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망버드 Apr 28. 2020

누군가는, 누구라도

이 길어지는 멈춤,의 시간들 속에서 누군가는 욕심을 직시하고 누군가는 욕망이 바래져가고 누군가는 민낯이 많이 드러났을 것이다.

어떤 행동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를 해보고,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런 비일상도 어느덧 일상이 되어 도파민은 멈췄을 것이다. 집밥해먹기도 심드렁해졌고 새로 구입한 책들은 한쪽으로 밀어졌을 것이다. 몇번의 가열찬 청소후엔 잡동사니들은 늘 늘어나고 정리를 위해 산 바구니 또한  늘어나는 것에 한숨을 쉬고, 아이들과는 새로운 주제들로 크고 작은 전쟁들이 끊이지 않고 , 혼자만의 시간만이 잠들기전 유일한 소원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계획과 로망이 없는 삶은 생각보다 빨리 힘이 빠졌다. 그리고 이제 장바구니엔 샐러드용 야채가 새로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애써 외면하고 정말 '거리두고'싶었던 사춘기의 첫째와는 적당히 속도가 예측되는 궤도에 올라 주행중인데, 그러고 한숨 돌렸더니 둘째와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무지가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어떤 무지때문에 엄마는 화가 난다.언제까지나 산타클로스를 믿었으면 하지만, 그런 순진한 눈망울로 방금 푼 산수 문제를 모르면 화가 난다. 시간약속을 자꾸 잊으면 화가 난다. 온라인 학습사이트에 접속하기까지 몇 번을 얘기해야 하고 딴짓을 하면.


이 와중에 몇주동안 체중계 밧데리가 나가서 올라보지 못하다가, 며칠전에 오랫만에 올라가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를 한다더니.대체 언제까지 다이어트라는 것에 목메야 하냐 난 이제 그런 거 안할란다"고 몇주전에 친구한테 큰 소리 탕탕 쳤는데.집콕 시대 먹는 재미마저 없어지면 어떡하냐며. 그렇지만 이제 건강이 위협되는 수준에 이르러 나는 또 할 수 없이 바로 샐러드용 야채들과  소스를 주문했다. 늦지는 않았을까? 이 세상에 늦은 것이란 없다지만, 정말 그럴까.


첫째가 졸라서 산 비싼 물고기들이 제대로 어항 청소를 하지 않아 다 죽고 그 벌로 그 많은 물을 다 퍼내고 어항을 비우라고, 다시는 못키운다고 쐐기를 박았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 방학이 길어지면서 취미생활이라도 시켜주자해서 슬그머니 금붕어들로 채워지기 시작해 어느덧 4마리. 그 금붕어들이 알을 낳더니, 10마리가 갑자기 뿅 부화했다.


둘째 학교 숙제로 심은 강낭콩이 수줍게 고개를 들다가 하룻밤새 쑥 허리펴고 올라온 걸 보니, 잭과 콩나무는 괜히 나온 동화가 아닌 것 같고.


금붕어, 강낭콩 싹. 다이어트,온라인개학. 언제나 변화한다.

늦은 건 없을까? 새롭지 않은 것도.내 코로나 다이어트도.


다시,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시작하고 끝나고. 그래도 그렇게 쉽게 사랑이라는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그렇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에 역시나 쉽게 안도하면서.


작가의 이전글 결국에 또 한번 알게 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