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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May 06. 2020

코로나 이후의 시대

또다시 수레국화는 피고

코로나 때문에 못한 것들의 사연들을 보자면 기가 막힌다.

누구는 몇년을 기다려온 안식년 휴가를 그냥 흘려보내야했고 누군가는 결혼을 미루고 누구는 입학도 못했다. 언젠가는 전쟁을 얘기하듯 이 때를 돌이켜 얘기할 것이다.인생은 내맘처럼 안된다는 것, 시간은, 기회는,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관계의 형이하학등을 배웠다.

혹자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수없을거라한다. 과연 그럴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벌어진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늘 과거와 똑같지 않으니까.

이건 이런 질문과도 좀 닮았다.코로나 이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답은 있다,다. 그러나 몸무게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그 몸은 예전의 나와 똑같지 않겠지. 내 몸속에는 다이어트의 상흔이 남을 것이다.


아침마다 걷기 운동(혹은 탈출)을 하고 있는데, 이제 한층 조도가 높아진 눈부신 햇살을 온 얼굴로 받으며  늘 걷는 저수지 둘레 비탈진 둑을 올라가다가, 헙, 숨을 멈췄다. 잠시 잊고 있던 꽃, 수레국화가,이 고개를 수레국화 고개로 나혼자 명명했던 수레국화가 드디어 피었던 것이다. 처음엔 남보라빛 한송이다가, 이내 남보라빛 여러송이, 그리고 분홍빛과 드문 흰색까지. 올해도 때가 와서 수레국화들이 핀 것이다. 

이것은 내가 여기를 걷기 시작한지, 수레국화와 양귀비가, 계절이 지나고 때가 되면 수순처럼 나팔꽃,기생초들이 피어나는 것을 알아본지 1년이 되었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제 한 송이만으로도 형형한 꽃 뿐만 아니라 무리지은 작은 들꽃들도 아름답고, 모두 기어이 언젠가는 꽃을 피우지만 그럼에도 꽃이 아닐 억새도, 들풀도 존재한다는 것을, 신이 만든 거대한 이 정원에서 깨달은지 1년이 되었다는 것도. 과연 지난 1년동안 나는 얼만큼 자랐을까. 분명 그때는 코로나 이전인데, 코로나 이전에 비해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과 똑같지도 않을 것이고 똑같아서도 안된다. 우리는 그 시간을 통과해서 무언가 흔적이 남았으니까.


등교개학날짜가 발표되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대학 입시날짜 받는, 뭔가 엄청난 날짜를 점지받는 기분이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모두 27일에 같이 등교하게 되었다. 진작부터 학교가고 싶어했던 아이들 또한, 학교에 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를 긴 설교없이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를 간 아침에 당장 깨끗한 식탁위에 늘 먹는 캡슐커피를 파란덩쿨꽃이 그려진 컵에 내려 마시며 큰 창을 바라다보는 것 그 이상을 할 수도 없겠지만, 코로나 이전으로가 아닌 코로나 그 다음의 세상은 또 그렇게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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