세워진 전동차들이 눈에 띈다.
계룡산에 남매탑의 상원암이 그러하듯 여기도 남자 스님과 여자스님이 서로 맞은편에서 서로를 그리워했다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다 수위가 점점 올라가서 망망한 바닷가에 한 몸처럼 서있게 되었다는 전설이지만 애틋한 사랑은 종교를 수행하는 수행자를 뛰어넘어 안타깝게 한다. 그들이 만들었던 노돗길의 흔적을 '중노돗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이 나간 박지도 앞 퍼플교는 밤에 퍼플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으로 변신한다. 그중에서도 퍼플색이 변하는 장면만 촬영해본다.
물이 조금씩 들어오는 장면에서 밑에 비친 반영이 보라 바다를 만든다.
박지도 조형물 앞에서 바라본 반월도이다. 섬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다시 박지도를 건너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가의 벽화에 이런 도라지 꽃도 있다. 입체적으로 음영을 넣어서 진짜 실물처럼 효과를 낸다. 늦은 시간이라 식당, 카페는 모두 영업을 종료다. 배는 고프고 춥기도 하고 슬슬 귀가를 해야지.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장식이 너무 곱고 좋아서 그대로이다. 아이들이 사진 찍기에는 좋은 장소다. 스머프마을 같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은 먹어야겠고 문은 열린 곳이 없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신한 맛집 식당입니다. 여기 도착한 시간이 오후 7:30분이다. 김환기 생가를 가기 전에 점심을 먹었고 퍼플섬을 걷고 나니 다시 시장하다. 이번에는 추위로 인하여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도전한다. 이름하여 '우럭 매운탕'이다. 살아 있는 큰 우륵을 한 마리 넣고 갖은양념을 넣고 잘 끓였다. 밥을 먹다가 안 사실인데 점심때는 보이지 않았던 사장님의 안내지도가 보였다. 다행히도 천사섬을 떠나면서 주요 장소는 모두 둘러본 후라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다. 현지인 중에서도 식당 사장님께서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한 지도를 못 봤다니 그래도 천사섬을 필수코스를 둘러본 것에 만족을 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야경의 천사대교를 들린다. 보랏빛 조명이 다리를 비추는 것을 찍어보았다.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는 육지와 연결하였고 우리에게는 스토리가 숨어 있는 이 아름다운 섬을 안겨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중국 허난성 곽량동 바위산 길이 있다. 션밍카이라는 촌장이 마을 사람 12명과 함께 망치와 정으로 바위산길을 뚫어 길이 1250미터, 폭 6미터의 길을 뚫어서 마을을 외부 세상과 연결하였다. 그러한 생각은 지금 당대는 아니더라도 후손이나 그다음 세대들이 지금의 세대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게 하려는 그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알프스의 융프라요흐가 척박한 알프스산들로만 둘러 쌓인 나라에서 아돌프 구에르 첼러의 구상으로 16년간에 걸친 공사 끝에 1912년에 개통하여 스위스를 관광대국으로 만들었다.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와도 아깝지 않은 퍼플섬처럼 다양한 스토리로 세계적인 마을들로 후세에 길이 유산으로 건네 줄 곳이 많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