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5코스(남원-쇠소깍)

by 이수철

https://www.jejuolle.org/trail#/road/05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서귀포버스터미널에서 202번 버스를 탔다. 택시 비용도 그렇지만 소요시간이 50분여 걸리고 또한 길을 걸으면서 막걸리도 한 잔 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난겨울에 이어 여름의 올레길의 특성상 햇살이 따갑고 모자와 긴팔이 필수이다. 아직 가시지 않은 더위에 선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dslr카메라와 충전기 정도를 크로스백으로 들었다.

버스의 앞 좌석에 앉아서 운전사와 같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이다. 핸드폰을 라이브모드에서 무음이기 되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여 대중적인 곳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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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포구 정류소에 도착해서 바닷가로 내려오지 올레 안내소가 있다. 남원용암 해수풀장이라는데 해수온천처럼 이 풀장에서 해수욕을 하면 피로가 풀리고 흥이 저절로 날 것 같다. 남원포구는 그림 같은 해안마을로, 신선한 바다 공기와 싱그러운 해풍이 불어오는 곳이다. 이곳에서 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첫 발을 내딛을 때의 설렘이 잊히지 않는다. 새로운 올레길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도 있다.


남태해안로가 시작된다. 왼쪽에 해안로를 따라 길게 가다 보면 남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남사랑" 멤버들은 남원읍의 아름다움을 담은 글을 해안도로에 쓴 글들이 모여 있다. 이 글들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 역사, 문화,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남원읍의 매력을 소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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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말은 보리가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씨는 죽어야 한다. 죽을힘을 다했다면 내가 너를 싹을 피게 했노라는 말이 필요 없다. 그 싹이 얼마나 큰 나무로 자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하다.


길을 따라 읽다 보면 눈이 가는 법정 스님의 구절이 있다.

살 때는 삶에 철저히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히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되다. 사는 것도 나 자신의 일이고 죽음 또한 내 잣니의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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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런 글들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며 걷는다. 전부를 다 읽으며 간다면 오늘 이 코스를 못 걸을 것 같다.

다행히 오늘 날씨가 흐리지 않아 푸른 바다를 구경하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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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빨랫줄에 오징어가 아주 춤을 추고 있다. 오른편에 보니 가게에서 판매를 한다는데 마리당 7500원이다. 오징에는 맥주니 맥주를 한 캔 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인장과 이야기하다 보니 고구마를 삶은 것을 두 개 주셨다. 내가 가지고 온 김밥을 드시라고 드리니 다시 배를 주셨다. 삶이 그렇게 각박하지 않고, 그렇게 살 필요도 없노라 하신다. 하기사 생물 오징어가격이 엄청 비싼데 마른오징어가 이 정도 가격이면 먹을 만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오징어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서 쓴맛이 없고 버터 구이가 아닌데도 오징어 특유의 맛과 향이 난다. 게다가 오동통하다. 아래에 오징어 집 연락처의 사진이 남겨져 있다.

해안경승지로 큰엉산책로는 제주의 숨은 비경으로 일컬어진다. 엉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언덕'을 뜻하는데,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절벽 위는 평지로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있다. 높이 30m, 길이 200m의 기암절벽이 오랜 세월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를 감싸 안는 풍경을 보노라면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갯바위 낚시터로, 조용한 휴식처로,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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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5코스의 특징 중의 하나가 한반도 사진이다. 올레 5코스도 6코스처럼 바닷가에 난 길 사이의 숲터널이 많다. 그 터널 중에 한반도 모양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사진을 막상 찍으려 하니 그 모양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오래전에 찍은 안내판의 사진을 보니 왼쪽의 나무들을 베기 전에는 그럭저럭 한반도 모양이 잘 났던 것 같다. 입소문 때문인지 이 사진만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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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어딘가에서 가든파티 같은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위쪽 오른쪽에 제주 금호리조트였다. 풀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물론 이 리조트에서는 정면의 풀장 아래로 산책길이라고 해서 표지판이 붙여져 있다. 산책길이 올레 5코스이다.

금호리조트를 뒤로 하고 앞에는 절벽 같은 괴석들이 보인다.


펜션을 뒤로하고 절벽이 보이는 곳도 있다.

금방이라도 올레길을 포기하고 저 돌담길로 올라가서 돌아온 숙소로 가고 싶어 진다. 쉼이 길어지면 계속 쉬고 싶고 몸이 피곤해지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어 진다. 삶에 있어서도 이젠 그만 멈추고 싶고 나아가지 못한다. 그때는 걸어온 자신의 길을 담보로 꺼내고 울어 먹고살아야 한다.



'이렇게 날씨도 더운데 저기 강태공은 무엇을 저리도 열심히 낚고 있을까?' 저 강태공은 내게 '날씨도 더운데 뭐 하러 힘들게 걷고 있노라?' 이야기하겠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계속 웅크리고 앉아만 있다 뭐가 걸렸는데 일어났을 때를 포착하여 선 모습을 찍어 본다.


위미리 동백군락지를 지난겨울에 꼭 오고 싶었는데 올 수 없었다. 일행들이 이 코스를 그다지 선호도 안 했고 제안을 했을 때 이 코스보다는 다른 의미의 코스를 더 선호하였다. 동백 군락지는 사유지가 입장이 불가하고 그 보다 위에 있는 곳에 입장이 가능한 토종동백군락지가 있다. 겨울에 오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 이외에 카멜리아 힐이 있는데 그곳보다 동백이 크고 다소 많다. 겨울에 동백이 꽃을 피웠을 때 붉은 동백들을 보고 싶다.


제주 올레길 해안가를 걷다 보면 담벼락에 붙어 자라는 다육식물들을 많이 본다. 멀리서 보면 인위적으로 불가사리 모양으로 누가 장난으로 붙여 놓은 듯하게 보이지만 이 틈사이로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한정적인 수분과 토양의 극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생존을 위한 뿌리를 내린다.

이 꽃의 이름은 흰꽃 나도사프란이다. 흰 꽃이 피고 나도사프란과 닮았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원산지가 남이이고 남부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데 제주의 지금 여기저기 피고 있는 꽃이다.


조배머들코지는 그림 같은 해변과 청정한 바다로 유명한 휴식처이다. 이곳에서는 모래사장 위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다 해안을 따라 걷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일몰 시간대에는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이다. 조배머들코지란 조배낭(구실잣밤나무)과 머들(들동산)이 있는 코지(바닷가 쪽으로 돌출되어 나와 있는 땅)이라는 뜻인데 원래 21미터가 넘는 기암괴석들이 용이 비상하는 형태인 비룡형 또는 붓처럼 뾰족하게 모여 있는 형태인 문필봉형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을의 번성과 인재의 출현을 기대한 위미리 사람들에게 특별한 신앙적 장소였다 한다. 일제 강점기 때 풍수학자들이 이 거석을 보고 한라산의 정리가 모아진 기암들이나 위대한 인물이 대를 이을 것으로 보고 이를 없애기 위한 명분으로 석공을 동원하여 폭파를 했는데 1997년에 위미리 개발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산재된 석편들을 복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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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이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목이 마르거나 먹을 것이 없을 때 난처하다. 편의점이나 가게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간이 카페나 빵집 정도이다. 이쯤 오면 목도 마른데 편의점을 찾다 보니 코업시티호텔내 1층에 CU편의점을 찾아 물과 음료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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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수리를 위해 뭍으로 들어 올려져 강박당하고 있는 것일까? 배에는 붓글로 힘차고 정성스레 쓰인 박찬이 보인다. 부디 이배도 수리가 되어 큰 바다에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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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을 걷다 보면 독특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건축물이나 그 바리에이션들을 많이 보게 된다. 건축이나 디자인 혹은 생각이나 사고의 변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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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큰 호텔 앞에 아직도 건재한 일반 집이 있다. 그 집 앞엔 선인장이 꽃을 피우기 위해 가시들을 여기저기 퍼트리고 있다.

위미항의 다리가 보인다. 새로 난 듯한데 가까이 가면 상당히 높을 것 같다. 걸어서 건너보고 싶지만 다리를 뒤로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유난히도 이 동네에는 수령이 몇 백 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개인 소유의 집이나 길가에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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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밀려서 건물이 오르지 못하고 끝내는 덩굴에게 모든 삶은 맡긴 채로 우뚝 솟아나 있다. 그 길로 올라가보니 옆에는 조그마한 집이 있는데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로 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황순하(黃舜河)는 고망물(용천수) 위에 소주제조공장을 세워 순도 35도가 넘는 술을 걸러내니 제주섬에서는 물론 부산과 목포 등지에까지 인기가 대단했다. 당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주를 빚는 수질검사를 왔는데, 그때가 되면 넙빌레물을 길어다가 고망물을 대신했다. 아무래도 고망물 수질이 넙빌레물을 따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주공장에서 소주를 빚는 동안 단 한 번도 수질검사에 걸린 적이 없이 무조건 통과되어 고망물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내막을 아는 위미리 사람들은 빙긋이 웃었다. 결국 황순하는 큰돈을 벌어 나중에 오현학원을 세워 후학 하는데 요긴하게 썼다 한다. 이제도 위미리에서는 바꿔치기하는 걸 빗대어, "넙빌레물도 고망물이라고 하면 고망물이다"라고 한다.


배등개물이라고도 한다. '앞개'의 포구 안쪽에 있는 '고망물'을 말한다. '앞개'와 구분하기 위해서 배를 매는 포구 안쪽을 '배든 개(배가 들어오는 안쪽포구)'라 하였는데, 이 '배등개물'은 배가 출어할 때에 식수로 싣고 갔으며, 마을의 식수로도 사용이 되었다


넙빌레물 옆에 용천수가 솟아오른다. 어디에서 솟아오르는 지를 모르지만 술이 좋아서 인지 소주를 만들어 팔아서 학교를 세울 정도였지만 그만큼 제주도에서도 물이 좋았다는 반증이리라.


넙빌레물을 지나서 이 식당의 주인장은 호주사람이다. 스테이크를 아주 맛나게 굽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오늘은 영업일이 아니라 자신들이 먹을 거라는 거다. 호기심이 동하여 어디에서 왔냐 했더니 호주에서 왔고 22년 전에 제주에 와서 여기를 안착했다 한다. 한국인이 와이프냐고 했더니 아니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보말을 잡아서 비닐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시는 할머니가 길을 같이 걷다가 이 사람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한국말을 아주 잘하고 와이프도 한국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음에 오면 이 집에 한번 가서 확인이나 해봐야겠다.



망장포구는 고려시대 말 세금으로 거둔 물자와 말을 원나라로 보내던 포구라고 한다. 얼마나 말들과 물자들이 몽고로 전해졌을까? 얼마나 많은 조선의 사람들이 갔을까? 그래도 말이 더 많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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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다 져 가는데 아직 목적지의 최종착지는 보이질 않는다. 왼쪽의 간판이 chang hotel이다. 호텔창고인지 하여간 창고식 호텔이다. 어떤 사람들이 호텔에 투숙할까? 창고 안에 들어가는 기분은 어떠할까?

이 맘때 피는 꽃들이 이뻐서 핸드폰보다 dslr로 한번 찍어 보았다. 돌담에 아래에 피는 노아란 틸아시아 쥬니아이다.

소나무잎과 같이 달린다 하여 송엽국이다. 소나무 잎모양의 국화라는 말이다. 속명으로는 '람프란서스'라고 한다.

드디어 쇠소깍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는 6시 전이다. 그나마 빛이 있어서 파아란 물이 보이는 사진을 남겨본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이 없어진다. 그와 동시에 가게가 모두 문을 닫는다. 제주는 인력난이 심하고 영업이 관광객 수입이나 보니 해지면 모두 문을 닫는데 그래도 유일하게 영업하는 갈치조림집이다. 갈치조림을 부탁한 종업원이 중국사람, 종업원 남자사람도 중국이다.

올래 5코스는 6코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들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햇빛이 난 올레 코스를 햇빛을 조금 피할 수 있는 나무 터널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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