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은 진실이다. 나는 운동이라고는 몇십년을 척을 두고 살았다. (아마 사십년여) 초등학생때는 나름 왈가닥으로 자전거도 씽씽 타고 수영도 곧잘 했지만 중학교 체력장을 억지로 한 기억이후로는 몸을 움직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바로 연애를 했는데 남자친구는 (그 당시) 정적인 사람이었고 주변에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의 또다른 별명은 다크써클과 저질체력이었다.
회사 체련대회에서 작은 산이라도 오른다치면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많이 처지지 않을까?' 겁부터 나던 사람이었다. 어찌저찌 완주하고나면 민폐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마흔고개를 넘어가자 고등학교때 절친중 한 명이, 나랑 다를 바없이 숨쉬기운동밖에 모르던 그 친구가 수영을 시작했다.그녀는 나에게 수영교 전도를 열심히 하였다. 성악을 하는 그녀는 운동을 하자 힘이 나고 활력이 생긴다면서 열심히 수영을 권했다. 철인3종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강호동이 채식주의자를 선언했다고 해도 그 정도로 신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
아이가 고3에 들어서던 올초 겨울방학, 나는 뭔가에 쫓기듯 절박했다. 아파트에는 매달 관리비에서 공동관리비용으로 지출되는 비용으로 관리되는 헬쓰장과 GX룸이 있었는데,이사한지 3년이 넘어가도록 나는 헬쓰장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초 겨울방학에 나는 그 문을 열었다.다른 문을 열어야겠다는 심오한 생각도 아니었고(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욘 없어~) 도전의식도 아니었고 방학이라 집에만 있어서 답답해미칠 지경이었던 것이었다.
러닝머신을 30분여 걸었을 때 한 무리의 내 또래 여자들의 떠들썩한 인사와 이야기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운동복 차림의 그녀들은 헬쓰장 안에 있는 또다른 GX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닫힌 문옆의 작은 종이를 보니,'줌바 회원 모집' 아래 전화번호와 '참관 가능'이라고 씌여 있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스즈메는 길바닥에서 비밀요원을 모집하는 카드를 발견하는데, 그 때 느낌과 비슷할까? 정말 그건 작은 세계로,지금 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세계로 이끄는 한 장의 종이였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나에게로 쏟아지는 눈길을 받으며 샛노란 머리를 한 줌바선생님에게 말하고야 말았다.
"참관 가능할까요?"
나중에 보니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화를 먼저 해서 문의를 하고 들어오는 모양이었다.선생님은 우리에게 다음에 어떤 분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니까.그렇게 다짜고짜 문열고 들어와서 대학수업 청강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어보는 경우는 전무후무한 거였다.
선생님은 그래도 발과 손을 열심히 따라해보라고 하셨고 나는 거기 맨 뒤에서 갑작스럽게 줌바라는 것을,갑작스럽게 팔과 다리를 같은 방향으로 허우적대는 것을, 일주일전의 나로서는 하리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가는대로'에서 주인공의 할머니가 마흔쯤 넘으면 인생이 뻔한 것처럼 폐쇄적인 운명론에 빠지게 되지만 사실 진짜 운명의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 것처럼,이제 나에게는 줌바를 하는 운명이 나타난 것이다.물론 그 소설에서처럼 사실 이 운명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우연은 아니었을것이다. 방학이었고, 답답했고,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였었고, 이 곳에 살고 있었다. 이 모든 인연의 실들이 엮여서, 온 우주가 나를 밀어서 나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나는 줌바를 한 지 5개월이 되어가고, 주변사람들에게 줌바를 권하는 줌바교 전도사가 되어버린 운명을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