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Feb 28. 2022

박상영 <1차원이 되고 싶어>

2020년이었던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우리 시대의 작가나 평론가들이 너무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같은 PC적인 주제에 천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표한 적이 있다. 그 의문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상영 작가의 문장을 매우 사랑한다. 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내가 사랑하는 작가의 문장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장편 소설로서의 탄탄한 플롯을 보여준다. 소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달은 소년의 성장기이지만 동시에 심리 스릴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몰입도가 엄청나다. 이 작품이 첫 장편 소설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소설의 배경은 D시...라고 되어 있지만 누가 봐도 대구다. 수성못, 수성랜드, 그리고 (아마도 황금아파트가 모델이었음이 분명한) 궁전아파트. 수성못은 새로이 단장되어 주변에 까페가 즐비한 시민의 휴식처가 되었고 황금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되어 고층아파트가 되었지만, 2000년 무렵 고등학교를 다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대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뭔가 아련했다. 


책을 읽으며 <브로크백 마운틴>을 영화관에서 보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에 취해 있는데, 아니 취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 몰입에 방해가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개봉한 것은 15년이 더 지난 과거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15년 전의 과거에서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박상영 작가가 동성애가 아닌 다른 주제의 소설을 다양하게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