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계속 들꽃이 나의 중요한 화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꾼 꽃밭도 아닌데.
(코로나 방학동안 참외씨에, 녹두에, 토마토 씨에 매일같이 물을 주어 발아를 시키는 여성(?)스러움은 내가 아니라 우리 막내 특허.)
이 여름 환절기, 가장 아름다운 5월에 신이 아무렇게나 씨앗을 뿌려놓은 정원에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던 꽃들이 당연하다는 듯 피어있다. 내가 매일 아침 걷는 저수지 둘레길말이다.
아카시아꽃과 수레국화에 이어 찔레꽃 향기가 진동을 하더니, 마가레트꽃이 나무 넘불 너머 피더니, 황금 별빛같은 금계국도 가득 피었다.
그 마가레트와 금계국을 보니 꽃을 따라간 빨간두건소녀의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좋은 건 꼭 덤불 너머, 길 옆에만 있는 듯 하다.
아침의 커피와 걷기, 아이(특히 둘째)들에게 잔소리, 점심과 청소와 저녁으로 점철된 나의 하루하루는 그저 미로속을 제자리에서 헤매는 것 같지만, 언젠가 출구에 도착하려나.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과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은 게으름 사이에서 헤매다가, 결국은 길을 찾아가려나, 빨간 두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