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는 걸어서 20분거리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이 제일 먼저 나가고, 집 코앞의 중학교에 다니는 중학생이 그 다음 나가고, 어찌된 일인지 자차로 출근하는 남편이 맨 마지막으로, 나이순으로 나가게 된다.이렇게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캡슐머신이 내려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샌드위치나, 주먹밥 등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그리고 하루중 가장 큰 물리적, 정신적 지분을 차지하는 청소를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안방은 이불과 요 등을 탁탁 턴 다음 쓱쓱 대걸레로 물걸레질을 한다. 물걸레질로 먼지를 모은 다음에 빗자루로 쓸어 버리는 것이다. 청소기, 로봇청소기, 청소기후 대걸레질 등등 다 해봤지만 귀찮은 청소기 먼지통 청소와 생각보다 멍청한 로봇청소기(그리고 그 청소기의 먼지통 청소)등을 거치면서 나의 청소방식은 이렇게 정착되었다. 별 거스를 것 없는 거실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이쪽 벽에는 그림을 걸어볼까, (어차피 죽일) 봄화분을 놓아볼까, 하면서.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첫째 중딩의 방에 도착한다. 바닥에 몇몇 장애물이 좀 있다. 언제나 치워도, 언제나 그대로 흩어져있는 것들이다. 마치 그렇게 흩트려놓는 것이 일과인듯. 각종 노트와 책들, 거북이 일광욕용(발음 어렵다) 램프, 바가지, 이어폰 등이 널려있다. 언제나처럼 이불과 베개를 털고 그 장애물들을 침대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것들은 어차피 둘 중 하나다. 올려져있다가, 내려져있다가.) 바닥을 닦는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침대위에 내가 억지로 챙겨 올려놓은 스타워즈 트루퍼 인형과 본인은 관심도 없는 듯한 어린시절 사진이 든 액자등을 털어주고 책상위의 노트와 책들을 꽃아주려다가 그만 한숨을 쉬며 수집하는 것이 분명한, 물을 마시고 난 유리컵들을 모아 씽크대에 놔둔다. 책상위의 지구본은 향후 글로벌 감각 유지에 중요하므로 소중히 먼지를 털어준다.
다음은 마의 구간. 심호흡과 정신수양이 필요한 구역, 둘째의 방이다. 그녀는 언제나 투머치이다.
이 곳은 생물체가 가득 아니 달팽이가 가득 있기에 조금은 긴장을 해야한다. 아, 엄마가 내팽겨쳐놓은 마늘 한알을 심어 줄기가 쑥 올라오고 있는 마늘화분이 있고 상추씨앗들이 발아해 가녀린 싹들도 쑥쑥 올라오고 있는 화분이라기에 뭣한 플리스틱 (그냥 화분이라고 하자.) 등 정말로 동식물이 가득한 것이 맞다.달팽이 대여섯마리가 각자의 집을 가지고 있고 알을 가득 낳아놓은 달팽이도 있다.그녀는 알을 낳은 달팽이에게 몸보신을 해야한다며 두부나 당근을 삶아서 준다.(나도 너희 낳을때 힘들었는데..) 그래서 늘 바닥은 흙가루가 썩은 당근조각, 과자부스러기들과 함께 떨어져있고,사람보다 큰 곰인형과 잘 자리도 부족하게 침대에 가득한 인형들로 인해 압도당할 것 같지만, 최대한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며 나의 청소는 끝이 난다.
그렇게 지금은 집에 없는 사람들의 방에, 나 혼자만이 들어가있는 특권인 청소를 하며, 지금 집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한다. 때로 화가 나 갈긴 찢긴 메모지 등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람을 생각하는 방식이 된다, 나의 청소는.
신혼 때 먼저 곤히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잠든 얼굴을 그대로 보이는 이 무방비한 사이란 무엇인가,했던 것처럼 온전히 비워둔 자신의 공간을 이렇게 청소를 내맡기고 청소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어떤 특별한 경험이자 권리라는 것을, 지금 집에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 이 무방비한 특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