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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Oct 14. 2020

나의 그리워할 권리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언제나 비슷한 아침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아침이 온다.


둘째의 방은 역시나 늘 잡동사니가 한가득이다. 책장에도, 책상위에도, 방바닥에도, 작고 귀엽지만 쓸모는 별로 없는 인형과 장난감에다 껌종이, 초콜렛껍질, 썩은 귤껍질같은 엄청 지저분한 것들까지 쌓여있다. 

햇살이 가득해 눈을 가늘게 뜨고 학교에 간 아이의 방에 들어간다. 레고 조각 정리 도구가 발명된다면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며칠째 방 가득 널린 레고들 사이로 발을 딛고 들어가 레고들을 넣고 널부러진 수건을 바구니에 넣고 옷을 개어 서랍속에 넣는다. 그 잠깐 숨을 고르면서, 나는 아이를 그리워할 소중한 순간을 얻는다. 기나긴 홈스쿨링 이후의 이별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사랑해마지 않는 아이의 통실한 볼과 따뜻한 팔을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널 그리워할 수 없었다니. 이별하지 않을 때, 사랑할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늘 부재와 존재 그 사이에 있나보다.

코로나와 기나긴 비대면 수업은 나의 그리워할 권리를 빼앗아가버렸다.

깊은 심호흡처럼 짧던 찰나가 지나고, 아이들은 돌아온다. 아침보다 상기된 목소리로 서로를 맞는다. 

토마토소스를 넣어 볶은 오므라이스를 한다. 계란은 한 사람앞에 2알씩 지단으로 부쳐, 볶음밥위에 얹는다. 그 찰나, 계란 위에 케첩으로 웃는 얼굴을 그린다. 짧은 그리움의 표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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