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의 축복

하루에 세번 삶을 생각해

by 로망버드

아이들의 오랜 방학이 끝이 나고 있다. 드디어 둘째의 개학도 내일이고, 방학과 함께 여름도 가고 있다. 방학을 핑계로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보냈다. 돌아서면 밥이라며,이놈의 삼시세끼 하면서 실체가 없는 그 삼식이에 화만 내며 보냈다.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한 생각이, ‘세 끼 꼭 먹어야하나? 안먹고 살 수는 없나?’ 였다. 한꺼번에 먹어 둘 수는 없나? 먹으면 영양소가 충족되는 알약 한 알만 먹으면 안되나.

그러나 사람은 먹어야살고, 대체로 세 끼를 먹어야 산다.

그렇게 매일의 밥차리기에 지쳐가던 하루하루, 문득, 하루 3끼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번!

나처럼 매일 일상이 리셋되는 듯 서툰 인간에게는 특히. 이렇게 하루에 3번 먹는 루틴이 있어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하루에 최소 3번은 끼니를 챙기고 먹음으로서 하루의 규격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작은 질서들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것은, 의무가 나를 살게 한다는 생각과 일맥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행이다, 삼시세끼가 있다는 것이. 세 끼를 먹어야한다는 것이.싫다싫다 해도 쌀을 씻고 야채를 씻고 수저를 놓고 선풍기 바람을 맞아가며 애써 차리고, 먹는 일이. 그것으로 구성된 하루가, 삶이 말이다.

하루에 세 번, 살기 위해 치열해지는 때가 바로 밥 먹는 때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달리 먹고사니즘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겠지.

아! 너무 재미없는 일상이다, 라는 생각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여름인데 차가운 물이 나와서 감사하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감사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감사라는 건, 다행이라는 건 이렇게 더 기본적인 것인가보다. 굳이 찾을 필요도 없는.


그래서 오늘도 쌀을 씻으려고 한다. 무엇을 해 먹을까, 무엇을 해 먹일까. 아무 불평없이.

즉 살기 위한 고민을 하루에 세 번씩 충실히 해보려고 한다. 저녁에는 꽃게를 넣어 된장찌개를 해볼까, 돼지고기를 볶을까. 마른 아이의 까다로운 입맛을 걱정하지만 결국 그건 나에게 해결하는 재미를 주는 그런저런 작은 목표들일지도 모른다.

부엌 창문으로, 답지 않게 흘러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다, 했다가 어느 덧 9월, 때맞춰 오는 것이구나 하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저기 골목 모퉁이를 돌면, 가을이 있을 것 같다.

keyword