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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Feb 05. 2022

강진

청자의 고향


강진군과 영암군을 경계로 동쪽으로는 장흥, 서쪽으로는 해남, 남쪽으로는 완도를 비롯한 다도해를 바라보는 곳에 있는 월출산은 천황봉을 최고봉이다. 강진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내려갈 때 오른편인데 잠시 차를 세우고 월출산의 빼어난 바위를 바라본다.


보리밭에 파릇파릇 나오는 새싹들 뒤로 빼어난 월출산의 풍경에 빠져든다. 정신 차리고 보면 찬 북풍이 빰을 때리고 시간을 재촉한다.

강진의 청자박물관을 직접 못가더라도 강진만의 섬 8개중에서 유일하게 유인도인 가우도를 통하여 걸어갔다 오기로 한다. 가우도(駕牛島)는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하고 가우도는 소의 멍에에 해당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우출렁다리 넘어 보이는 가우도를 가기 위해서는 청자빛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구슬픈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강진군 도암면과 대구면 저두리 사이에 있는 가우도는 도암면에서 가는 망우도 출렁다리(438미터)와 가우도를 넘어가면 대구면에 있는 저두 출렁다리(716미터)가 있다.


망호출렁다리주차장 → 망호출렁다리 → 가우도 → 영랑나루쉼터 → 가우도 표지판(저두출렁다리 입구) → 가우도출렁다리 → 망호출렁다리 이렇게 한바퀴도는데 대략 2시간정도 걸린다. → 망호


출렁다리주차장

왼쪽이 대구면이다. 대구면에는 우리나라 청자도요지의 80%가 있다. 그래서인지 청자박물관을 볼 수 있다. 청자박물관을 자동차로, 다시 도암면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가지 않았다. 강진 대구면 도요지 → 강진 고려청자 요지로 이름도 바뀌었다(2011년). 고려시대에 토기와 청자를 구웠는데 남쪽은 바다가 가까워 해로를 통한 수송이 발달하고, 북으로는 크고 작은 산이 있어 땔감이 풍부했다.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와 규석이 산출되어 도자기 만드는데 좋은 조건을 가진 곳이다.



2015년에 이곳을 갔을 때 마침 개장을 한 상태였는데 판매장을 열고 있었다. 비취색이 도공에 따라 형태와 색깔이 다르며 실제로 봤을 때 청자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12세기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은 고려청자를 두고 ‘고려는 빛깔이 푸른 도자기를 만드는데 그 색감을 말로 형용할 수 없다’며 신비로운 색인 ‘비색(翡色)’에 반했다. 청자는 철분 함유량이 적은 입자로 구워야 하는데 청자의 만드는 비법이 전수되지 않아서 다시 재현하는데 아주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시 도요지 주위에 흩어져 있었던 청자파편을 참고로 하여 흙 성분, 유약, 굽는 방법으로 재현을 하고 있지만 당시 그대로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 한다.


2015년에 청자박물관을 구경하고 판매장에서 개장 기념으로 할인을 했을 때 구입했던 그릇들이다. 지금까지 국그릇과 쟁반을 사용했고, 청자 죽순 모양 주전자는 손님이 오거나 혼자 있을 때 막걸리를 부어서 작은 잔에 부어 마셨다. 컵들은 깨지거나 사라진 지가 오래다. 생활도자기로서 청자는 아무리 좋더라도 그 쓰임새가 구경거리나 장식용으로 존재한다면 거기까지다. 오랫동안 보관해서 대단한 작품이 되어 대대손손 물려줘서 골동품이 아닌 이상 실용적으로 버리고 깨지면 새로 구입하는 편이 낫다. 신혼 때 구입한 아까운 그릇이나 찻잔세트가 10년이 지나 보면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촌스러움이 있었다. 그 후로 새로운 아름다운 도자기 그릇이나 찻잔은 우선 사용하자는 게 우선이다.

지도출처 국민일보

퍼플섬에 물에서 갯벌에 물이 나가고 나서 다시 물이 들어왔을 때 놀라운 광경이 오버랩되었다. 그것은 갯벌에 파아란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그 빛깔이 상감의 영롱한 도자기빛이었다. 신안도 그러했지만 여기 강진은 더욱 그런 색이 눈에 띈다. 수많은 도공들이 이 바다의 빛깔을 표현하기 위해 흙을 빗고 유약을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2만 3천여 점의 청자를 통하여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이 청자의 최대 도요지여서 왕실에 납품을 하였다. 육로로 개경으로 싣고 가는 게 쉽지 않아서 선박을 통해서 각지의 특산물을 세금 대신 납품을 하였다.


퍼플섬에도 다리가 연결되면서 섬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나아졌다고 만족해했다. 여기 가우도 거주하는 주민들도 전기차를 타고 이 다리를 건너서 육지를 연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높은 배가 통과를 하기 위해서는 다리 아래가 높을 필요가 있어서 가운데 부분이 언덕처럼 솟아 있고 그 중간에 서면 바람으로 날아갈 정도로 몸이 흔들린다.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길이 열렸다가 닫혔다가를 반복한다. 고려인들도 이런 차가운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바다와 하나가 되었으리라.

바람이 멈춰있는 남향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이 벤치에 앉아서 강진 망우도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우도에 있는 출렁다리인데 왼편 산에는 벤치에 앉아서 바다멍을 때릴 수 있도록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고려시대 사람들이 청자를 배에 가득 싣고 개성까지 가는 길목에 이런 비취색 바다가 얼마나 친근하고 아름다워 보였을까? 도공들이 이런 아름다운 바다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수없이도 연구하고 발견을 반복하였으리라.


여기 강진에서만 만들  있었던 이유가 원재료인 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푸른 하늘, 푸른 바다와 함께 불어오는 갯벌의 바람의 색도 무시할  없으리라.


청자의 색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여기  직접 발길을 돌리고 자신 눈으로 바람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비취(翡翠,  jade)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강진(康津) 나루에 불어오는 찬바람두빰으로 느끼고 소리를 맛을   비로소 조금 알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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