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실험은 진행형이긴 하지만, 그리고 언제까지나 삶은 진행형인 실험일 것이지만, 아이덕분에, 아이를 빨리 이해할수 없었던 덕분에,인생의 필수인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나는 철학가도 되고 이렇게 작가도 되고 또 예비사서가 될 수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개인의 몸과 마음의 주권은 그 개인에게 있다'는 자유론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삶은 기적같은 우연이고 충분히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행복론까지, 철학이라면 덮어놓고 지루한 내가, 진지해지는 것을 누구보다 오글거려하는 내가, 철학자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만약 상대가 철학과를 나왔다고 한다면 덮어놓고 소개팅도 안해봤을 내가, 먼저 철학책을 찾았다. '완벽주의는 완벽한 삶에서 가장 멀어지는 길', '행복을 찾아 헤매는 순간 행복은 가장 찾기 어려운 것이 된다' 나.
아이에게 완벽해지는 길, 그러기위해서 행복이 뭔지 설명하려다가 나는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다. 그건 바로,'내'가 되는 것이었다.
한 때 장래희망이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 같은데, 나의 장래희망은 내가 되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될 수 없다.
한 때 나의 속을 많이도 끓였던, 천당에서 지옥까지 끌어내렸던 우리의 구춘기는 잠시 이런 상태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인생 1회차이다. 매 순간이 실험이고 모험이다. 우리에겐 그 선택의 무한한 멀티버스가 펼쳐져있지만, 환타지 영화의 끝은 언제나 집, 내 편안한 침대속이듯 이제는 조금은 알 수 있다. 우리 삶은 저마다의 '내' 가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각자의 장래희망인 '내' 가 되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